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KIK) 서울 공연
염동교
각자의 보금자리와 더불어 또 하나의 목적지를 위해 도원결의한 1998년생 동갑내기 정우석(펜타곤)과 정민혁(라쿠나), 오명석(설(SURL))은 2026년 3월 22일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아시아 투어를 성료했다.
방콕과 타이중, 도쿄와 오사카를 거쳐 서울에 당도한 킥(KIK)의 국내 첫 정식 공연은 "공식적인 첫걸음을 함께해줘서 고마워요"라는 프론트퍼슨 우석의 말처럼 음악가와 관중 모두에게 각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데뷔 1년 안에 빠르게 곡을 누적, 두 장의 EP < 킥(KIK) >과 < 로우 킥(LOW KIK) >을 발매한 열혈 트리오는 대망의 첫 콘서트에서 수록곡 전부를 관객과 공유했다. < 킥(KIK) >의 오프닝 트랙으로 (경력의) 출사표를 알린 '캡틴스 오더(Captain's Order)'는 메탈을 방불케 하는 고출력 기타와 나긋한 우석의 가창이 묘한 대비를 이뤘다.
▲킥(KIK) 서울 공연
염동교
앙코르까지 두 번 플레이한 '타이머(TIMER)'는 "The Pain Goes Away, But I'm Starting to Panic(고통이 떠난 자리에 공황이 들어섰네)"이란 후렴구와 정민혁의 트레몰로(한 음을 빠르게 피킹 하며 떨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주법)가 돋보였다. 정우석이 좋아하는 숫자로 제목을 지은 '3333'은 두터운 소리의 벽으로 슈게이즈(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영국의 인디 신에서 유행한 장르)의 마력을 드리웠다.
몽환적 애수를 자아낸 < 로우 킥(LOW KIK) > 수록곡 '선(Sun)'은 서울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는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 리메이크와 연결됐다. 40년 전 고전적 발라드가 감각적인 록과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대 내 품에'는 프론트퍼슨 정우석이 아끼는 곡이라고. 다국적 보이그룹 펜타곤에서 활약했던 그는 저연차 밴드에서 보기 힘든 능숙한 무대매너를 선보였다.
▲킥(KIK) 서울 공연염동교
여름 페스티벌을 위해 몸을 만드는 중이라는 리드 기타리스트 정민혁은 두 대의 기타로 여러 가지 음향을 능란하게 구현했다. 라쿠나와 한결 다른 음악적 발로였다. 정강이 부상에도 파워풀한 솔로로 라이브 강자 설을 재현한 드러머 오명석과 범프투소울(Bump2Soul)서 활동 중인 객원 베이시스트 정영재는 '심플(SIMPLE)' 속 댄서블 리듬에서 빛을 발했다.
주변에 노랫말을 꼭꼭 따라 부르는 외국인 팬이 보였다. 각기 소속 집단에서 다진 기량과 다량의 영어 가사, 구성원의 외적 매력에서 국제적 지명도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밴드가 너무 좋아 새벽에 시간을 쪼개가며 합주했다는 이들을 어쩌면 몇 년 안에 훨씬 더 큰 공연장에서 보지 않을까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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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