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치기 끝 대만에 패배… 한국 야구, 8강 진출 '적신호'

[2026 WBC] 호주전 대량 득점 승리 필요… 타선 폭발이 해답

대만에 4-5로 패한 한국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연장 10회말 4-5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그라운드로 걸어 나오고 있다.
대만에 4-5로 패한 한국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연장 10회말 4-5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그라운드로 걸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가 또 한 번 벼랑 끝으로 몰렸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있었던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조별리그 경기에서 대만과 연장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5로 패했다. 경기 막판까지 이어진 긴장감 넘치는 승부였지만, 마지막 한 점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번 패배는 단순한 한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이미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한 상황에서 대만전까지 내주며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 1승 2패에 머물렀다. 8강 진출을 향한 길이 급격히 좁아졌고, 이제는 다른 경기 결과까지 따져야 하는 복잡한 '경우의 수' 상황에 놓였다.

경기 내용은 끝까지 팽팽했다. 한국은 초반 선취점을 올리며 기세를 잡는 듯했다. 간판 타자 김도영이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6회말 1사 1루에서 역전 투런 홈런을 친 것을비롯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뽐내며 3타점을 올렸고 경기 흐름을 여러 차례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만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장타력을 앞세워 경기 흐름을 뒤집었고 한국 투수진을 꾸준히 압박했다. 경기 중반 이후에는 양 팀이 한 점씩을 주고받으며 접전이 이어졌다.

정규 이닝이 끝날 때까지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결국 연장 승부치기에 돌입했고,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대만은 희생번트와 작전 야구를 활용해 결승점을 만들어냈다. 반면 한국은 마지막 공격에서 동점을 만들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도쿄돔을 찾은 한국 팬들의 응원은 경기 끝까지 이어졌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는 순간 경기장은 깊은 정적에 잠겼다. 대표팀 선수들은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아쉬움과 함께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위기감이 동시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비슷한 장면을 겪어왔다. 마지막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살아남으려면 터져야 한다… 호주전 '대량 득점'이 관건

연장전 득점 기회 놓치는 한국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연장 10회말 1사 3루 한국 김혜성의 타구 때 3루 주자 김주원이 홈에서 태그아웃되고 있다.
연장전 득점 기회 놓치는 한국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연장 10회말 1사 3루 한국 김혜성의 타구 때 3루 주자 김주원이 홈에서 태그아웃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해답은 공격력이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를 상대한다. 사실상 운명을 결정짓는 경기다. 단순한 승리만으로는 부족할 가능성도 크다. 득실 차와 실점률 등 세부 지표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계산에 따르면 일본이 호주를 꺾고 한국이 호주에게 승리할 경우 세 팀이 2승 2패로 맞물리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순위는 실점률과 득실 차 등 세부 기록으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대표팀은 최대한 많은 점수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부 분석에서는 5점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상대가 호주라는 점이다.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조별리그에서 만만치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마운드 역시 준수한 편이다.

따라서 한국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대표팀 타선의 중심에는 김도영과 이정후가 있다. 여기에 문보경, 셰이 위트컴, 저마이 존스, 안현민 등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득점권 상황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결정적인 안타가 나오지 않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공격 흐름이 끊기면서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한 것이다.

야구에서는 한 번의 빅이닝이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대표팀이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순간이다. 초반부터 연속 안타와 장타가 이어지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장악하는 장면. 그것이야말로 한국이 이번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일정도, 변수도 쉽지 않았다… 마지막 한 경기의 의미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마주한 상황에는 여러 변수들이 얽혀 있었다. 조 편성부터 쉽지 않았다. 일본, 호주, 대만 등 강팀들과 같은 조에 묶였다. 특히 일본은 세계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이다. 대만, 호주 역시 이제는 우리보다 마냥 약하다고 할 수 없으며 실제로 대만에게는 직전 경기에서 분패했다.

일정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된다. 만약 체코와의 경기가 마지막이었다면 득실 차를 조정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체코를 상대로 대량 득점을 올리며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가능성도 컸다.

그러나 일정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한국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호주전이다. 이 경기는 단순히 조별 리그 통과 여부만을 결정하는 경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논란을 가늠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는 한때 세계 무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 굵직한 성과로 세계 야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다소 무겁다. 국제대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국 야구 위기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호주전은 단순한 조별리그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표팀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경기이며, 동시에 다음 세대를 이끌 젊은 선수들에게는 향후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의 장이다.

복잡한 계산식이 존재하지만 야구의 본질은 결국 단순하다. 더 많이 치고, 더 많이 점수를 내고, 상대보다 크게 이기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그 단순한 답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할 수 있을지, 도쿄돔의 마지막 밤이 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벼랑 끝에 선 한국 야구의 운명은 이제 단 한 경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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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호주전 대한민국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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