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도 막지 못했다... 일본, 베네수엘라에 충격패

베네수엘라에 3개 홈런 맞고 5-8 패배, 아시아팀 전멸... 감독 사퇴

'디펜딩챔피언 '일본 야구대표팀이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서 충격의 탈락을 당했다.

일본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2026 WBC 8강전에서 홈런 세 방을 맞고 5-8로 역전패했다.

이로서 대회 2연패이자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렸던 일본은, 전날 도미니카에 패하여 탈락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8강에서 일찍 짐을 싸게 됐다. 일본 야구가 2006년 창설된 WBC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네수엘라는 1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한가운데 몰린 직구를 밀어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일본도 곧바로 홈런으로 응수했다. 선두타자 오타니가 1회말 베네수엘라 선발 레인저 수아레스의 4구 슬라이더를 공략하여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베네수엘라가 2회초 에세키엘 토바와 글레이버 토레스의 연속 2루타가 터지며 2-1로 앞서갔다. 일본은 3회말 대거 4점을 따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겐다 고스케의 볼넷과 오타니의 고의사구로 얻어낸 1사 1, 2루 찬스에서 사토 데루아키가 동점 2루타를 쳤다. 이어 스즈키 세이야의 부상으로 교체출전한 모리시타 쇼타가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2-5로 끌려가던 베네수엘라는 홈런으로 추격에 나섰다. 5회초 일본이 야마모토를 내리고 스미다 치히로를 투입했다. 선두타자 잭슨 추리오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1사 1루에서 마이켈 가르시아가 2-2 카운트에서 파울만 3개를 쳐내는 끈질긴 승부 끝에 스미다의 8구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때려내면서 한 점차로 추격했다. 일본은 2사에서 세번째 투수 후지하라 쇼마를 투입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6회초에는 일본의 네번째투수 이토 히로미가 등판했으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의 위기를 노래했고, 윌리어 아브레우가 히로미의 높은 직구를 통타하며 결국 재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설상가상 일본은 8회초에는 치명적인 실책까지 나왔다. 5번째 투수 타네이치 아츠키는 선두타자 에제키엘 토바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한데 이어, 2루 견제구가 외야로 빠지는 치명적인 송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토바가 그대로 홈까지 단숨에 쇄도하여 점수차는 3점까지 벌어졌다.

반면 일본 공격은 3회 빅이닝을 끝으로 철저히 침묵했다. 리드를 잡고 있던 4회말 1사 1.2루의 기회에서 오타니와 사토 테루아키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추가점을 뽑지못한게 치명타가 됐다. 일본 타선은 5-7회를 내리 삼자범퇴로 물러나는 등 8회 2사까지 12타자 연속 출루에 실패하며 침묵했다.

8회 2사 후에야 오카모토 카즈마와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연속 안타로 출루하며 모처럼 득점권까지 주자가 진루했으나 마키 슈고가 안드레스 마차도를 상대로 무기력하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이날 일본의 마지막 찬스였다.

9회말 베네수엘라는 마무리로 대니얼 발렌시아를 투입했다. 겐다 소스케와 콘도 켄스케가 연이어 삼진으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마지막 타자는 오타니였다.

3년전 2023 WBC 결승전에서는 일본 마무리 투수로 당시 팀동료였던 미국의 강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짓고 포효했던 오타니였지만, 이번에는 팀의 패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마지막 타석에 서는 정반대의 입장이 되고 말았다. 결국 오타니는 유격수 내야 플라이 아웃으로 허망하게 물러나며 팀의 8강탈락을 막지 못했다.

지난 WBC 대회에서는 투타 겸업을 했던 오타니는, 이번에는 부상을 우려한 소속팀 LA 다저스의 반대로 타자로만 활약하며 투수 출장은 하지 않았다. 오타니는 대회 내내 일본의 1번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4경기 타율 .462(13타수 6안타) 3홈런 6득점 7타점 5볼넷 OPS 1.842의 성적을 기록했다.

우승과 MVP까지 차지했던 2023 WBC(투수: 3경기 2승 1세이브, 타자 타율: 435 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OP2 1.345)와 비교하면, 타자로서의 활약상은 오히려 더 뛰어났을만큼 오타니로서는 할수 있는 만큼은 다 보여준 대회였다. 그러나 동료들의 부진이 오타니의 활약을 받쳐주지 못했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일본 매체와 공식 인터뷰에서 "정말 분하다. 결국 마지막에 상대의 힘에 밀린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다 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길 수 있는 기회도 있었는데 아쉬운 경기였다"고 총평했다.

한편으로 오타니는 "국가대표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젊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로 한층 성장해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선수들과도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며앞으로도 계속 일본 국가대표로서도 활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8강 탈락 이후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스포츠 호치' 일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바타 감독은 "결과가 전부다. 책임을 지겠다"라며 사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바타 감독은 지난 2023년 10월 2023 WBC우승을 이끈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의 후임으로 일본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같은 해 11월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순조롭게 출발하는듯 했지만, 2024년 11월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대만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우승에 실패하여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2026 WBC에서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하여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스즈키 세이야, 요시다 마사타카, 오카모토 가즈마, 무라카미 무네타카. 기쿠치 유세이, 스가노 도모유키등 역대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들이 합류하며 최강의 전력으로 꼽혔다. 여기에 자국 NPB(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중인 정상급 선수들도 대거 합류했다.

하지만 일본은 1라운드부터 대만에게만 콜드게임을 거뒀을 뿐, 전력상 한 수아래로 꼽힌 한국, 호주 등에 크게 고전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이바타 감독의 부족한 경기운영과 투수활용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은 WBC 8강 탈락에 이어, 베네수엘라전 한경기 8실점도 WBC 역사상 최초다. 베네수엘라전에서도 투구수 제한(80구)에 여유가 있었음에도 호투하고 있던 선발 야마모토의 이른 교체(69구), 이어진 불펜진의 방화, 와카츠키 켄야와 콘도 켄스케 등 대회 내내 부진했던 선수들의 승부처 기용 등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최고의 투수자원이기도 한 오타니를 마운드에서 활용하지 못한 것도 패착이라는 평가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이바타 감독이 빅리거 활용(야마모토 투구수 제한, 오타니 투수기용) 등에 대하여 온전한 '선택권'이 없었다는 동정론도 있다.

대한민국에 이어 일본까지 탈락하며 이번 WBC에서 아시아팀들은 모두 전멸했다. 아시아팀이 4강에 한 팀도 올라가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일본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 미국과 결승전 리턴매치를 기대하며 "미국이 조기 탈락하면 우승해도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설레발성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4강까지 올라간 미국에 비하여 일본이 오히려 조기에 탈락하게 되면서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이웃인 한국야구가 17년만의 WBC 8강진출에도 불구하고 지난 도미니카전의 치욕적인 콜드게임 완패로 인하여 세계 수준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역시 이번 8강탈락 이후 자국 프로야구의 수준과 국제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고타저'가 오랫동안 보편화된 일본 리그에서 활약중인 타자들은 이번 WBC에서 장타를 거의 만들어내 지못하는 등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실제로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오타니와 스즈키, 야마모토 등 몇몇 메이저리거 선수들에 대한 투타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NPB가 자랑하던 정상급 투수들은 1,2라운드에서 연이어 홈런을 대거 허용하며 공략당하는 모습으로 자국에서의 기록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이에 대하여 일본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NPB 공인구 교체와 플레이스타일,선수육성 방식 등을 거론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O리그보다 리그 수준과 선수층이 더 높다는 평을 듣는 일본야구마저도, 방심하다가는 언제든 세계야구의 흐름에 뒤쳐질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 WBC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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