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침공, 드라마가 먼저 보여준 시나리오

[리뷰] 왓챠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시즌2

 왓챠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시즌2 한장면.
왓챠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시즌2 한장면.왓챠

인류사에 수없이 벌어진 전쟁의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이번 미국의 이란 침공도 그렇다.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초강대국 미국의 횡포를 이해하기 위해 이런저런 진단들이 부유하지만, 그 어떤 해석에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지난 5일은 미 전투기가 이란의 미사일에 요격되었다는 속보가 전해지며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실황 중계라도 하듯 조종사가 구조되었다고 알렸다. 이 속보는 얼마 전 어리둥절하며 보던 미국 드라마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시즌2를 강력하게 소환했다.

첩보물의 성격이 짙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그 사이에 중국을 놓고, 그 옛날 아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 지목했던 것처럼, 이제는 중국을 그렇다고 설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한 지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노골적으로 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한 건 트럼트 대통령 재선 후부터다. 이런 미국 내 정치 지형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드라마는 곧장 미국의 적으로 중국을 상정한다. 멕시코 갱의 배후에도 중국이 있고, 이란의 핵무기 제조에도 중국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서사를 직조한다.

어느 날 미 하원의원이 납치되고 그녀의 가족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이에 라이어니스 특공대가 투입되어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지역에서 교전을 벌인 후 하원의원은 구출된다. 이런 특수 작전은 언제나 외교적으로는 없는 일이 되기에, 피해가 발생해 특공대원이 죽더라고 그 책임을 공식적으로 국가가 지지 않는다. 군인들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위해 동원되었으나 국가에 의해 부인되는 죽음을 위해 어떤 군인은 목숨을 건다. 주인공 조(조 샐다나)가 라이어니스 팀에 합류하게 될 대원에게 다그치며 확답을 요구하듯, '조국(미국)을 사랑한다'라 맹세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에게 비윤리적 살상은 정당화되고 때로 그들의 죽음도 무화된다. 조는 바로 이런 비밀 작전을 수행하다 무고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어 나가고 동료들과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경험을 하지만, 군인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드라마가 처음부터 너무 대놓고 중국을 적의로 상정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믿으라고 압박하는 얼개가 쉬이 납득되지 않았다. 사건이 있고 그 배후를 찾아내 공들여 혐의를 씌우고 제거하는 노력을 아예 포기한 드라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멋대로 이란을 침공하고 중국을 공모 세력으로 지목하는 태도와 너무나 흡사했다.

지금껏 미국의 전쟁 영화나 드라마 등이 세계 평화나 질서 유지라는 명분을 중요하게 다루고 이를 이루기 위해 악과 싸우는 형님 나라 모범국의 위상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아예 이런 자신감 혹은 강대국다움 따위는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오직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폭탄으로 다스리기로 작정한 양상이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드라마는 고위급 관리의 입을 통해 무모할 수 있는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는 이유를 적에게 경고를 보내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이란 침공은 이런 경고가 먹히지 않자 폭탄으로 다스리기로 작정했음을 시사한다. 남의 나라 대통령을 잡아가고, 남의 나라 지도자를 제거하고, 어린아이들 수백 명을 폭사시키는 미국을 참담히 바라봐야 하는 마당이다.

이 자의적 경고를 위해 라이어니스 특공대원들은 이란 땅으로 침투한다. 그리고 여기서 벌어지는 교전은 바로 며칠 전 이란에 의해 격추되었다고 속보로 전해진 전투기와 조종사의 위기를 강하게 연결시킨다. 라이어니스의 침투 목적은 이란의 핵을 완성하기 위해 파견된 두 명의 중국 핵과학자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일단의 호송대가 이들을 호위하는 경로를 좇아 특공대는 공격을 시작한다.

마침내 전투 헬기 조종사 조세피나의 헬기가 호송대 일단을 박살내며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지만 이란군에 의해 요격되며 추락한다. 조세피나가 큰 부상을 입고 고립되자 라이어니스는 그를 구하기 위해 추락 지점까지 접근한다. 하지만 이곳은 이란 땅. 어디선가 벌떼처럼 몰려드는 이란군을 격퇴하기엔 중과부적이다. 게다 탄약까지 떨어져 간다. 여기가 곧 이들의 무덤이 될 판이다.

주인공 조는 이제 가족과 영원히 이별할 것을 예감하고 몰살 일보 직전의 동료들과 묵언의 인사를 나눈다. 급박한 교전 상황은 대체 이들 스스로 왜 죽어야 하는가 고뇌할 새도 없이 각자의 마지막으로 몰아간다. 조는 크게 다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조세피나에게 아마도 자살용일 권총 한 자루를 쥐여준다. 각자 죽음을 맞을 시간인 것이다.

다행히 드라마는 라이어니스 대원들을 몰살시키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심정에 문득 놀란다. 다행이어서 이들이 죽지 않는다면 누가 죽는가. 전쟁에서는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없다. 누군가 산다면 누군가는 죽는다. 라이어니스 대원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구조되기를 바란다면, 상대인 이란군의 죽음을 승인해야 한다. 그럴 수 있을까. 이란이 절대 악인가. 고민의 찰나,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난 미 전투기가 가차 없는 폭격으로 이란군을 초토화시킨다. 이 결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머뭇거리게 된다.

나는 <라이어니스> 시즌2가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란 침공 예고편이기라도 한 듯, 이란과 중국을 새로운 '악의 축'으로 설정하고 라이어니스 특공대를 폐기물처럼 이란 땅에 던져넣는 정가의 냉혹함을 새삼스레 알리기 위함인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대원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낼까. 전투 트라우마로 일상이 무너지거나 또다시 무의미한 전투에 목숨을 걸고 나서게 될까.

이렇게 지켜지는 미국은 강한 나라가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힘이 있던 미국은 이렇게 노골적이지도 광기로 날뛰지도 않았다. 극우 집회 때마다 태극기와 동급으로 내걸리는 성조기의 찬란함이 이제 바야흐로 스러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중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게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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