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월간남친> 속 지수는 가상현실 속 애인들과 사랑에 빠진다.
넷플릭스
그러자 '월간남친'의 매니저는 미래에게 맞춤형 남친을 1회 제공하겠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는 데이트를 하지 않는 오직 미래만을 위한 남자다. 미래는 수천 개의 질문에 답하고 '월간남친'은 그 질문에 꼭 맞는 '남친' 구영일(서인국)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 과정이 소름 끼쳤다. '나에게 꼭 맞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 속 환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융 심리학자 제임스 홀리스는 '현대인의 영혼을 사로잡는 모든 이데올로기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혹적이며, 망상적인 것은 꼭 맞는 누군가가 어디에 있다는 낭만적 환상'이라며 책 <마흔에 읽는 융 심리학>에 이렇게 적었다.
'모든 사람은 마음 한구석에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나를 돌봐주고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나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고 혹시 운이 조금 더 좋다면 내가 성장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까지 덜어 줄 그런 사람. 한 마디로 말해 오랫동안 찾아온 나의 반쪽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나는 이 같은 존재를 '마법의 타자'라고 부른다.'
'월간남친'은 바로 미래에게 이 '마법의 타자'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게 찾아온 '마법의 타자'는 자신이 직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동료 경남(서인국)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래는 평소 경남의 냉담한 모습을 '인간답지 않다' 여기고 고까워 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경남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알고 보면 이는 미래가 경남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음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부분들이었다(드라마 1회에서 친구 지연(하영)은 경남의 이런 면이 미래에게도 있음을 살짝 알려주기도 한다). 미래는 '월간남친'의 영일을 통해서 경남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로맨스가 사랑이 되려면
이처럼 연애는 '투사'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투사'가 오고 가는 상태를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실 긍정적 투사로 서로 얽혀드는 연애는 '로맨스'이지 '진정한 사랑'이라 하기는 힘들다. 심리학에서 사랑이란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이자 정신분석의 스캇 펙의 말처럼 '서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더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투사는 언젠가 끝이 난다. 그러면 우리는 내 마음을 투사한 상대방이 아니라, 상대방의 본래 모습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변했다'고 느낀다. <월간남친> 미래의 첫 남친 세준(김성철)은 미래와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다 변해. 변한 모습도 괜찮으면 그 모습까지 사랑할 수 있으면 그럼 평생 할 수 있는 거겠지. 근데 나는 네가 나한테 그런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3회)
이는 투사가 걷힌 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사실 여기서부터다. 상대방이 나를 실망시키고 변했다고 느낄 때 내가 투사하고 있었던 부분을 알아차리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
그럴 때 우리는 상대방을 온전한 '타자'로 인식하게 되고,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서 자아를 확장해 간다. 상대방 역시 같은 심리적 작업을 할 것이고 이럴 때 상호 '성장'을 돕는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힘을 기를 때, 우리의 사랑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올봄엔 다음의 질문을 던지며 나의 '사랑'을 점검해보자.
'나는 왜 이 사람에게 빠져든 걸까?'
'특별히 좋고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