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도 이렇게 다룰 수 있구나... 이 드라마가 시청자 위로하는 법

[리뷰]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

 SBS '신이랑 법률사무소'
SBS '신이랑 법률사무소'SBS

'귀신 보는 변호사' 신이랑(유연석 분)이 또 한 번 사건 해결에 성공했다.

지난 3~4일에 걸쳐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연출 신중훈, 극본 김가영·강철규) 7~8회에서는 그동안 악연으로 얽혀 있던 변호사 신이랑과 한나현(이솜 분)이 한 팀이 되어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들을 법의 심판대로 이끄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자신만의 영안(靈眼, 영적인 존재나 실체를 분별해 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으로 망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기로 마음먹은 이랑과 나현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오해를 풀어 나간다.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동료로서의 신뢰도 쌓아갔다.

처음에는 두려움 때문에 귀신을 외면했던 이랑 역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새 망자들을 자신의 의뢰인으로 받아들이는 변호사가 됐다. 급기야 "이게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라며 향로를 피워 직접 그들과 대면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새로운 '의뢰인'은 다름 아닌 나현의 언니 소현(황보름별 분)이었다.

한 배에 올라탄 이랑과 나현
 SBS '신이랑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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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신감 넘치던 나현이었지만, 소속 로펌 태백의 부도덕한 행태는 결국 그녀가 사무실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태백의 대표 양도경(김경남 분)의 농간으로 면접마다 퇴짜를 맞게 된 나현은 비로소 과거 자신이 이랑에게 보였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결국 그녀는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분양 사기 조폭'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어느새 동료가 됐고, 서로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상처를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나현은 자신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언니 대신 아버지의 희망이 되어 살아왔지만, 그 사실은 늘 그녀에게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나현의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된 이랑은 더 이상 귀신을 피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외면하려 했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그리움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눈물 속 재회한 두 자매
 SBS '신이랑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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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목격한 학폭 피해 사건을 목격한 '귀신' 소현은 결국 이랑의 몸에 빙의해 태권도로 가해자들을 응징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유치장에 갖히게 된 이랑을 돕기 위해 나현이 직접 변호사로 나섰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권력층 부모의 비호 아래 사건을 덮으려 했던 진실에 접근한 이랑과 나현은 다시 한번 협력해 슬기롭게 사건을 해결한다.

뒤늦게 한나현은 신이랑이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두 사람은 자매의 옛 추억이 담긴 놀이공원을 찾아간다. 여기서 소현의 존재를 눈치챈 나현은 이랑을 부둥켜 안고 오열한다.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애절한 감정이 한 순간에 터진 이 장면에 시청자들 또한 눈시울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소개된 9회 예고편을 통해선 성불(成佛, 망자를 저승으로 보내는 행위)을 앞둔 소현과 언니를 붙잡으려는 나현의 모습이 그려지며 한층 애절해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소개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법정물+판타지가 만드는 카타르시스
 SBS '신이랑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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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랑 법률사무소>가 본방송과 OTT를 통해 꾸준한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법정물 특유의 카타르시스에 있다. 법정 드라마가 꾸준히 제작되고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법정은 본질적으로 억울함을 해소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약자가 그 억울함을 풀어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지난 1년 사이 방영된 <에스콰이어>, <프로보노>, <판사 이한영>, <아너: 그녀들의 법정> 등 일련의 드라마들은 법의 논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때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강력한 응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왔다.

이 가운데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빙의'라는 판타지 요소를 결합해, 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함까지 해소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룬다. 이랑은 아버지의 오명 때문에, 나현은 가족을 잃은 상처로 인해 약자의 위치에 서본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공감대는 망자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빙의가 만드는 위로의 서사
 SBS '신이랑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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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빙의는 단순한 판타지적 장치가 아니다. 귀신들이 자신의 사연을 전하는 통로이자, 구천을 떠도는 그들이 잠시나마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는 수단이 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망자들이 잊힌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누군가의 가족이자 동료임을 환기시킨다.

분명 신이랑과 한나현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변호사다. 그러나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수많은 법조인들 가운데 이런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남긴다. 억울함을 풀어가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복수극이나 판타지를 넘어, 진솔한 위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신이랑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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