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 홈런 날린 문보경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 1회말 1사 만루 문보경이 만루 홈런을 치고 타구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국제대회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은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지만 한국야구, 특히 WBC에서 첫 경기는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2009년 제2회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2013년 WBC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 2017년 WBC 첫 경기에서 이스라엘, 2023년 WBC 첫 경기에서 호주에게 덜미를 잡혔다. 모두 한국이 '1승 제물'로 생각했던 상대들이었고 첫 경기에서 패한 한국은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체코 역시 C조 5개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팀이지만 한국으로서는 확실한 승리를 통해 '첫 경기 징크스'를 깨야 했다. 한국은 류지현 감독이 예고한 대로 소형준이 선발 등판했고 김도영(지명타자)-저마이 존스(좌익수)-이정후(중견수)-안현민(우익수)-문보경(1루수)-위트컴(3루수)-김혜성(2루수)-박동원(포수)-김주원(유격수)으로 타순을 꾸렸다. 지난 3일 8점을 올렸던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평가전과 같은 타순이었다.
한국의 선발 소형준은 1회 투구에서 1사 후 마틴 체르빈카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3번 테린 바브라를 2루수 앞 병살로 유도하면서 11개의 투구 수로 깔끔하게 1회 투구를 마쳤다. 한국은 1회말 공격에서 김도영과 안현민의 볼넷, 이정후의 안타로 만든 1사 만루 기회에서 5번 문보경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단숨에 4점을 선취했다. 타구속도 177km/h와 비거리 130m의 초대형 홈런이었다.
소형준은 2회 투구에서도 1사 후 안타와 볼넷, 2사 후 기습번트 안타를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맥스 프레아다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2회말 공격에서 박동원의 2루타와 김주원의 안타, 존스의 땅볼을 묶어 추가점을 올렸다. 비록 2이닝 연속 대량 득점을 올리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공격의 기세가 한 풀 꺾일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귀중한 추가점이었다.
1회와 2회 주자를 내보냈던 소형준은 3회에도 선두타자 밀란 프로콥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소형준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던 체르빈카에게 풀카운트에서 유격수 앞 병살을 유도하며 주자를 지웠고 바브라도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한국은 3회말에도 1사 후 위트컴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스코어를 6-0으로 벌리며 초반 흐름을 잡는데 성공했다.
어머니 나라 유니폼 입고 연타석 홈런 작렬
선발 소형준이 3회까지 42개의 공으로 체코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자 한국은 4회 대표팀 최고령 투수이자 KBO리그 홀드왕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렸다. 노경은은 1사 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를 삼진과 우익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한국은 5회 막내 정우주가 마운드에 올라 1사 1,2루에서 바브라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6-3으로 추격을 허용했다.
3이닝 연속 득점을 올리다가 4회 무득점에 그친 후 5회 3점을 내주며 분위기가 떨어지는 듯했던 한국은 5회말 공격에서 득점 행진을 재개했다. 한국은 1사 후 문보경의 몸 맞는 공으로 만든 1사1루에서 전 타석 솔로홈런을 터트렸던 위트컴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작렬하며 8-3으로 도망갔다. 위트컴은 지난 3일 오릭스전부터 최근 2경기에서 3개의 홈런포를 터트리며 최상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한국은 6회 KBO리그 세이브왕 박영현이 올라 1볼넷2탈삼진으로 1이닝을 막았고 7회에는 조병현이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이날 경기 처음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한국은 7회말 문보경의 적시타와 김혜성의 땅볼로 2점을 추가했고 8회에 등판한 좌완 김영규가 연속으로 삼자범퇴 투구를 선보였다. 8회말 존스의 솔로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한국은 9회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려 1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빅리그 통산 40경기에 출전한 위트컴은 이번 WBC에서 투수 데인 더닝, 외야수 존스와 함께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위트컴은 마이너리그 시절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모두 소화했던 멀티 내야수지만 2루수에는 메이저리거 김혜성이 있고 유격수는 믿고 맡길 만큼 수비가 뛰어나지 못하다. 결국 위트컴은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도영을 지명타자로 보내고 3루수로 출전하며 WBC 데뷔전을 치렀다.
1회 첫 타석에서 체코의 두 번째 투수 제프 바토를 상대로 삼진으로 물러난 위트컴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다시 만난 바토에게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첫 타석 삼진을 설욕했다. 그리고 위트컴은 한국이 6-3으로 추격을 허용한 5회말 공격에서 체코의 세 번째 투수 미할 코발라의 2구째를 잡아당겨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그렇게 위트컴은 한국의 'WBC 1차전 징크스'를 끊어내는 일등공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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