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노 어더 랜드> 스틸컷
필름다빈
03.
"이런 우정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겠어?"
이 작품에서 주목되는 지점 가운데 하나는 역시 팔레스타인 활동가인 바셀과 이스라엘 기자인 유발의 만남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획된 이야기가 아니기에 극적 서사로 이어낼 필요는 없지만, 현실에 빗대어 보더라도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두 인물, 대립 중인 두 국가를 각각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이들의 만남과 조력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셀과 유발은 동일한 상황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바셀은 현 상황에서 피해자에 속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자 활동가다. 가족과 동료, 이웃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터전과 보금자리를 잃는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봐 왔다. 반면, 유발은 이스라엘 사람이다. 두 사람은 서로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서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대표적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제시한다. 제한 없이 다닐 수 있는 이스라엘 차량과 서안 지구만 이동 가능한 팔레스타인 차량은 색으로 구분된다. 기본적인 이동권과 관련한 문제다. 두 사람의 법적 권리와 일상적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물론 또 다른 활동가인 아버지가 체포되고,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자신 역시 수색 대상이 되는 등의 물리적 폭력이 바셀에게 가해지는 동안, 유발에게도 다른 종류의 폭력이 도달한다. '팔레스타인을 돕는 배신자'라는 이스라엘 쪽에서의 낙인과 고립, 해결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 울분이 쌓인 팔레스타인 인들로부터의 항의와 비난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더 넓은 세상에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유발과 이에 동의하면서도 그 기대를 경계하는 듯한 바셀의 같으면서도 다른 태도가 낳는 윤리적 긴장이다. 이 감각은 외부의 조력이 현실을 타개할 힘이 될 수 있는가로 향하고, 더 나아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매체가 현실을 기록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실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가닿는다.
04.
"떠나지 않는 게 가장 힘든 투쟁이다."
2019년 여름으로부터 시작된 영화가 타임라인을 따라 나아가는 동안, 자신들의 법적 명령을 사수하고자 하는 이들의 행동은 더욱 과격해진다. 마스크를 쓴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몰려와 군의 비호 아래 마사페르 야타 지역을 공격하기도 하고, 급기야 군은 전기를 끊는 것도 모자라 식수원인 우물에 시멘트를 붓는 방법까지 동원하며 지역 주민을 몰아내고자 한다. 비폭력 투쟁을 기본 기조로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그곳에 존재함으로써 자신의 땅을 지켜내는 일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놓이는 것은, 과격해지는 폭력과 압박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하나둘 마사페르 야타 지역을 떠나는 모습이다.
이 작품은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베를린 다큐멘터리상과 파노라마 관객상,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장편 다큐멘터리상까지 수상하며 이후 여러 영화제에서도 주요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이처럼 <노 어더 랜드>가 국제적으로 관심을 얻을 수 있는 배경은 단순히 현시대의 민족적, 정치적 갈등을 주제로 삼고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지도 위에서는 선 하나로 그려지는 국경의 문제나 숫자로 뭉뚱그려질 수 있는 현실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의 장면으로 주어진다는 것. 그 위에서 버티고 감내하는 이들의 개인적 시간이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노 어더 랜드> 스틸컷필름다빈
05.
한편,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떨칠 수 없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카메라 촬영 기법인 핸드헬드(Handheld)에 관한 것이었다. 의도에 의해 연출된 흔들림을 통해 얻게 되는 현장감이다. 대체로 만들어진 서사가 현실의 감각을 갖고 싶을 때 활용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 작품의 많은 장면에도 핸드헬드를 활용한 영상이 존재한다. 다만, 같은 표현에서 '의도에 의해'라는 부분과 '얻게 되는'이라는 수식어가 제거된 상태다. 정리하면 '흔들리는 현장감' 정도가 될 것 같다. 여기에 진짜 '핸드헬드'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히려 이 경우에 현실감이 떨어지는 듯한 감정이 되고 만다. 다소 혼란스럽다. 가짜를 통해 진짜를 구현하고자 할 때는 그 현장감을 느끼고(극영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때는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 말이다. 사실이 아님을 알기에 스크린이 전부라는 데에서 인식하는 가까움과 현실임을 알기에 도리어 또렷해지는 먼 감각이다. 이 작품이 던지는 물음과도 이어진다. 이렇게 지켜보는 것만으로 바뀌는 것이 있을까?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면, 다른 다큐멘터리 작품에서도 수없이 경험했을 지점인데 유난히 이 작품 <노 어더 랜드> 앞에서 크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