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간의 '골키퍼 호러쇼'... 투도르 감독이 초래한 재앙

토트넘 홋스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서 아틀레티고 마드리드에 5-2 패배

 11일(한국 시각) 마드리드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25-2026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의 경기
11일(한국 시각) 마드리드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25-2026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의 경기EPA=연합뉴스

2003년생 백업 골키퍼에게 챔피언스리그 선발 출장의 무게는 너무나 가혹했다. 토트넘 홋스퍼의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악몽 같은 경기력을 보이며 대패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1일(한국 시각) 마드리드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25-2026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가 토트넘(잉글랜드)을 5-2로 완파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 6분 마르코스 요렌테, 14분 앙투안 그리즈만, 전반 15분과 후반 10분 훌리안 알바레스의 멀티골, 전반 22분 로뱅 르 노르망이 각각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전반 26분 페드로 포로와 후반 31분 도미닉 솔랑케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차전 승리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8강 진출을 향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장면은 바로 토트넘의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의 깜짝 선발출장과 이른 교체였다. 이고르 투도르 토트넘 감독은 기존의 주전 골키퍼 굴리에모 비카리오를 놔두고 킨스키를 중요한 빅매치에 선발 투입했다.

킨스키는 체코 출신의 골키퍼 유망주로 자국리그 SK슬리비아 프라하를 거쳐 지난 2025년 1월 토트넘에 입단했다. 체코 리그에서는 리그 선방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으나, 수준이 높아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비카리오에게 밀려 2옵션에 그치며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못했다. 아틀레티코전은 그의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무대였다.

하지만 투도르 감독의 파격적인 모험수는, 킨스키와 토트넘 모두에게 재앙이 됐다. 킨스키는 초반부터 스페인 원정경기의 미끄러운 잔디와 열광적인 응원 열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한 듯 보였다.

불과 전반 6분 만에 킨스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처리하려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를 놓치지 않은 마르코스 요렌테가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실점 이후 멘탈이 급격히 흔들린 킨스키는 불안한 모습으로 자멸을 자초했다. 전반 14분에는 이번엔 수비수 미키 판 더 펜도 볼 경합 과정에서 미끄러지며 그리즈만에게 일대일 찬스를 허용하며 두번째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불과 1분 뒤인 전반 15분에는 또 킨스키의 치명적인 터치 미스가 훌리안 알바레스에게 연결되며 순식간에 세 번째 실점까지 이어졌다.

토트넘은 전반에만 4골을 실점했다. 이중 초반 3골은 모두 상대팀이 만든 찬스가 아니라 자신들의 실수로 나온 사실상의 자책골이나 마찬가지였다. 참담한 경기 내용에 보다 못한 투도르 감독은, 결국 3번째 실점이 터지고 2분 만인 전반 17분 만에 킨스키를 빼고 비카리오를 투입했다.

선발 골키퍼가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경기 시작 20분도 안 돼 교체되는 것은 프로축구에서 보기 드문 굴욕적인 장면이었다. 킨스키는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투도르 감독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22세 어린 골키퍼에게 격려나 위로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외면했다. 오히려 선수들이 나서서 대신 킨스키를 위로해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설상가상 토트넘의 악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중앙 미드필더 주앙 팔리냐와 수비수 로메로가 머리끼리 강하게 충돌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두 선수 모두 고통을 호소하며 모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토트넘은 16강 2차전과 리그 잔여일정을 앞두고 전력 누수라는 이중고를 안게 됐다.

투도르 감독은 경기 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킨스키를 선발투입한 결정이 '경기전'에는 옳았다며 자신의 선택을 옹호했다.

투도르는 "킨스키는 좋은 골키퍼였고, 비카리오는 최근 부진으로 압박감을 받고 있었다. 킨스키를 투입한 것은 경기 전에는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쁜 상황이 벌어진 후에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하기는 쉽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15년간 지도자를 했지만 골키퍼를 빠르게 교체한 것은 나도 처음이다. 선수와 팀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결정이었다. 나로서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결정이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럽 현지 언론들의 반응은, 이번 아틀레티코전 대형 참사의 책임이 킨스키보다는 투도르 감독에게 있다고 보는 시각이 훨씬 지배적이다. 특히 UCL같은 큰 무대에 나설 준비가 덜 된 유망주를 무리하게 투입했다가 조기교체하며 '희생양'으로 만들어놓고도, 책임을 외면하는 냉담한 모습에 축구팬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현재 토트넘은 최근 구단 역사상 최초로 6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는 5연패로 2부 강등 위기에 몰린 데 이어 유일하게 생존해있던 UCL 경기마저 크게 무너지면서 탈락이 유력해졌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투도르 감독은 전임 토마스 프랭크 감독의 경질로 인하여 시즌중 임시 감독으로 부임하며 팀을 구원할 '소방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EPL 경험이 없고 이전 소속팀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투도르 감독의 선임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많았다.

우려한 대로 투도르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내리 4전 전패를 당하며 토트넘 역대 감독 중 단연 최악의 스타트를 끊고 말았다. 영국 현지에서는 최근 투도르 감독의 조기경질 가능성까지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유로파리그(UEL) 우승팀의 영광은 1년도 안 돼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레전드' 손흥민(LA FC)이 한층 활약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토트넘의 어두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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