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논란 딛고 반격, 현대캐피탈의 분노가 기폭제 될 수 있을까

[남자배구] 2차전 판정 논란 후 대한항공에 설욕... 레오 23득점 맹활약

'비디오 판독 논란'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반격의 첫 승을 거두며 기적의 리버스 스윕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현대캐피탈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승제) 대한항공과의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16, 25-23, 26-24)으로 완승했다. 앞서 1, 2차전을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내줬던 현대캐피탈은, 일단 벼랑 끝을 벗어나며 시리즈를 4차전(8일)으로 끌고 갔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4일 열린 챔프전 2차전에서 판정 논란 속에 다 잡은 승리를 놓친 바 있다. 마지막 5세트 14-13로 리드하며 매치포인트 기회를 잡은 현대캐피탈은, 레오가 강력한 서브를 시도한 것이 그대로 절묘하게 적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심판은 이를 아웃이라고 판정했다.

만일 레오의 서브가 '인(IN)'으로 인정되었다면 그대로 현대캐피탈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곧발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으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5세트 듀스 접전 끝에 대한항공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현대캐피탈 측은 격분하여 경기 후에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현대캐피탈은 당시 판독 결과에 대해 KOVO에 재판독을 요구했다. 하지만 KOVO는 5일 사후 판독 결과 해당 판정은 정확했다며 현대캐피탈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OVO가 해당 판정이 정심이었다고 공식 인정했음에도 여전히 갑론을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배구연맹(FIVB)과는 인·아웃 판정 기준이 다른 KOVO의 '로컬룰' 때문에 발생한 오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배구에서는 공이 바닥과 접촉하는 순간 공의 일부라도 코트 안쪽에 닿으면 '인'으로 본다면, V리그는 바닥에 떨어진 공이 최대로 압박된 순간을 기준으로, 공의 면적이 코트 안쪽을 가리는지 여부에 따라 인·아웃을 판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빠르게 회전하는 배구공이 '바닥에 최대로 눌린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이 라인 안쪽을 가리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해야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현재 V리그 비디오 판독은 국제배구연맹처럼 자체적인 판독 시스템 없이 방송 중계 카메라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심판도 제한된 각도에서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서 각도에 따라 판정이 오락가락 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점수를 내준 팀들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배구팬들이 로컬룰 여부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핵심은 판정의 '일관성'이다. 해당 2차전 경기에서 역시 5세트에 나온 대한항공의 블로킹으로 인하여 공이 현대캐피탈 진영에 떨어진 터치아웃 장면은, 서브 아웃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이때는 정반대로 대한항공의 인으로 인정된 바 있다.

블랑 감독도 3차전 기자회견에서 "이의신청했던 장면이 정확한 판정이라면 이에 앞서 레오가 블로킹을 당했던 장면도 정심이었는지 KOVO에 되묻고 싶다"면서 "한 시즌 동안 V리그에서 수많은 판정 실수를 겪었고 인내해왔다.현재 V리그 비디오 판독은 수명이 다했다"며 쓴 소리를 이어갔다.

또한 현대캐피탈 허수봉은 "해당 장면을 화면으로 여러 차례 돌려봤다. 우리가 보기에는 레오의 서브아웃 상황이 로컬룰 기준으로도 인이라고 확신했다"면서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로컬룰에 대한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며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명승부를 펼치고도 판정 덕분에 이긴 듯한 모양새가 되어버린 승자 대한항공 측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KOVO는 다음 시즌부터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하여 인공지능(AI) 기반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3차전을 앞두고 경기장 분위기는 지난 경기의 판정 논란 후유증에 느껴지는 장면들이 곳곳에 속출했다. 현대캐피탈 홈팬들은 경기 전부터 판정 논란을 비판하는 걸개를 내걸었다. 또한 경기중에는 대한항공의 비디오 판독 요청이 있을 때마다 홈팬들의 야유가 쏟아지며 긴장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배구 경기에서 야유가 나오는 장면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지난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 논란이 불러온 후폭풍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전까지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부터 4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체력적으로 챔프전에 선착해있던 대한항공보다 체력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2차전을 석연치 않은 모양새로 패배하면서 심리적으로도 분위기가 꺾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오히려 2차전의 패배가 자극이 된 듯 놀라운 투지와 집중력을 발휘하며 대한항공을 압도했다. 에이스 레오는 23득점에 공격 성공률 63.64%를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고, 허수봉도 17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65.38%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대한항공(57.14%)보다 우위를 점했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은 여전히 0%의 기적을 이뤄내야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현대캐피탈이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남은 4, 5차전을 모두 승리해야한다. 5전 3선승제의 남자부 역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2패 이후 3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은 아직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PO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2경기 연속 모두 1, 2세트를 먼저 내주고 역전승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레오는 3차전 승리 직후 "압박감을 받기 보다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 편이다.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역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블랑 감독은 "우리 홈인 천안에서 상대가 우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면서 "승리를 도둑맞는 일을 겪을 때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다. 그것이 승리의 기폭제가 됐다. 이 분노가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오늘처럼 좋은 경기력으로 2승을 더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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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결정전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레오 필립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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