위성우 물러나고 전주원 올라서다... 우리은행 새 시대 개막

[여자프로농구] 어시스트 여왕 10회·챔프전 MVP 2회... 위성우 후임으로 명문팀 재건 맡아

15일은 한국 여자농구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 3개나 있었다. 먼저 WKBL 2025-2026 시즌의 최강자를 가릴 챔피언 결정전의 대진이 결정됐다. 15일에 열린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부천 하나은행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삼성생명이 58-53으로 승리하면서 챔프전 티켓을 따낸 것이다. 삼성생명은 일찌감치 챔프전에 선착한 KB스타즈와 오는 22일부터 5전3선승제로 열리는 챔프전을 통해 이번 시즌 우승팀을 가린다.

우리은행 우리WON의 젊은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2024년 해외 진출을 선언해 호주와 스페인, 뉴질랜드 리그에서 활약했던 국가대표 가드 박지현은 15일 미 여자프로농구 WNBA의 LA 스팍스와 계약했다. 보장 계약이 아닌 트레이닝 캠프 초청 계약이지만 만약 박지현이 트레이닝 캠프의 경쟁에서 생존하면 정선민(하나은행 코치)과 박지수(KB)에 이어 3번째로 WNBA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날 빼놓을 수 없었던 여자농구의 중요한 뉴스는 지난 12일 플레이오프에서 KB에게 3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마감한 우리은행 우리WON의 위성우 감독이 감독직을 내려놓고 총감독으로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었다.

2012년부터 14년 동안 우리은행의 왕조시대를 만들었던 위성우 감독에 이어 우리은행을 이끌게 될 새 사령탑은 바로 현역 시절 '천재 가드'로 불렸던 우리은행의 전주원 수석코치다.

 2012년부터 우리은행의 코치를 역임하던 전주원 감독은 14년 만에 감독직을 맡게 됐다.
2012년부터 우리은행의 코치를 역임하던 전주원 감독은 14년 만에 감독직을 맡게 됐다.우리은행 우리WON

'어시스트 여왕' 10회에 빛나는 '천재 가드'

전통적으로 좋은 가를 많이 배출했던 선일여고 출신의 가드 전주원은 고교 시절부터 고 정주영 명예 회장이 '무조건 영입'을 지시했을 정도로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그렇게 전주원은 1990년 현대산업개발에 입단했고 1년 먼저 성인농구에 입성한 삼성생명의 정은순, SKC의 유영주와 함께 여자농구의 '삼국시대'를 열었다(물론 그 시절엔 조문주와 이강희, 한현 등이 활약한 국민은행도 강호로 군림했다).

전주원은 실업농구에 입성한 후 1년 차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일찌감치 뛰어난 기량을 뽐냈고 여자프로농구가 출범하기 전까지 8번의 농구대잔치에서 7번이나 베스트5에 선정되며 최고의 가드로 군림했다. 전주원의 활약은 대표팀에서도 돋보였는데 전주원이 전성기를 보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은 4강에 진출하며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 이후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또한 전주원은 '불혹'이 될 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다. 실제로 1990년대부터 전주원과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정은순이 2003년, 유영주가 2001년에 선수생활을 마감한 것과 달리 전주원은 WKBL 출범 후에도 10년 이상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특히 2003년 여름리그에서는 임신 초기에도 경기를 소화했고 출산 후 1년 만에 코트에 복귀해 2005년 여름리그를 소화했다.

흔히 30대 중반의 나이에 공백기를 가졌다가 코트에 복귀하는 선수들이 전성기 때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전주원은 오히려 출산휴가를 다녀온 후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실제로 전주원은 2005년 여름리그를 시작으로 무려 7시즌 연속 어시스트 1위에 오르며 WKBL 최고의 '패스 마스터'로 군림했고 2005년 여름리그와 2009-2010 시즌에는 챔프전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은행 에스버드 역시 전주원이라는 최고의 가드를 보유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2006년 '바스켓퀸' 정선민과 '거탑' 하은주(KBS N 스포츠 해설위원)를 차례로 영입하면서 난공불락의 전력을 구축했다. 그렇게 신한은행의 '야전 사령관'으로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WKBL까지 20년 가까이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가드로 활약하던 전주원은 2010-2011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우리은행 코치 맡은 지 14년 만에 감독 부임

 전주원 감독(왼쪽)은 선수 시절부터 20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위성우 감독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전주원 감독(왼쪽)은 선수 시절부터 20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위성우 감독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한국여자농구연맹

현역 은퇴 후 신한은행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전주원은 2011-2012 시즌 코치로서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에 기여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선수와 코치로 만나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위성우 코치가 2012년4월 네 시즌 연속 최하위에 허덕이던 우리은행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고 전주원 역시 위성우 감독을 따라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의 코치로 부임했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 부임 후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만년 꼴찌'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환골탈태했다. 전주원은 삼성생명과의 챔피언 결정전 도중 모친상을 당하는 비보가 있었지만 상 중에도 경기장에 나타나 검은 정장 차림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며 우리은행의 챔프전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 체제로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그렇게 우리은행의 코치로 위성우 감독과 긴 시간을 함께 했던 전주원은 2021년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세계랭킹 10위권에 해당하는 스페인, 캐나다, 세르비아 같은 농구 강국들을 만나 3전 전패를 당하고 조기 탈락했다. 하지만 전주원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후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수선했던 팀을 잘 정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시 우리은행의 코치로 복귀해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이끈 전주원 코치는 2025-2026 시즌 이후 계약 기간이 종료된 위성우 감독의 후임으로 우리은행의 7대 감독에 선임됐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15년, 우리은행 코치로 부임한 지 14년 만에 커리어 처음으로 프로 구단의 감독이 된 것이다. 이로써 WKBL은 BNK 썸의 박정은 감독, 신한은행의 최윤아 감독과 함께 3명의 여성감독을 보유한 리그가 됐다.

우리은행은 통산 13번의 우승을 자랑하는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명문팀이지만 이번 시즌 13승17패로 간신히 정규리그 4위를 기록했을 만큼 전력은 위성우 감독이 이끌었던 '왕조 시절'에 비해 크게 약해졌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팀을 1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던 2012-2013 시즌의 위성우 감독처럼 전주원 신임 감독에게도 다음 시즌 '명가' 우리은행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중요한 미션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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