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1에 출연한 윤남노 셰프.
넷플릭스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시즌 1의 그는 다소 조급해 보였다.
'요리하는 돌아이'라는 캐릭터 안에 스스로를 밀어 넣은 사람처럼 어딘가 급하고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다. 탈색한 머리와 강한 인상, 쉽게 웃지 않는 표정, 신경질적인 말투. 팀전에서 시간에 쫓기며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결국 '불안핑'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건 <흑백 요리사> 시즌 1 '인생 요리' 미션에서였다. 윤남노는 본인의 요리, '못난이 양파로 만든 어니언스프'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못난이입니다."
강한 눈빛과 강한 인상, 항상 불만에 차 있는 표정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깡패 같다는 말도, 싹수없어 보인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손님들에게 외면 당한 적도 있었다.
"저 셰프님은 설명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을 들으며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래서 그는 못난이 양파를 선택했다. 맛과 영양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지만, 겉모습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재료.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그 양파로 만든 요리를 먹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표정과 눈빛은 고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백종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노력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도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고 말하던 그는, 그 말을 하면서 스스로 웃어버렸다.
"거봐요. 잘 웃잖아요. 웃으면 예뻐요."
그 한 마디가 위로가 되었던 걸까. 점수가 발표되자 그는 "좀만 더 주지"라며 살짝 웃었다. 어쩌면, 거의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웃었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센캐('센 척 하는 캐릭터'의 줄임말)'는 어디서 온 걸까.
2025년 6월,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 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시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시 장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요리를 전공하고 주방에 취업한 어린 나이의 그는 안 당해도 될 폭언과 폭행을 겪으며, 요리를 계속하는 일이 점점 더 버거워졌다고 했다. 나를 꿈꾸게 하던 소리들이 어느 순간, 나를 괴롭게 만드는 소리가 되었다고.
결국 그는 요리를 내려놓았다. 300만 원이 넘는 요리 도구들을 모두 버리고, 한동안 PC방에서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건, 뜻밖에도 주변 사람들이었다. 그를 아끼던 선배들이 직접 찾아와 "그 사람들에게 최고의 복수는 네가 일어나는 거야" 라는 말과 함께 그에게 Olive <마스터셰프 코리아 4>에 지원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 다시 요리를 시작했을 때 윤남노 셰프는 마음속 어딘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요리를 처음 시작했던 그때처럼. 물론 그는 그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얻은 것은 순위가 아니었다. 그는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경험. 그건 요리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간을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오늘의 요리가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실패도 레시피입니다."
그는 열정은 재료가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여전히 '배우는' 사람으로
▲스튜디오슬램 유튜브 '요리하는 할배들' 한 장면.
스튜디오슬램
그리고 지금의 그는, 여전히 배우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손맛 고수를 찾아 한 끼를 얻어먹고, 모르는 것은 묻고, 배운 것은 기쁘게 받아들인다. 스튜디오 슬램의 웹 예능 <윤남노포>에서 그는 늘 이렇게 말한다.
"제가 요리사인데 한식을 잘 못해서요.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김치도, 만두도 처음이라는 그는 손맛 고수들의 말 한 마디에 봄동을 썰고, 김치를 꽉 짜낸다. 만두피 반죽에 식용유가 들어가는 이유를 묻고, 봄동 김치만두에 들어갈 무를 소금에 데치는 이유를 질문한다.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화면 앞에 앉아 있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대신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셰프로서 요리를 하는 모습도 자주 등장한다. 최근 방영된 MBC <마니또 클럽>에서는 소방서를 찾아가 구급대원들의 야식을 책임지는 총괄 셰프로서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메뉴를 고르고, 각 팀원들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돕고, 떡갈비가 잘 구워졌는지, 국수는 잘 삶아졌는지 하나하나 확인한다. 주문이 들어온 순간부터 배식이 나갈 때까지의 여러 개의 손이 움직이는 타이밍을 맞추는 일, 헤드 셰프다웠다.
그리고 그는 또 새로운 예능을 준비하고 있다. 스튜디오 슬램의 새로운 웹 예능 <요리하는 할배들>(4월 4일 방송)에서 요리계 대 선배인 후덕죽, 박효남 셰프와 삼촌 뻘 김도윤 셰프와 함께 대만으로 여행을 떠난다. 완벽한 막내로서.
사전 준비 모임에서 그는 노트와 펜을 꺼내 들고 함께 여행하게 될 셰프들의 성향을 파악하려 애쓴다. 아침은 먹는지. 맛집에서는 기다리는 편인지.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은 무엇인지. 그러면서 자신의 리스트도 조심스럽게 꺼내 보인다.
"셰프님들 요리를 먹어보고 싶어요."
▲스튜디오슬램 유튜브 '요리하는 할배들' 한 장면.스튜디오슬램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한 번 더 알려주고 싶고, 한 번 더 먹여주고 싶어지는 마음. "조리복을 가져가야 하나"라는 박효남 셰프의 말은 어쩌면 요즘 윤남노를 향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 아닐까.
누구도 가져볼 수 없는 기회를 꼭 누려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선배 셰프들은 웃어 보인다. 그 눈빛은 화면 속 윤남노 셰프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과도 닮아 있다. 강한 캐릭터를 밀어붙이던 시기를 지나,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던 시간들.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기로 한 그 마음.
그가 웃기 시작하자, 사람들 마음속에도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할배들 사이를 종종거리며 웃고 다닐 '막뚱남노'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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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우리의 힘을 믿으며 진짜 나를 찾기 위해 읽고 쓰는 사람. 미국 동부에 머무르며 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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