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내한공연
염동교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체험.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 일명 오피엔(OPN)의 라이브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이다. 다니엘 로파틴이란 1982년생 미국 음악가는 실로 넓은 소리 팔레트를 자랑한다. 위켄드와 같은 팝스타의 프로듀서,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 마티 슈프림 >(2025)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면서도 본인의 솔로 디스코그라피를 깊이 있는 일렉트로닉 뮤직으로 채운다.
오피엔이 2015년과 2024년에 이어 세 번째 내한 공연을 성료했다. 오피엔은 1인 프로젝트로, 명문 레이블 '워프 레코즈'(Warp Records)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다. 서울 광진구의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열린 본 공연엔 전자 음악가 씨피카와 김도언, 펑크(Funk) 밴드 까데호의 베이시스트 김재호가 오프닝을 맡았다. 김도언의 노베이션 신시사이저 음색과 씨피카의 영적인 가창, 그루비한 김재호 표 연주가 본편 못지않게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오프닝 공연 맡은 씨피카와 김도언, 김재호
염동교
30분 인터미션 후 오피엔의 무대는 2025년 11월에 나온 정규 11집 < 트랭퀄라이저(Tranquilizer) >에 초점을 맞췄지만, 과거작의 팬들이 반가워할 만한 장면도 더러 있었다. 뒤틀린 소리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가중한 오프너 '닐 애드미라리(Nil Admirari)'와 공감각적 미니멀리즘 '크라이오(Cryo)' 모두 다양한 무대가 이어졌다.
몽환적인 '체리 블루(Cherry Blue)'와 원시림이 떠오르는 '라이프월드(Lifeworld)' 등 < 트랭퀄라이저(Tranquilizer) > 수록 트랙들은 영미권 매체에서 종종 쓰는 앳모스페릭(Amospheric) 즉 "감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선율과 리듬, 음향을 통해 상상 속 정경을 표하는 방식이 < 트랭퀄라이저(Tranquilizer) >를 관통해서다. 고품질 소리를 활용하되 수정 및 편집이 제한적인 샘플러 유사 악기 롬플러(ROMpler)의 공이 컸다.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내한공연염동교
머릿속에 피어나는 이미지들은 비주얼라이저와 충돌하거나 어우러지며 경험의 농도를 증폭했다. 2026년 2월 12일, 맥스 쿠퍼 콘서트 속 화면에서 세포와 분자, 배열 등 과학적 언어가 주를 이뤘다면, 오피엔의 이번 공연에서는 만화 캐릭터와 춤추는 해골 등의 소재가 등장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액자식 구성과 끝없이 반복되는 좁은 문은 영화 < 트루먼 쇼>(1998)처럼 인생의 비밀과 현실/비현실의 우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조선시대 한옥 같은 모습의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공연은 전체 좌석제로 이뤄졌는데, 이를 본 오피엔은 "관객들이 영화 관람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감상주의 전자음악에 적격인 환경 속에서 80분간 숨죽이며 음파와 그림에 빨려들어갔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늘 특별해요"라며 진심을 전한 오피엔의 말을 통해 이 진행형 거장과 한국의 인연이 쭉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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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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