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결승 2점 홈런을 친 호주의 로비 퍼킨스(오른쪽)
AFP=연합뉴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부터 이변이 나왔다. 2024 프리미어12 챔피언 대만이 호주에 영봉패를 당했다.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본선 1라운드 C조 1차전에서 호주는 대만을 3대 0으로 제압했다.
당초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받았다. 한국, 일본, 대만과 다르게 정식 프로리그 없이 세미프로리그로 운영되고 있는 호주는,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자국 호주 리그에서 뛰는 멤버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호주의 전력은 예상보다 탄탄했다.
호주는 이날 대만 타선을 산발 3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잠재웠다. 투수진은 알렉스 웰스(3이닝 1볼넷 6탈삼진, 46구), 잭 오러플린(3이닝 2피안타, 44구), 존 케네디(3이닝 1피안타, 41구) 등 3명의 좌완투수가 사이좋게 3이닝씩을 분담하며 대만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WBC 투구수 제한 규정에 따라 3명의 투수 모두 50개 미만의 투구수를 기록했기에 하루만 쉬고 다음 경기에 투입이 가능해졌다. 9일 열리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투수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호주에겐 호재다.
타선에서는 로비 퍼킨스와 트래비스 바자나가 홈런 두 방만으로 팀의 모든 점수를 책임졌다. 퍼킨스는 2023년 한국전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낸 타자이고, 바자나는 2024년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국전에서도 유력한 경계대상으로 꼽힌다. 호주는 2023년 대회에서는 한국을 1차전에서 잡아내며 8강 진출, 이번 대회에서도 대만까지 잡아내며 강팀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타선 부진' 대만, '강팀 킬러' 호주에 뒷덜미
대만은 이미 대회 전부터 우수한 투수력에 비하여 타선의 부진이 약점으로 꼽혔다. 호주전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만은 호주전을 반드시 잡기 위하여 1선발 쉬뤄시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고 있는 쉬뤄시는 4이닝을 2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쉬뤄시가 내려간 이후, 불펜진이 가동되며 천포위와 장이가 각각 홈런을 하나씩 내주기는 했지만, 5명의 투수가 7안타 3볼넷 3실점으로 호주 타선을 막아냈다. 선발 쉬뤄쉬 외에 4명의 투수들은 모두 30구 이하를 던졌다.
반면 대만의 타선은 무기력했다. 상대인 호주의 전력을 얕본 듯 라인업의 절반 이상을 5명을 좌타자로 기용했으나, 이는 호주의 좌완들에게 3안타 2볼넷을 뽑아내는 데 그치며 꽁꽁 틀어막히는 자충수로 돌아왔다. 여기에 더해 주축 타자이자 지난 프리미어 12 우승의 주역이었던 주장 천제셴이 손등에 사구를 맞아 교체되며 잔여 경기에 출장이 불투명해지는 악재까지 겹쳤다. 대만은 역대 WBC 대회에서 2013년 대회 외에는 첫 경기를 항상 패한다는 '1차전 징크스'를 이번에도 피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C조는 대한민국-일본-대만의 '3강'이 8강 진출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절대 1강'으로 꼽히는 일본에 이어, 한국과 대만의 2위 싸움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호주의 대만전 승리로 C조의 판도는 안갯속에 빠졌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같은 날 열린 첫 경기에서 체코를 상대로 11-4로 대승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강점으로 꼽힌 타선은 1회말에 나온 문보경의 선제 만루홈런, 셰인 위트컴의 연타석포, 저마이 존스의 쐐기포 등 무려 4방의 홈런 포함 10안타를 폭발시켰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소형준이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한국이 WBC에서 1차전을 승리한 것은 2009년 이후 무려 17년 만이었다.
하지만 C조 최약체로 꼽힌 체코에게 4점이나 내준 투수진은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체코에 허용한 피안타 9개(3사사구)는 한국과는 불과 안타 한 개 차이였다. 롱릴리프 역할을 기대한 정우주가 체코 테린 바브라에서 3점 홈런을 내주며 1이닝 2피안타로 흔들렸다. 다른 투수들도 계속 주자를 출루시키며 실점 위기 상황이 많았다. 깔끔한 삼자범퇴는 7회(조병현)와 8회(김영규, 각 1이닝) 단 2이닝 뿐이었다.
7일 C조 최강팀이자 디펜딩챔피언 일본을 만나게 되는데 이 투수력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된다. 7명의 투수를 동원한 대표팀은 소형준(42구)이 50구 이하, 나머지 6명의 투수들이 30구 이하를 던지며 투구수 관리에는 성공했다.
▲WBC 1차전 승리 거둔 한국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 11-4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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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깨고 호주가 대만을 잡은 것은, 한국으로서는 호재도 악재도 될 수 있다. 당초 한국은 8일 열리는 대만전이 사실상 조별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2위 결정전'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제는 대만전 승패와 별개로 '경우의 수'가 더 다양해졌다.
한국은 C조 최강전력인 일본을 제외하고 남은 경기를 모두 잡으면 3승 1패로 자력 8강행을 확정할수 있다. 설령 일본-대만전을 모두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최종전에서 호주를 잡으면(일본이 대만, 호주를 잡는다는 전제하에) 한국, 대만, 호주 3팀이 서로 물고 물리는 상황도 가능하다. WBC는 동률이 될 경우 승자승과 득실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반면 한국이 대어 일본을 잡고도 대만-호주에게 연패하여 탈락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그래도 2023 WBC에서 첫 경기부터 호주에게 패배하며 8강행 가능성이 희박해졌던 것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다.
총력전의 무게중심이 일본전-대만전에서 대만전-호주전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은 하루 휴식 후 17시간 간격으로 7일 일본과 저녁 경기(오후 7시), 8일 대만과 낮 경기(12시)을 연이어 치러야하는 일정이 최대 고비로 꼽힌다.
만일 일본전에서 패배하며 투수력 소모까지 심해지면, 이후 대만과 호주전 마운드 운용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일 일본전에서 초반에 경기가 어려워진다면, 무리한 승부 대신 대만전과 호주전을 대비하는 '선택과 집중'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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