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스틸컷
(주)디스테이션
04.
"구두가 어디로 이끄는지 집중하시라고요."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표면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인물은 두 사람 국희와 연경이다. 하지만 관계성으로 따지자면, 여기에 딸 해리가 포함되는 세 사람의 삼각 구조가 흥미롭다. 먼저, 이 작품은 세 인물의 관계를 단순한 가족 서사나 직장 서사로 환원하지 않는다. 세 사람은 극적 갈등과 화해의 서사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보다는 한 인물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어떻게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치에 가깝다(후반부에서 연경이 국희와 해리의 화해를 주선한다는 점에서는 장치적 활용이 전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딸에게는 일방적인 강요와 억압으로 다가설 수 있는 어머니이자 어린 주무관에게는 롤모델로서 일거수일투족을 닮고 싶은 상사인 국희. 한 인물에 대한 상반된 시선이 이 영화의 관계 구조를 흥미롭게 만든다.
딸 해리에게 국희는 늘 일에만 매달려 있는 부모다. 공무원 조직에서 완벽한 업무 처리와 승진만이 우선시되는 인물. 그런 삶의 태도는 자연스럽게 자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견지하고자 하는 태도가 아닌 다른 모든 경우의 모습은 일탈과 나태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로 낙인됨으로 인해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지점들에 대해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이해할 기회도 충분히 주어지지 못했고, 필요한 대화를 가질만한 시간도 나누지 못했다. 한편, 언제나 심약한 연경에게 국희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비친다. 불안과 공황을 겪으며 일하는 그에게 국희의 단단한 태도와 완벽한 업무 능력은 일종의 기준이자 직업적 모델이 된다. 같은 인물을 두고도 한쪽에서는 반발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동경이 일어나는 것이다.
국희는 가족이라는 사적 관계와 조직이라는 공적 관계, 두 자리 사이에 놓인다. 능력 있는 과장이자 여전히 부족한 어머니, 두 세계의 대립을 그리려는 건 아니다. 한 인물이 두 세계 사이에서 어떻게 다른 얼굴을 갖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 그 경계를 경험하며 자신이 어떤 어른으로 살아왔는지, 어떤 리듬과 태도를 견지해 왔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구조는 단순히 세 인물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사회와 가족 사이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하게 되는지 탐색하는 방식인 셈이다. 그리고 플라멩코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촉매제이자 융화제, 그리고 피날레(Finale)가 된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스틸컷(주)디스테이션
05.
"미안해, 그런 삶을 강요해서. 이제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플라멩코는 단순한 취미나 문화적 도구가 아니다. 국희에게는 평생 유지해 왔던 삶의 리듬이 다른 방식으로도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경험이다. 조직의 효율과 통제, 그리고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묶여 있던 삶의 태도는 춤의 리듬을 통해 조금씩 풀려간다. 연경에게도 이 경험은 언제나 두려움 속에서 움츠려있던 몸을 조금씩 앞으로 내딛게 만드는 시간이 된다. 그렇게 한 사람은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다른 한 사람은 처음으로 스스로의 삶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 모든 과정을 듀엣(Duet)을 시도하는 두 사람의 시간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 서로의 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움직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속에서 서서히 드러내고자 한다. 다른 리듬의 존재를 인정하고 배우는 일로부터 시작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내일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자리에서 시작된 변화는 하나의 질문이 되어 선명히 떠오른다. 우리는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또 그 리듬은 우리의 삶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가. 두 인물 국희와 연경이 더 넓은 바다와 더 깊은 호수가 되어 성장할 수 있었듯이, 우리 또한 이 질문 속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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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