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무보다 건물을 더 자주 본다. 다른 듯 같은 건물로 빼곡히 들어찬 빌딩 숲은 그저 콘크리트와 유리로 지어진 삭막한 구조물처럼 보인다. 이제는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배경이 되어 버린 현대 건축물이,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여기, 건물이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갈등의 해법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건축가 겸 유튜버가 있다. 바로 232만 구독자를 보유한 '다미 리(Dami Lee)'다. 그녀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유튜브에 자리매김한 비결을 알아보자.
다미리의 롱폼
▲유튜브 'DamiLeeArch' 갈무리
DamiLeeArch
다미 리의 채널은 명실상부 '정보성 채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물이 실존 가능한지 따져 보기도 하고, 사료로만 존재하는 역사 속 건축물을 재구성해 보기도 한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건축학 지식을 일반인에게 전파하기 위해서다. 자극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특성상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다미 리가 한계를 극복한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간접 경험을 통해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뛰는 것이다. 채광의 원리를 설명하는 영상을 구성할 때, 다미 리는 텍스트나 도표로 정리된 자료를 읽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북향임에도 해가 잘 드는 건물과, 남향임에도 채광이 원활하지 않은 건물을 직접 찾아간다.
긴 호흡의 영상 역시 이러한 다미 리의 특성과 맞물린다. 롱폼(long-form) 영상 제작에 치중하던 유튜버들도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전향한 경우가 많은 시대에, 다미 리는 숏폼 콘텐츠를 '예고편'으로 이용한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찍은 영상을 압축하는 대신, 불특정 다수의 흥미를 끌 만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이 궁금하면 이 영상을 보라'며 30분~40분 길이의 비디오 에세이 시청을 유도하는 식이다.
▲북한이탈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다미 리유튜브 'DamiLeeArch' 갈무리DamiLeeArch
건축 통해 문화적 장벽을 깨다
다미 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청자들이 건물을 보며 인문학적·사회학적 소양을 기를 기회까지도 제공한다. 한 채의 건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건물의 배경과 사회를 이해해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일례로,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 큰 규모의 생태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상에서 다미 리는 한반도의 역사와 분단국가의 특수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었다. 지금은 캐나다 밴쿠버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8세 때까지 서울에서 나고 자란 개인사 역시 이러한 관심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영상에서 다미 리는 직접 한국에 찾아와 북향민을 만나며 통일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인터뷰도 한다.
그녀가 해당 영상에서 제안하는 생태 다리는 남북한의 야생동물들을 지뢰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생태적 고립을 막으려는 조치다. 현 남북 관계를 고려하였을 때 다미 리의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해당 영상 덕분에 한반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에서 벗어났다고 증언하는 이들이 있는 것만 봐도 그녀의 기획이 마냥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다미 리는 대피라미드 건설에 노예들이 동원되었다는 문화적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주최되는 세계적 규모의 기술 컨벤션인 지텍스 글로벌(GITEX Global)에 강연자로 참석해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미래 도시계획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건축물을 단순히 공학적 계산의 결과물로 보는 대신,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이자 지표로 해석한다.
건축물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하나 되는 세계를 꿈꾸며 발로 뛰는 다미 리.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건축물을 보는 시선이 한층 깊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막연한 거리감을 느꼈던 문화권에 대한 편견을 벗어던질 수도 있다. 말초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대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싶다면 다미 리의 채널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
공유하기
궁금한 건축물 있다면, 이 사람에게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