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는 두 번의 변주를 준다. 태양이 죽어가는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중학교 교사라는 점은 묘한 매력을 더한다. 영화 초반은 그레이스의 원맨쇼로 끌고 간다. 약 4년 만에 깨어난 그레이스는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조차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조각난 기억을 더듬으며 우주 한복판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파악해 나간다. 길었던 머리카락을 자르고 점차 식사량을 늘려 갔다. 함께 있던 승조원의 시신을 발견하고 존엄하게 보내준다. 코마 상태였던 몸은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지만 혼자라는 우울감에서 완전히 해방해 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같은 목적으로 온 로키(제임스 오티스)를 만나며 영화는 버디(buddy)무비로 전환된다. 로키는 함께했던 대원들을 잃고 철저히 고립되었던 때 만난 운명의 파트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재빠르게 언어 문제를 해결한다. 그레이스가 생물학적 사고를 던지면 엔지니어 로키가 재빠르게 공학적 사고로 장치를 만들어 내는 완벽 궁합을 보여준다.
에리드 행성에서 온 로키는 듣는 언어가 발달했다. 눈이 없고 소리(음파)로 사물을 인식한다. 인간과 사고 체계도 완전히 다르고 흔히 보던 외계인의 모습과도 달랐다. 대형견 크기에다가 오각형 등딱지는 거북이가 연상되고 얼굴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랑스럽다. 거미나 게처럼 움직이면서도 강아지 같은 귀여움을 지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둘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장단점을 수용하며 친구가 되어간다. 이들의 관계는 쿨하면서도 끈끈하다. 서로 다름을 인지할 뿐 강요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수면 시간 동안 서로를 지켜보도록 진화한 로키의 방식을 그레이스가 따르고, 지구로 귀환할 연료를 선뜻 나눠주는 로키의 친절함은 우주를 구할 열쇠다.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IMDB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마션>과 '고립'이란 공통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각자도생이 익숙하고 도파민과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다정함의 힘을 믿게 한다. <마션>이 홀로 살아남기 위해 감자를 심고 버티다가 결국 동료에게 구출된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절망으로 버티던 중 외계인과 협력을 동력 삼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SF 영화답게 경이로운 우주의 모습을 만끽하는 황홀함이나 헤일메리 호에 탑승한 것 같은 경험은 오직 극장에서만 허락된 사치다. 작은 화면이나 OTT 시청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동과 환희가 충족된다. 가능하다면 극장에서 그 현장을 목격하는 호사를 누리길 바란다. 후반부 타우세티에서의 아름다움과 우주선 안에서 지구를 체험하는 공간도 대형 화면에서 볼 때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156분이란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 없는 유쾌한 감동이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게 한다. 뭐든 책임지기 싫어했던 겁쟁이 지구인이 범우주적 존재로 거듭나는 성장 과정도 유머러스하게 담겼다. 특히 로키가 거울처럼 따라 추는 그레이스의 춤은 챌린지 열풍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음악 선곡도 적재적소다. 항공모함에서 산드라 휠러가 부르는 해리 스타일스의 '싱 오브 더 타임스 Sing of the Times'를 들으면 죽음을 앞둔 인류의 비장함까지 깨닫는 철학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정보를 실어 지구로 보내는 무인탐사선 비틀스가 출발할 때 등장하는 비틀스의 '투 오브 어스 Two of Us'는 둘의 관계를 상징하는 인상적인 장치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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