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이긴다"는 다주택자들... 시험대 오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리뷰] MBC '무주택 대통령 VS 다주택자'

 3월 10일 방송된 MBC PD수첩 "무주택 대통령 VS 다주택자"
3월 10일 방송된 MBC PD수첩 "무주택 대통령 VS 다주택자"MBC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X(구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정책 정상화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지난 10일 MBC PD수첩은 '무주택 대통령 VS 다주택자' 편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짚었습니다.

방송 초반, PD수첩이 보수, 진보, 중도 성향의 부동산 전문가 20명에게 던진 질문과 답변은 현재 시장의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무주택자는 올해 집을 사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11명이 사지 않는 게 좋다고 답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집값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는 13명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집을 사야 한다는 의견(9명)과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전망(7명) 역시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와 불신이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들 "버틴면 이긴다"

 MBC PD수첩 "무주택 대통령 VS 다주택자"
MBC PD수첩 "무주택 대통령 VS 다주택자"MBC

이날 방송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 예고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주택을 결코 팔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다주택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잠실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한 20대 다주택자는 "월급을 다 갖다 바쳐서라도 절대 안 판다"라며 "향후 보유세 압박이 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버티면 이긴다"라고 말했습니다. 개그맨 출신 투자자 황현희 씨 역시 "자산은 사고팔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부동산은 보유의 영역이다"라고 장기 보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어 "우리가 이 게임을 전전 정권에서 한 번 해봤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엄청나게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90%까지 올렸을 때도 결국 다 버텼다"라며 "다 똑같이 얘기할 것이다. 버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이 이토록 자신 있게 주택 매도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정책은 결국 바뀔 수 있다'는 깊은 불신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등 규제를 강화한다고 한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며 불신의 원인을 꼬집었습니다. 한 전문가는 "양도세를 중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곧바로 임대사업자에게는 세금 혜택을 주는 대책을 내놓았다"라며 "정책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관성을 잃은 땜질식 처방이 결국 다주택자들에게 '버티면 이긴다'는 학습 효과만 남겼다는 분석입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 세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

 MBC PD수첩 "무주택 대통령 VS 다주택자"
MBC PD수첩 "무주택 대통령 VS 다주택자"MBC

여기에 윤석열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대폭 축소된 것도 다주택자들의 '버티기'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로 비판받았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여전히 강남과 잠실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세로 약 60억 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는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종부세가 위력을 잃었다"는 세무사의 진단은 이들이 왜 집을 쥐고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해 줍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등장하는 아파트 시세는 시청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겼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 시세 차익이 1~2억 원을 넘어 수십억 원에 달하는 현실은, 왜 대한민국 사회에 '부동산 불패'라는 공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특히 이른바 '영끌'로 광진구의 29년 된 구축 아파트를 17억 8천만 원에 매수한 30대 부부의 사연은 충격적이었습니다. 1년 전 14억 원이던 집값은 불과 1년 만에 22억 원까지 뛰었고, 이들 부부는 매월 500만 원 후반대의 대출 원리금을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3년 전 22억 원에 산 강남 아파트가 38억 원이 된 대기업 부장과, 8년간 고작 7천만 원이 오른 광주 아파트에 거주하는 공기업 차장의 대비는 대한민국이 철저한 '부동산 양극화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입증했습니다.

시장의 불안정성은 정치권의 섣부른 정책 탓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잠시 해제하자, 압구정 아파트값이 일주일 만에 75억 원에서 90억 원으로 수십억 원 폭등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강좌에서는 법정 최고 금리를 이용한 사금융 대출이나,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재개발 입주권을 사들여 규제를 피하는 '꼼수'가 버젓이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것은 청와대 참모진의 태도였습니다. 이재명 정부 비서실 고위 공직자 47명 중 10명이 다주택자였습니다. PD수첩 제작진이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에게 주택 처분 의사를 묻자, 이들은 "제가 알아서 정리한다"라거나 "제가 언론사에 밝힐 일은 아닌 것 같다"라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몸담는 기간은 5년에 불과한 반면, 다주택 유지로 벌어들일 막대한 시세 차익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또다시 실패하면 부동산 정책은 회복 불능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의 일관성있는 추진을 강조하는 모습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의 일관성있는 추진을 강조하는 모습MBC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아마 중과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라는 장관의 보고에 "아마가 아니다"라며 원칙을 고수하는 강력한 정책 추진을 천명했습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분당 아파트까지 매물로 내놓으며 다주택자들을 향해 매도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의 초강수 이후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2만 개 가까이 늘었고, 압구정 등 일부 강남 지역에서는 최고가 대비 9억 원에서 30억 원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도 부동산 가격을 완벽하게 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 역시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해당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습니다. 한 시청자는 "세금을 올린다고 해서 팔았더니 집값만 엄청 오른 것을 학습했는데 당연히 팔 리가 없다. 이번에도 흐지부지되면 앞으로 어떤 정권도 절대 부동산을 잡지 못할 것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버틴다는데 이번엔 제대로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 "이번에는 꼭 성공해서 정부를 믿고 행동한 사람이 후회하는 일 없도록 해달라"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5년 뒤 이 영상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처럼, 만약 이재명 정부마저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를 꺾지 못하고 부동산 안정화에 실패한다면 국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회복 불능 상태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집은 필수 공공재에 가깝다는 철학이 과연 투기적 수단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씁쓸한 현실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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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