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은퇴' 류현진, 아쉽지만 그가 있어 한국야구 빛났다

류현진이 남긴 족적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6회 초 류현진이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2026.3.14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6회 초 류현진이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2026.3.14연합뉴스

'한국야구의 전설' 류현진이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이제는 마지막인 것 같다. 끝맺음이 아쉽지만, 이렇게 대표팀에 복귀해 후배들과 함께하게 돼 영광스러웠다"며 대표팀 은퇴 의사를 전했다.

한국은 이날 도미니카공화국에 0-10으로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며 8강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류현진은 이날 선발 등판해 1⅔이닝 40구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며 태극마크를 달고 한 마지막 등판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21세기 한국야구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다.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래 KBO 리그 역사상 최초로 KBO 신인상과 KBO MVP, 그리고 KBO 골든글러브와 투수 '트리플 크라운'까지 동시에 석권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244경기 117승 6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고, 탈삼진왕 5회, 정규 이닝 최다 탈삼진, 최연소 MVP, 최연소 및 최소 경기 1000 탈삼진, 최다 연속 QS 등의 기록을 남겼다.

2013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통산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2019년 메이저리그 자책점 1위, 사이영상 2위, 2020년 워렌 스판상(최고 좌완투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류현진이 남긴 족적은 컸다. 류현진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발탁되며 첫 성인대표팀 경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정규시즌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리그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합류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선발로 2경기에 나섰으나 승패없이 6.1이닝 7실점 자책점 9.95로 부진했다. 당시 대표팀은 동메달에 그치며 류현진은 병역혜택 획득도 실패하고 '도하 참사'의 주범중 하나로 많은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첫 태극마크의 악몽을 딛고 류현진은 이듬해 2007년 아시아야구선수권(베이징올림픽 예선)과 올림픽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연이어 발탁되며 국가대표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국제전 에이스'로서 류현진의 본격적인 진가가 드러난 것은 역시 2008 베이징올림픽이었다. 본선에서 김광현과 함께 '원투펀치'를 구축한 류현진은, 조별리그 캐나다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선발로 출장하여 2경기 2승 17.1이닝 2실점 자책점 1.04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금메달 획득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류현진은 2009 WBC(준우승)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금메달)에도 출전했다. WBC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류현진은 난적이었던 대만전에서만 1라운드, 일본과의 결승전에만 출전했으나 2경기 1승 자책점 3.60으로 선방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1라운드와 결승까지 대만전에만 2경기 출장하며 1승 자책점 3.60을 기록하며 4년전 도하참사의 아픔을 설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류현진은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과 부상 등으로 한동안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2시즌 이후에는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하게 되면서 배려와 적응 차원에서 2013 WBC 출전이 불발됐다. 2017년과 2023년 WBC에는 각각 팔꿈치 부상과 토미존 수술로 인하여 대표팀에서 합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20 도쿄올림픽이나 2015, 2019 WBSC 프리미어 등은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 내 차출 금지 규정으로 인하여 출전이 불가능했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이 대표팀에서 멀어진 이후, 한국야구는 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등 국제경쟁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류현진은 2024년 12시즌간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정리하고 친정팀 한화 이글스를 통하여 KBO리그 무대로 귀환했다. 류현진이 한국무대로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국가대표팀 복귀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류현진도 대표팀 복귀 가능성에 대하여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2024년 프리미어12에는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표방하여 30대를 넘긴 베테랑 선수들을 배제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프리미어12에서 또다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면서, 2026 WBC에서는 나이를 막론하고 최정에 대표팀을 꾸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류현진은 한국무대 복귀 이후 2년간 2024시즌 10승 8패 자책점 3.87, 2025시즌 9승 7패 자책점 3.23으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토종 선발중 상위권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류현진의 건재한 기량과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를 확인한 류지현 감독은, 결국 2026 WBC 최종엔트리에 포함시키며 16년만의 국가대표팀 복귀가 확정됐다. 1기 시절에는 막내급이었던 류현진은 어느덧 노경은에 이어 대표팀에서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 되어 투수조장까지 맡았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최선을 다한 류현진이었지만 세월의 흐름은 속일 수 없었다. 이번 대회 첫 등판이었던 1라운드 대만전(8일)에서는 선발투수로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솔로홈런 한 방을 맞은 것 외에는 특유의 위기관리와 경기운영능력을 바탕으로 선방했지만, 대표팀이 대만전에서 승부치기 끝에 석패하며 류현진의 역투는 빛이 바랬다. 다행히 한국이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7-2로 승리하며 17년만에 극적인 8강 진출을 이뤄냄에 따라 류현진의 국가대표 경력도 연장됐다.

