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도미니카 공화국과 이스라엘의 경기에서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이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가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조별리그 D조 1위 자리를 놓고 12일 오전 9시(한국시각)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경기를 가지는 가운데 양팀간 총력전이 예고되고 있다.
언뜻보면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두팀은 '압도적 D조 2강'이라는 예상처럼 3승씩을 거둬 여유 있게 8강행을 결정지었다.
조별리그에 무리해서 힘을 쓸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1위냐, 2위냐에 따라 8강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위를 차지할 경우 C조 2위인 대한민국과 맞붙게 된다. 반면 2위는 C조 1위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과의 진검승부를 피할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단판 승부로 희비가 엇갈리는 토너먼트에서는 강한 상대를 최대한 늦게 만나는 것이 맞으며 전략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타팀의 경계를 받고 있다. 안정적인 투수진과 매서운 타선을 동시에 갖춘 팀으로, 단기전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WBC 역사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왔고,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반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극적인 과정을 거쳐 8강에 올라왔다. 조별리그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마지막까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고, 결국 필요한 결과를 만들어내며 어렵게 토너먼트 진출권을 확보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일본보다 상대하기 수월한 것이 맞다.
이 때문에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모두 조 1위를 차지해 한국과 맞붙고 싶어한다. 우리 로서는 다소 씁쓸한 현실이지만, 동시에 국제 야구에서 한국이 다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과제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맹수끼리의 혈투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주니어 카미네로, 오닐 크루즈,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등 엄청난 이름값의 타자들이 즐비한 팀답게 도미니카공화국은 이번 1라운드에서 최강의 타격을 뽐내왔다.
니카라과를 12대3, 네덜란드를 12대1, 이스라엘을 10대1로 대파했다. 3경기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의 어마무시한 타격으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 시켜버렸다. 3경기 평균 11.3득점에 1.7실점을 기록했다.
팀타율이 무려 3할1푼9리다. 3경기 이상 치른 팀들 가운데 장타율 1위(0.692), 출루율 1위(0.488), OPS 1위(1.180)다. 정교함, 장타 모두 갖췄다는 점도 무서운데 심지어 볼넷도 29개나 얻었다. 상대 투수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의 팀이다.
루이스 아라에즈, 윌러 아브레유,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윌슨 콜트레라스 등이 맹활약한 베네수엘라도 만만치 않았다. 네덜란드를 6대2, 이스라엘을 11대3, 니카라과를 4대0으로 어렵지 않게 폭격했다. 3경기에서 21득점, 5실점으로 평균 7득점, 1.7실점을 기록했다.
팀타율 2할9푼7리에 5개의 홈런도 쳤다. 도미니카공화국이 워낙 괴물같아서 그렇지 베네수엘라 타선도 무섭기는 매한가지다.
마운드도 충분히 강하다. 베네수엘라는 팀 평균자책점이 1.33이고 도미니카공화국은 1.80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말린스), 베네수엘라는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선발 투수로 나선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의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경기에서 베네수엘라 선수들이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국에게도 기회는 있다…단판 승부의 변수
상대 팀들이 한국을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라고 판단한다고 해서 실제 경기 결과까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WBC 토너먼트는 단판 승부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은 변수 하나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극적인 상황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경기마다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 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큰 경험이 됐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올라온 팀은 토너먼트에서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일정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일정을 먼저 마치고 휴식 시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8강전에 나선다. 반면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는 조 1위를 결정하는 경기를 치른 뒤 비교적 짧은 휴식 후 8강전을 준비해야 한다. 투수 운용이나 체력 관리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조금 더 여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상대 전력은 강력하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는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다. 한 번 타격 흐름이 살아나면 짧은 시간에 대량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격력을 갖고 있다. 한국이 4강 진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수진이 상대 중심 타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봉쇄하느냐가 중요하다.
타선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많은 득점 기회가 오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찬스를 점수로 연결하는 능력이 승부를 좌우한다. 수비에서도 작은 실수를 줄여야 한다. 실책 하나가 경기 흐름 전체를 흔드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국제 야구 역사에서 강팀이 항상 승리한 것은 아니다. 단판 승부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가 자주 나왔고, WBC 역시 수많은 이변을 만들어낸 무대였다.
도미니카공화국이든 베네수엘라든, 한국이 상대하게 될 팀은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가진 강팀이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기적 같은 8강 진출을 이뤄낸 한국의 저력이라면 다시 한 번 이변을 쓰지 말란 법도 없다.
한국 대표팀이 강팀들이 계산 중인 '유리한 선택'을 보기 좋게 깨트리며 승리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국내 야구 팬들의 시선이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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