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쇠퇴한 마블 살릴 구원투수 될까

[리뷰]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예고편 공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첫 번째 예고편이 지난 18일(한국 시간 기준) 공개됐다. 소니 픽처스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130만 회를 훌쩍 넘겼다. 히어로 무비, 특히 마블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셈이다.

현재 마블이 짊어진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히어로 장르를 향한 대중의 열기가 식은 데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디즈니 마블이 보여준 행보가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확실히 무게감이 더 느껴지는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눈빛
예전보다 확실히 무게감이 더 느껴지는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눈빛소니픽쳐스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엔드게임>의 엄청난 성공은 결과적으로 독이 되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히어로 무비 광풍을 일으키며 역대 흥행 순위 2위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후 발표된 마블 작품들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인기의 여세를 몰아 기존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 중심의 서사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패착이었다. 부실한 서사와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 설정, 여기에 지나친 PC주의(정치적 올바름) 논란까지 휩싸이며 가파른 하락세에 접어들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팬들의 꾸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무리수를 거듭했다는 점이다.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이 재미는커녕 피로감만 쌓고 있음에도, TV 시리즈로까지 세계관을 무리하게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질보다 양에 치우친 전략은 결국 코어 팬들까지 대거 등을 돌리게 만든 계기가 됐다.

사실상 히어로 무비의 전성시대가 끝났다고 보이는 상황에서 마블의 체면을 지켜준 일등 공신은 단연 '스파이더맨 시리즈'였다. 2021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국내에서 약 758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이 거둔 최고의 성적이기도 했다.

 빌딩 사이로 활강하는 액션, 팬들이 바라왔던 장면이다.
빌딩 사이로 활강하는 액션, 팬들이 바라왔던 장면이다.소니픽쳐스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당시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천만 관객 돌파도 가능했을 수치다. 하지만 <노 웨이 홈>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마블 시리즈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반짝 인기를 끌었던 것을 제외하면, 현시점까지 흥행작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악재까지 더해졌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빅 이벤트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의 '정복자 캉' 역을 맡은 배우 조너선 메이저스가 사생활 문제로 하차한 것이다. 개봉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그 과정에서 마블은 초강수를 둔다. <엔드게임>의 영웅이었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조 루소·안소니 루소 형제 감독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마블의 물량 공세도 잦아들었다. 2026년 올해 개봉 예정인 마블 영화는 단 두 편. 그중 첫 번째 영화가 바로 이번에 티저를 공개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다. 공개된 영상의 댓글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2분 30초 분량의 해당 예고편은 코믹스 원작의 스파이더맨에 한층 더 가까워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전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다소 밝고 가벼운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확실히 어둡고 묵직한 무드를 풍긴다. 전작 <노 웨이 홈>에서 모종의 이유로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잊힌 존재가 된 피터 파커. 그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이뤄내야 하는 성장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거미의 생애주기 연구를 통해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으로서의 능력치를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거미의 생애주기 연구를 통해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으로서의 능력치를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소니픽쳐스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짧은 영상이지만 영화의 큰 줄거리를 암시하는 '떡밥'들도 꽤 많이 담겨 있다. "거미는 세 번의 성장 주기를 거친다"는 대사와 거미줄 고치 속에 갇혀 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보인다. 이를 통해 스파이더맨의 능력이 향상되어, 기존 웹슈터가 아닌 실제 몸에서 거미줄이 발사되는 형태로 진화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브루스 배너(헐크)와 퍼니셔의 얼굴도 반가움을 더한다. 빌런으로는 스콜피온, 부메랑, 닌자 조직 '핸드' 등 여럿이 등장할 예정이다.

뉴욕 고층 빌딩 사이를 활강하며 악당과 싸우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샘 레이미 감독의 시리즈는 물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느낌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올드 팬들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팬들에게는 히어로 무비 본연의 재미를 다시금 일깨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과연 쇠퇴한 마블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까. 관객의 마음을 끈끈한 거미줄로 단단히 묶어, 12월 개봉할 <어벤져스: 둠스데이>까지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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