그리고 도미니카와의 8강전, 류지현 감독은 다시 류현진 선발 카드를 꺼냈다. 한국 투수들중 미국 현지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도미니카의 메이저리거 강타자들을 많이 상대해본 류현진의 노련미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었다.

경기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회 선두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케텔 마르테(애리조나)와 후안 소토(뉴욕 메츠)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삼자 범퇴로 막아냈다. 그러나 2회 들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에게 볼넷을 내준 데 이어 후니오르 카미네로(탬파베이)에게 좌익선상 적시 3루타를 맞았다. 이후 타티스 주니어에게 우전 적시타까지 허용하며 결국 2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의 제구력은 여전했지만 공의 속도와 구위는 확실히 전성기에 비하여 무뎌져 있었다. 류현진이 도미니카 타자들을 상대해본 경험 만큼이나 도미니카 역시 한국 투수중 유일하게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류현진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다.

도미니카의 올스타 강타선은 류현진의 유인구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았고, 완벽한 볼에 가까운 타구도 컨택하여 안타를 만들어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포수 박동원의 아쉬운 홈 태그 등 수비도 류현진을 도와주지 못했다. 결국은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단 1점도 뽑지 못하고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면서 류현진은 패전투수의 멍에를 뒤집어 써야 했다.

류현진은 이번 WBC에서 대만전을 포함하여 2경기 등판 4.2이닝 1패 자책점 7.71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마지막 국가대표 경력을 마감했다.

류현진은 태극마크를 달고 WBC 2회 출전(7경기 11⅔이닝 1승 1패 1홀드 6자책 ERA 4.63), 올림픽 1회 출전(4경기 23⅓이닝 2승 1패 5자책 ERA 1.93), 아시안 게임에 2회 출전(4경기 16⅓이닝 1승 0패 11자책 ERA 6.06)했다. 각종 대회를 모두 합쳐 류현진의 국가대표 통산 성적은 16경기 5승 2패 1홀드 자책점 3.83(56.1이닝 24자책점)이다. 이번 WBC의 부진으로 성적이 꽤 하락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역대 대표팀 다승과 최다이닝 1위일만큼 21세기 한국 투수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이번 대표팀에서 류현진의 한국야구와 후배 선수들에 미친 영향력은 단순히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류현진은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상황에서도, 잘해야 본전이 될 수 있는 국가대표팀에 적극 참여하며 후배들에게 '태극마크의 명예와 무게'에 대한 많은 귀감을 남겼다.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낙마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류현진마저 없었다면 대표팀은 마운드 운영이 더 어려웠을 것이다.

류지현 감독도 도미니카전을 마친 후 "류현진의 헌신이 고마웠다"면서 "류현진은 성적이나 태도 면에서 굉장히 모범적이었고,많은 나이에도 대표팀 선발 투수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도미니카전은 아쉽지만 대표팀 최고참으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경기를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류현진은 "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큰 무대를 뛴 것은 큰 경험이 될 것"이라며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친 것이 후배들에게 큰 공부가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 야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어갈 후배들을 격려했다.

팬들도 마지막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최선을 다해준 류현진의 은퇴 선언을 존중하며 박수를 보내고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류현진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이제 그의 영광을 계승해야 할 책임은 후배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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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도미니카 야구대표팀 WBC 국가대표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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