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록'부터 '흥행 요정'까지, '왕사남'의 천만 이야기

'흥행 보증수표' 유해진, '첫 천만 영화' 유지태, '천만 요정' 이준혁... 더욱 각별한 흥행 성적

"일단 만약에라도 나중에 천만이 되면, 일단은 전화번호를 바꾸고, 개명하고, 성형할 겁니다. 아무도 날 못 알아보게. 그리고 다른 데로 귀화할까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요트를 살까 생각 중이에요. 요트를 사서 선상 파티를 하려고요."

<왕과 사는 남자> 개봉을 앞둔 지난 2월 1일, SBS 라디오 <배성재의 텐>에 출연한 장항준 감독은 '천만 공약'을 묻는 배성재 DJ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당시만 해도 <왕과 사는 남자>의 현실적인 목표는 손익분기점(260만) 돌파였기 때문에 저런 농담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6일 개봉 32일 만에 누적 관객 1000만을 돌파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높은 유명세에 비해 좀처럼 흥행작이 없었던 장항준 감독은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왕과 사는 남자>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천만 배우'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왕과 사는 남자>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이 작품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엄흥도 역의 유해진과 한명회 역의 유지태, 그리고 금성대군으로 특별 출연한 이준혁에게 <왕과 사는 남자>는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 됐다.

[유해진] 전성기 보내고 있는 최고 흥행 배우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역사책을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로 열연을 펼치며 천만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역사책을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로 열연을 펼치며 천만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주)쇼박스

유해진은 오랜 기간 동안 '신스틸러'로 작품을 빛내던 조연으로 활약하다가 뒤늦게 주연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배우다. 유해진은 '용가리'라는 극중 이름이 더 익숙했던 <주유소 습격사건>을 시작으로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2000년대 초반 여러 영화에서 유쾌한 감초 연기를 선보였다. 2002년에는 장항준 감독의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에서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을 가진 '침착남'을 연기했다.

2005년 <왕의 남자>를 통해 첫 천만 영화를 만난 유해진은 <타짜>, <강철중: 공공의 적 1-1> 등에서 '명품 조연'으로 맹활약했다. 물론 <이장과 군수>, <권순분 납치사건>, <트럭> 등 주연을 맡은 영화도 있었지만, 유해진은 여전히 조연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다. 2010년대 들어서도 <부당거래>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베테랑> 같은 흥행작에 출연한 유해진은 2016년 <럭키>를 통해 주연 배우로 자리 잡았다.

유해진이 기억을 잃은 살인 청부업자를 연기한 <럭키>는 697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고, 2017년 현빈과 공동 주연을 맡은 <공조> 역시 781만 관객을 동원했다. 2017년 자신의 3번째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유해진은 <1987>, <완벽한 타인>, <말모이>, <봉오동 전투>, <공조2: 인터내셔널>, <올빼미> 등에서 주연을 맡아 흥행을 견인했다.

이어 2024년 <파묘>를 통해 4번째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지난해에도 <야당>으로 337만 관객을 모은 유해진은 24년 만에 장항준 감독과 재회한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역사책을 찢고 나온 배우'라는 평가를 받으며 커리어 5번째 천만 영화를 만들었다. '흥행 보증 수표' 유해진은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유지태] 28년의 기다림 끝에 천만 배우 등극

 한명회 역의 유지태는 1998년 <바이준>으로 데뷔 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천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됐다.
한명회 역의 유지태는 1998년 <바이준>으로 데뷔 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천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됐다.(주)쇼박스

