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벌금형 선고한 감독, 대상으로 응원한 영화계

[현장]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대상 정윤석 감독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정윤석 감독(오른쪽)과 변호사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정윤석 감독(오른쪽)과 변호사성하훈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수상자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수상자성하훈

"그날 현장에서 체포 당할 거라고 생각했으면 안 갔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결국에는 현장에 뛰어들어야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극 영화로서는 시나리오 작업하고 비슷한 거라 저는 제 직업적 일을 하기 위해 간 거라서 사실 이런 상을 받는 것 자체가 많이 좀 부끄럽고 좀 어색하긴 합니다."

지난 20일(금) 저녁 서울 광화문 에무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대상 수상자인 정윤석 감독은 다소 겸연쩍은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2023년 시작돼 4회를 맞이한 시상식은 한 해 동안 전국 예술영화관에서 상영된 국내외 독립예술영화와 영화인들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그 가치를 조명하고 응원하는 자리다.

협회에 참여하고 있는 아트나인, 라이카시네마, 강릉예술극장 신영, 창원 씨네아트 리좀, 안동중앙시네마 등 16개 극장의 프로그래머들이 수상작을 선정한다. 그중 대상은 작품보다는 한 해 동안 한국영화 또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을 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한다. 1회 일본에서 활동하는 양영희 감독, 2회는 원주 아카데미 극장 폐쇄에 맞섰던 원주아카데미친구들, 3회 윤석열 탄핵 시위 때 영화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수상자였다. 올해는 서부지법 폭동 사건 취재 과정에서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정윤석 감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카메라를 들고 세상의 가장 낮고 험한 곳, 때로는 생명이 위협받거나 외면하고 싶은 모진 현장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은 한 창작자의 용기와 헌신에 상영 주체들이 보내는 경의를 담고 있다'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은 그가 그 험난한 과정 속에서 겪었을 시련과 고립을 함께 기억하며, 독립영화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보여준 그의 도전이 한국 독립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귀감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정윤석 감독은 "1심 최후 진술 때는, 예술가는 무죄를 주장하지 않는다 검찰이 유죄를 주장할 뿐이다 라고 말씀드렸고, 2심 최후 진술 때는 예술가의 삶은 사실 단순하다. 나를 지키고 나를 돕는 것이다 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면서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만들고 저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일 뿐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유통시키고 빛과 어둠 속에서 최종적으로 영화가 완성되는 거는 결국 극장이라는 공간성이 있기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 극장 관계자 분들과 동료들이 주신 상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국내 예술영화관들이 마음을 모아 정윤석 감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뜻을 전달한 것은 법원의 판결에 대한 영화계 차원의 항의 의미도 담겨 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언론사의 취재는 상을 받는데, 작품 제작을 위한 다큐 감독의 취재는 벌을 받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법부 판단에 대해 영화인들의 공개적인 유감 표명이기도 했다.

'영화가 현수막을 바꾼다'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작품상 수상자인 <3학년 2학기> 신운섭 피디와 이란희 감독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작품상 수상자인 <3학년 2학기> 신운섭 피디와 이란희 감독성하훈

다른 수상자의 면면에서도 예술영화관들의 가치와 지향점이 도드라졌다. 작품상은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 <그저 사고였을 뿐>과 이란희 감독 < 3학년 2학기 >가 수상했다. 지난해 예술영화관에서 주목받은 영화들이지만 <그저 사고였을 뿐>은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전쟁 속, 이란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 대한 염려와 지지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 3학년 2학기 >를 제작한 신운섭 프로듀서는 "관객과의 대화를 다니면서 계속 반복적으로 듣는 관객들의 대답들이 매년 수능 때마다 내가 왜 우울했었는지 왜 서러웠는지 알 것 같다. 영화 고맙다 였고 뜻하지 않은 굉장히 큰 성과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 때 응원 현수막을 좀 바꿔 보자라고 생각했었다"며 "영화가 현수막은 바꿔볼 수 있겠구나 싶어 수능 때 19세 사회 첫걸음을 청년들을 응원하는 그런 현수막을 달 수 있도록 올해 연말까지 한번 상영해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3학년 2학기 >를 연출한 이란희 감독은 "영화가 할 수 있는 일, 영화가 해야 할 일 그리고 제가 영화를 통해서 할 수 있고 또 하면 좋겠는 일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면서 다음 주인공이 사는 세상을 또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상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감독상, 배우상, 관객상 3관왕을 차지한 <세계의 주인>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감독상, 배우상, 관객상 3관왕을 차지한 <세계의 주인>성하훈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는 <세계의 주인>이었다. 감독상과 배우상에 더해 현장에서 관객들의 투표로 선정된 관객상까지 3관왕이 됐다.

윤가은 감독은 "한국예술영화관협회에서 무려 감독상을 주신다고 해서 진짜 진짜 뿌듯했다"며 "제가 사랑하는 영화를 틀어주시는 그분들께서 뽑아주신 상이라 너무너무 감사하고 제가 그동안 수많은 예술 영화관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에 대한 어떤 보상인가 싶어 너무너무 기뻤습니다"고 인사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끝없이 제 속에 맴돌던 여러 질문들이 있었는데, 나만 이런가? 내 인생은 왜 이런가? 이 세상은 어떤 곳인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그 막연한 막막한 고민과 질문을 열심히 들어주고, 아주 다양한 목소리로 답을 해준 곳이 극장이었고 수많은 예술 영화들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세계의 주인>도 만들었고, 앞으로 계속 그렇게 질문하고 그 질문들을 사람들하고 나누는 영화를 만들라는 의미로 알고 열심히 영화 만들고 따라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에서 동료상 수상자 창원 씨네아트 리좀 서익진 대표를 추모하는 최낙용 회장.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에서 동료상 수상자 창원 씨네아트 리좀 서익진 대표를 추모하는 최낙용 회장.성하훈

한편 한국예술영화관협회는 특별상 격인 동료상을 통해 최근 타계한 창원 씨네아트 리좀 서익진 대표를 기리기도 했다. 경남대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한 경제학자로 부인인 하효선 대표와 함께 창원 씨네아트 리좀을 운영해 왔던 서익진 대표는 지난 3월 7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르기로 했고,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활동을 했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3·15의거기념사업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민주주의 가치를 실천한 분이었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최낙용 대표는 동료상을 설명하면서 한국예술영화관협회의 든든한 형님이었던 고인을 기렸다.

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수상작(자) 명단

-대상 / 정윤석 감독
-작품상(국내) / <3학년 2학기>
-작품상(해외) / <그저 사고였을 뿐>
-감독상 / 윤가은 감독
-배우상 / 서수빈 배우
-배급홍보상 / 영화사 진진
-프렌즈상 / 일본 커뮤니티시네마 센터
-관객상 / <세계의 주인>
-동료상 / 씨네아트 리좀 고 서익진 대표
한국예술영화관협회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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