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라스트 댄스' 하나은행 vs. '언더독 반란'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9일 시작 하나은행-삼성생명 플레이오프 맞대결 미리보기

정규리그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맞붙는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는 오히려 농구팬들이 전력 차이가 있는 1위와 4위의 대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언더독이 전력이 강한 팀에게 도전하는 것은 스포츠의 큰 매력이기도 하고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KB 스타즈와 우리은행 우리WON은 WKBL을 양분한 데다가 지난 네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챔피언 결정전에서 격돌했던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대결은 역시 2위와 3위의 격돌이다. 정규리그 2위와 3위는 상대적으로 전력 차이도 크지 않고 정규리그에서도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도 흥미롭게 시리즈가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시리즈를 빨리 끝내고 챔프전에 선착 하려는 2위와 업셋을 노리는 3위의 '동상이몽' 역시 2-3위 간 플레이오프를 즐기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사실 이번 시즌엔 시즌 막판까지 선두 경쟁과 3~5위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2위 부천 하나은행과 3위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승차가 6경기나 벌어졌고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도 4승2패로 하나은행이 앞섰다. 하지만 정규리그 순위와 맞대결 전적 만으로 플레이오프 결과를 속단해선 곤란하다. 플레이오프는 그 어떤 이변과 변수들이 시리즈를 지배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단기전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레전드' 김정은에게 챔프전 선물할까

 이상범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음에도 6일 W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이상범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음에도 6일 W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지도자상을 수상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2012년에 창단한 하나은행은 '첼시 리 사태'로 시즌 전체가 몰수패 처리됐던 2015-2016 시즌을 제외하면 창단 후 한 번 밖에 봄 농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정규리그 3위를 달리던 2019-2020 시즌에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는 불운도 있었다. 지난 시즌 5번째 최하위를 기록한 하나은행이 작년 3월 이상범 감독을 팀의 6대 사령탑으로 선임했을 때도 이를 주목하는 농구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이 부임한 후 하나은행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은퇴 시즌을 선언한 최고령 선수김정은을 벤치 멤버로 돌리고 아시아쿼터 1순위 이이지마 사키를 중심으로 팀을 꾸린 하나은행은 3라운드까지 15경기에서 12승3패를 기록하며 박지수가 부상으로 이탈했던 KB를 제치고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비록 후반기 8승7패로 주춤하며 KB에게 추월을 허용했지만 창단 첫 정규리그 2위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이지마 사키는 29경기에서 15.03득점6.28리바운드2.28어시스트1.48스틸로 맹활약하면서 6일 열린 W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만장일치로 아시아쿼터상을 수상했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센터 진안도 14.83득점9.30리바운드로 'WKBL NO.2 센터'의 위용을 회복했고 박소희, 정현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눈부셨다. 식스우먼으로 변신한 맏언니 김정은은 승부처에 투입돼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론 박지수와 강이슬, 허예은으로 구성된 KB의 트로이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나은행도 이이지마 사키와 진안, 박소희로 이어지는 3인방이 팀의 중심을 잘 이끌고 있다. 특히 이이지마 사키는 지난 시즌 BNK 썸의 아시아쿼터로 시즌을 치르며 BNK의 우승 멤버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 시즌의 경험과 노하우를 동료 선수들에게 잘 전달해 준다면 하나은행의 젊은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WKBL 역대 최다 출전(620경기)과 최다 득점(8476점)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 봄 농구가 현역 선수로서 김정은의 마지막 무대인 셈이다. 따라서 하나은행 선수들은 팀의 정신적 지주 김정은의 은퇴 무대가 플레이오프에서 그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하나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을 꺾고 김정은에게 마지막 챔프전을 선물할 수 있을까.

[삼성생명] '어게인 2020-2021 시즌' 노린다

 이해란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삼성생명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해란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삼성생명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삼성생명은 농구대잔치 시절 8회, WKBL 출범 후에도 6번의 우승을 차지한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은 박정은(BNK 감독)과 이미선(삼성생명 수석코치), 변연하(BNK 코치) 등이 활약했던 2004년 겨울리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2020-2021 시즌 챔프전 우승도 정규리그 4위로 올라가 봄 농구에서 강호들을 차례차례 꺾었던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WKBL 출범 후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던 2019-2020 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최하위를 기록한 적이 없다. 특히 2022-2023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최근 네 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내는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실제로 WKBL에서 최근 네 시즌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봄 농구에 개근하고 있는 팀은 우리은행과 삼성생명밖에 없다.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에도 개막 직전 혼혈선수 키아나 스미스가 현역 은퇴를 선언하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14승16패로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시즌 막판 3연패를 포함해 안방에서 5승10패로 부진했지만 원정 경기에서 9승6패로 선전하면서 3위 자리를 지켜냈다(4위 우리은행이 시즌 후반 6연패의 수렁에 빠진 것도 삼성생명의 3위 사수에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시즌 삼성생명의 특징 중 하나는 팀을 이끄는 에이스가 배혜윤에서 이해란으로 확실히 넘어갔다는 점이다. 이해란은 이번 시즌 득점 2위(17.40점)와 리바운드 5위(7.60개), 스틸 1위(1.60개), 블록슛 4위(1.00개)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여기에 배혜윤이 맏언니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줬고 강유림, 김아름, 조수아가 준수한 활약을 해줬으며 윤예빈과 이주연도 부상에서 복귀해 힘을 보탰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평균 1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기록했던 선수가 10명이나 됐을 정도로 가용 자원이 많은 팀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에서는 주전 선수들의 출전 시간과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고 가용 자원이 많은 삼성생명의 장점이 단기전에서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과연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하나은행을 꺾고 2020-2021 시즌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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