지난 1999년 10월에 개봉했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는 주연을 맡았던 이성재와 유오성 외에도 이요원과 김수로, 이종혁, 폭주 청년으로 특별 출연한 차승원까지 훗날 스타로 성공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왕과 사는 남자>에 함께 출연했던 유지태와 유해진도 페인트와 용가리 역으로 출연했는데, 조·단역이던 유해진이 최고의 흥행 배우가 된 것과 달리 유지태는 상대적으로 흥행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주목 받은 후 <동감>, <봄날은 간다>, <올드보이>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유지태는 '빅3'로 불리던 최민식과 송강호,설경구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배우로 꼽혔다. 하지만 <올드보이> 이후 <남극일기>, <야수>, <가을로>, <황진이>, <순정만화>, <비밀애> 등이 차례로 흥행에 실패하며 흥행 배우로 도약하지 못했다. 유지태 역시 단편 영화를 연출하고 연극 활동을 하면서 흥행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렇게 2010년대 들어 영화배우로서 활동이 위축되는 듯 했던 유지태는 2017년 400만 관객을 동원한 <꾼>과 2019년 338만 관객을 모은 <돈>을 통해 악역 배우로 매력을 뽐냈다. 유지태는 2023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비질란테>에서 '피지컬 괴물'로 불리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조헌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16kg를 증량했고 그 덕분에 <왕과 사는 남자>에서 새로운 한명회가 탄생할 수 있었다.

평소 선한 눈빛으로 유명했던 유지태는 한명회를 표현하기 위해 눈가에 테이핑을 해 사나운 인상을 만들어 그 시절 조선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였던 한명회를 보여줬다고 한다. 유지태는 이로써 데뷔 후 28년만에 단숨에 '천만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이준혁] 5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한 '천만 요정'

 이준혁은 2023년 <범죄도시3>부터 <왕과 사는 남자>까지 3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천만영화 세 편에 출연했다.
이준혁은 2023년 <범죄도시3>부터 <왕과 사는 남자>까지 3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천만영화 세 편에 출연했다.(주)쇼박스

영화에서는 단순히 영화의 화제성을 높이고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명 스타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또 주연만큼 분량은 크지 않지만 이야기에 반드시 필요한 캐릭터를 유명배우가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 <달콤한 인생>에서 "인생은 고통이야"라는 명대사를 날렸던 백사장 역의 황정민과 <부산행>에서 열차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린 소녀 역의 심은경 등의 특별 출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영월군수 역의 박지환과 노루골 촌장을 연기한 안재홍, 이홍위의 장인 여량부원군 역의 장현성 등이 특별 출연했다. 그 중에서도 이홍위의 숙부 금성대군을 연기하며 관객들로부터 'GS대군'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이준혁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놀라운 사실은 이준혁이 영화를 전문으로 활동하는 배우가 아님에도 유해진과 같은 5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배우라는 점이다.

2017년과 2018년에 개봉한 <신과 함께-좌와 벌>과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악역 박무신 중위 역을 맡아 단숨에 '쌍천만 배우'가 된 이준혁은 5년이 지난 2023년 <범죄도시3>에서 빌런 주성철을 연기했다. 주성철은 <범죄도시1,2>의 장첸(윤계상) ,강해상(손석구 분)에 비해 빌런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런 비판과 별개로 <범죄도시3>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같은 해 또 하나의 천만 영화 <서울의 봄>에서 육군 참모총장을 보좌하는 경호장교 권형진 준위 역을 맡아 4번째 천만 영화에 출연한 이준혁은 <왕과 사는 남자>의 금성대군을 통해 또 하나의 천만 영화를 만들었다. 이준혁은 분량이 적은 특별 출연임에도 동료 배우들과 <왕과 사는 남자>의 무대 인사를 함께 했다. 이제 영화 제작사들은 무려 5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천만 요정' 이준혁을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왕과 사는 남자>의 배급사 쇼박스는 6일 공식 SNS를 통해 <왕과 사는 남자>의 1000만 관객 돌파소식을 알렸다.
<왕과 사는 남자>의 배급사 쇼박스는 6일 공식 SNS를 통해 <왕과 사는 남자>의 1000만 관객 돌파소식을 알렸다.(주)쇼박스
왕과사는남자 천만관객 유해진 유지태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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