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스타일스의 네번째 정규 앨범 'Kiss All The Time. Disco, Occasionally.'Sony Music
2023년 제65 그래미 어워드의 주인공은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였다. 당시 해리 스타일스는 이 시상식에서 자신의 세 번째 정규 앨범 <해리스 하우스(Harry's House)>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음악적으로 저평가받는 경우가 잦은 보이 밴드(원 디렉션)의 멤버가 시대의 아티스트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당시 그에게 트로피를 전달한 시상자는 해리 스타일스의 70대 여성 팬이었다. 20세기 팝과 소프트 록에 기반한 해리 스타일스의 음악 세계가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가졌는지를 증명한 장면이기도 했다.
해리 스타일스가 지난 3월 6일, 자신의 네 번째 정규 앨범 <키스 올 더 타임. 디스코, 오케이셔널리(Kiss All The Time. Disco, Occasionally.)>를 발표했다. 지난 2월 공개된 선공개곡 '애퍼처(Aperture)'를 비롯해 솔로 커리어 내내 함께 작업해온 프로듀서 키드 하푼, 타일러 존슨 등의 아티스트와 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자, 해리 스타일스가 30대가 되어 처음으로 발표하는 앨범이다.
해리 스타일스는 이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모처럼 오랜 휴지기를 보냈다. 2024년에는 원디렉션의 멤버 거(故) 리암 페인을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해리 스타일스는 애플 뮤직의 제인 로우와의 인터뷰에서 친구의 죽음 이후 "인생을 최대한으로 살고 싶어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 다 한' 앨범
뚜껑을 열어본 해리 스타일스의 신보는 그의 솔로 커리어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비대중적인 앨범이다.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 보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디스코'가 들어가는 앨범 제목이 무색하게, 디스코의 비중은 매우 적다.
이번 앨범의 참여진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재즈 드러머 톰 스키너다. 재즈 밴드 손즈 오브 케멧(Sonz of Kemet)과 더 스마일(The Smile)의 멤버로 유명한 아티스트다. 톰 스키너 특유의 잘게 쪼개진 드럼, 그리고 일렉트로닉 록 밴드 엘시디 사운드시스템의 앨범에서 들을법한 신스 사운드 같은 요소들이 흥미롭게 뒤섞인다. (해리 스타일스는 이번 앨범을 앞두고 엘시디 사운드시스템의 콘서트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장르적 경계를 무력화시키는 시도는 어느 때보다 과감하다. 브레이크비트와 가스펠 콰이어가 독특한 긴장감을 만드는 '시즌 투 웨잇 로스(Season 2 Weight Loss)', 39인조 오케스트라가 주도하는 챔버팝 '커밍 업 로즈스(Coming Up Roses)'는 꼭 들어봐야 할 곡이다. 슈가힐갱의 '래퍼스 딜라이트(Rapper's Delight)'을 떠올리게 하는 '댄스 노 모어(Dance No More)'도 흥미롭다. 영롱한 신스 리프를 들려주는 '카를라스 송(Carla's Song)'에서는 실제 지인의 이름을 빌려 음악의 힘을 예찬한다.
과감하게 음악적 야심을 드러낸 작품이지만, 팝 뱅어(흡입력을 갖춘 싱글)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해리 스타일스가 스포티파이에서 40억 회의 재생수를 돌파한 '애즈 잇 워즈(As It Was)'를 비롯해 '골든(Golden)', '어도어 유(Adore You)', '워터멜론 슈가(Watermelon Sugar)' 등을 만든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해리 스타일스의 목소리와 보컬 멜로디의 존재감도 비교적 옅은 편이다. 결혼을 한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American Girls' 같은 곡도 있지만, 신보의 가사는 추상적인 감정의 묘사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의도적으로 팝스타의 친절함을 걷어냈다는 인상마저 준다.
음악 팬들과 마니아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미국 '롤링스톤'은 "기묘하면서도 유쾌하고, 때로는 사랑스러우며, 시종일관 매혹적인 앨범"이라 호평했다. 미국의 음악 웹진 '페이스트 매거진'은 "음악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전작같은 히트곡은 없다"고 평했다. 영국 가디언은 앨범의 제목을 빌려 "전체적으로 괜찮고, 가끔 좋다"고 평했다.
실제로 발매 직후 신보의 파괴력은 전작에 미치지 못 한다. '애퍼쳐'는 발매 직후 스타 파워에 힘입어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지만, 다음주 20위권 바깥으로 떨어졌다. 물론 이 곡들에 더 큰 생명력을 부여할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해리 스타일스는 오는 5월부터 월드 투어 '투게더, 투게더(Together, Together)'에 돌입한다. 오는 3월 9일에는 넷플릭스 '해리 스타일스 : 원 나잇 인 맨체스터'를 통해 신보 수록곡의 첫 라이브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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