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살아있는데 장례식을 치른 이 가족의 속사정

[영화 리뷰] <고당도>

우리중앙병원 간호사 선영은 뇌사 상태의 아버지를 2년 동안 돌보다가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이는 그녀는 남동생 일회에게 이를 알린다. 일회는 전셋돈으로 시작한 사업을 말아먹고 아내 효연, 아들 동호와 함께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일회에게 아버지 임종과 장례는 돈을 벌 기회였다.

서로 달갑지 않게 마주한 선영과 일회네 가족, 그런데 효연이 실수로 돈 많은 (시)고모에게 (시)아버지의 임종 문자를 보내 버리고 만다. 아직 돌아가시지 않은 아버지, 말도 안 되지만 그들은 아버지의 가짜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다. 동호의 의대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동호는 당당히 의대에 합격했지만 등록할 돈이 없었다.

온갖 수를 동원해 아버지의 가짜 장례식을 치른 그들, 비록 고모 한 사람만 왔지만 건넨 부조금은 '큰 거 10장'이었으니 충분했다. 함께 기뻐하던 순간, 일회는 자신을 쫓아온 사채업자를 발견한다. 그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동호의 의대 입학금 명목으로 들어온 부조금을 가로채려 하는데… 이 황당한 가짜 장례식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 <고당도>의 한 장면.
영화 <고당도>의 한 장면.트리플픽쳐스

달콤함과 죽음 사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아이러니

꽤 자극적인 소재의 이 영화는 <고(故)당도>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뒤 작년 말 극장 개봉했지만 약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독립영화라 해도 1만 명이 흥행 기준으로 여겨지기에, 흥행에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에는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얻었다. 안방극장에 더 어울리는 작품이었던 셈이다.

제목 역시 의미심장하다. 다분히 중의적인 표현으로, 단맛의 정도가 높다는 뜻과 죽음에 이르렀다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겉으로 보면 달콤해 보일 수 있지만, 죽음 앞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또한 극 중 선영과 일회의 아버지는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지만 깨어나지 못한 채 죽음으로 향하는 길 위에 놓여 있다.

아직 돌아가시지 않은 아버지의 가짜 장례식으로 돈을 벌려는 이야기는 가히 엽기적이다. 물리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그 의도를 단순히 불순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가족의 유일한 희망인 동호의 의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불효라고 볼 수 있지만, 일회가 그 돈을 가로채려 하면서 상황은 소용돌이에 빠진다. 아버지는 아직 살아 있고, 동호의 미래는 불확실하며, 가족의 관계는 산산이 무너질 위기에 놓인다. '일회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이, 특히 동호의 머릿속을 지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막장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영화 <고당도>의 한 장면.
영화 <고당도>의 한 장면.트리플픽쳐스

웃음 뒤에 남는 질문, 가족은 무엇인가

가족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무수히 많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가족의 의미와 형태는 변할 수 있어도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블랙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될 수 있는데, <고당도>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설정부터가 엽기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바로 그 설정 속에 페이소스가 깃들어 있다. 이 가족에게서 연민과 동정,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각자의 사정이 따로 존재하지만, 결국 하나로 보면 깨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아버지를 돌보는 가족이다. 돈과 시간, 노력과 감정을 쏟아붓지만, 그저 생명을 연명하는 데 그칠 뿐이다.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결국 영화 속 좌충우돌 가짜 장례식은 외형에 불과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꺼내든 고육지책일 뿐이다. 이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지, 일시적인 봉합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갈지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세 번째 선택을 택하지만, 이 영화는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설정과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강말금, 봉태규, 장리우 등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화면을 가득 채우는 힘이 있고, 그 덕분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가족'이라는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가족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영화 <고당도> 포스터.
영화 <고당도> 포스터.트리플픽쳐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고당도 강말금 봉태규 가짜장례식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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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