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써브캐릭터 원' 티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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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개 싱글 '계절범죄' 원곡자 미로는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팔아 버린 계절의 기억을 후회하는 감정에 녹여 불렀다. 반면, 윤하는 "너와 함께했던 추억과 모든 것이 아파서 이 계절을 다 팔아버렸다"는 아련한 키워드를 느꼈다고 설명한다.
윤하는 통통 튀는 멜로디 때문에 듣기엔 편하지만 부르기엔 결코 쉽지 않은 이 곡을 능수능란한 호흡 조절을 통해 소화한다. 어쩌면 미로가 팔아버렸다는 '계절'의 구매자는 윤하였을지도 모른다.
음반 발매와 맞춰 소개된 '염라'는 원곡의 어두운 질감과는 대조를 이루는 애니메이션 OST풍 경쾌함을 앞세운 재해석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이다. 고난도의 편곡과 연주를 통해 "이래야 윤하지!"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유의 고음 목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밴드 사운드는 쉼 없는 전조(조바꿈)이 이뤄지는 곡 구성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이 노래를 지탱해 준다.
이밖에 '염라'와 함께 뮤직비디오까지 제작된 '써브 캐릭터 Sub Character'의 출렁이는 팝 펑크, 윤하표 얼터너티브 하드 록의 진수로 칭할 만한 '스카이 바운드 Skybound' 속 묵직한 타격감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이에 힘입어 원곡을 아끼는 팬들까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재해석이 완성됐다.
좋은 리메이크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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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리메이크의 기준은 그 곡이 지닌 숨겨진 가치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느냐의 여부다. 단순 복제에 그치는 조악함이나 원곡을 훼손하는 과격함을 배제하고 청자를 정서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면, 상업적 성과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
다행히 윤하의 현명한 선택에 힘입어 <써브캐릭터 원>은 2026년 꼭 들어야 할 리메이크 음반으로 스스로를 각인시킨다. 아티스트 본인과 원곡자들의 개성이 좋은 합을 이루면서 4곡의 트랙들은 저마다 골라 듣는 재미를 안겨준다.
지난 2022년 '사건의 지평선'을 통해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싱어송라이터의 진가를 입증했던 윤하는 리메이크라는 방식을 빌려 또 한 번 기분 좋은 '역주행'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음악적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켜왔던 윤하는 실험적이면서 과감한 선곡을 통해 원곡자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 누구도 예상 못 했던 깜짝선물을 팬들에게 안겨줬다. 잘 만든 리메이크 음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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