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만드는 골 터뜨리고 기뻐하는 한국의 강채림(오른쪽)
AFP=연합뉴스
시드니의 거대한 경기장은 노란 물결로 가득했다. 대부분 관중석을 채운 것은 개최국 호주 팬들이었다. 약 7만 명의 함성이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장을 흔들며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왔다. 8일 호주 시드니의 아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였다.
상대 팀은 여자 월드컵 4강을 경험한 팀이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하지만 먼저 침묵시킨 쪽은 한국이었다. 전반 13분, 전유경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은주의 몸을 던진 슬라이딩 슈팅으로 이어졌고,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은 순간 조용해졌다. 7만 명의 함성이 잠시 멈춘 듯했다.
강팀 호주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31분 세컨볼 상황에서 동점골을 내줬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샘 커가 역전골을 터뜨렸다. 전반 종료 스코어는 1-2, 흐름은 홈팀 쪽으로 기울어 보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 벤치가 움직였다. 강채림이 투입됐고, 이 교체가 경기를 바꾸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후반 53분, 강채림의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의 핸드볼 반칙이 나오고, 페널티킥을 김신지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2-2 동점이 되었다.
불과 2분 뒤, 강채림이 박스 안에서 반박자 빠른 슈팅을 날렸다. 공은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혔고, 스코어는 3-2.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석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 침묵 속에는 놀라움과 경외가 섞여 있었다.
마지막까지 이어진 압박은 대부분 호주의 공격이었다. 홈 팬의 응원을 등에 업은 호주는 끊임없이 한국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추가시간 90+7분, 아쉽게 동점골이 터졌다.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지만, 단순한 무승부는 아니었다. 한국은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를 확정하며 8강에서 비교적 유리한 대진을 확보했다.
스포츠에는 결과보다 오래 남는 순간이 있다. 이날 시드니 경기장에서 한국 여자축구가 보여준 장면이 바로 그렇다.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도 선수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고, 목표는 단순한 8강이 아니라 더 높은 자리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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