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 마이 러브> 스틸
누리픽쳐스
영화는 강렬한 표현과 상징, 언뜻 혼란 그 자체로 비칠 법한 비동시적 교차로 종횡무진 달린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해도 찬찬히 보고 있자면 감독의 의도가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한다. 꾸준히 반복되는 몇 가지 상징 장치들, 인물의 내면 심리를 유추하게 만드는 특징적 소품과 배경 설정, 수미쌍관을 조성하는 의도적 연출은 이리저리 빼지 않고 직관적으로 들이밀 듯 제시되는 덕분이다. 여기에 역시 블록버스터보단 작가주의 영화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이는 제니퍼 로렌스의 활약이 마침표를 찍는다.
그레이스와 잭슨은 여느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을 꿈꿨을 평범한 선남선녀 커플이다. 그들은 열렬히 사랑을 나누며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후에도 몸과 마음의 열정은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의 장작처럼 꺼질 줄 몰랐고, 그 결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로 이어졌다. 직업도 있고 괜찮은 집도 가졌다. 자식도 건강하게 쑥쑥 자란다. 그런데 왜 그레이스와 잭슨, 이 그림 같은 부부의 삶은 외관과 딴판일까?
<다이 마이 러브>가 다루는 주제는 근래 여성 서사 물결과 함께 한국 독립영화에서, 특히 단편 작업에선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소재와 연결된다. 참고 견디길 강요받던 과거 세대와는 달리 출산과 양육의 최종 책임을 온갖 명분으로 합리화하는 변함없는 세태에 분노한 창작자들의 작업에서 산후 우울증은 다양한 극단적 형상으로 제시된다. 언뜻 이 작품 역시 그런 부류의 한 사례로 취급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몇 가지 흥미로운 변주가 발견되는데, 그레이스와 잭슨의 아들은 영화 내내 위태로운 폭주에도 생명이나 안전의 위협을 빗겨난다. 대개 돌봄을 거부하거나 고통의 원천으로 아이를 적대시하는 설정으로 치닫는 산후 우울증 고통 묘사 대신, 산모의 극한적인 내적 상황을 표출하는데 선택 & 집중해 작품의 토대를 확고히 다진다. 즉 엄마는 자신이 산산조각 나는 파멸 위기에 필사적으로 사투하는 중이란 점을 분명하게 웅변하려는 태도다.
그런 그레이스의 흔들리는 심리가 고도의 표현주의 기법으로 화면에 구현되며 초현실적 풍경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대체 왜 식칼이 뜬금없이 등장하는지, 말과 주인공의 교감은 뭘 뜻하는지, 불길은 실제인지 환상인지 통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나무의 개수를 세지 말고 숲을 상상해야 온전히 소화할 수 있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은 영구적 변화로 향한다. 어물쩍 넘긴다 해도 괜찮을 수 없음을 원초적 몸짓으로 표출한다.
그러다 보니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관객이 꼼꼼하게 구별하기가 무척 난감한 노릇이다. 도입부에서 작가로 활동하던 그레이스가 흰 백지에 잉크를 흩뿌리며 그것이 천천히 번지듯, 윤곽을 잡고 스케치해 구석구석 여백 없이 채색하는 대신, 물감을 자유분방하게, 하지만 작가의 의지를 한가득 담아 추상화로 구축하는 탓이다. 호불호가 나뉠 것을 분명히 자각하되, 작가가 던지고픈 메시지를 굽힐 의도는 추호도 없는 영화다. 선택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다이 마이 러브>포스터누리픽쳐스
<작품정보>
다이 마이 러브
Die My Love
2025 미국 드라마, 스릴러
2026.03.04. 개봉 118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각본 린 램지
출연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패틴슨, 라키스 스탠필드, 씨씨 스페이식, 닉 놀테
원작 아리아나 하르비츠 - 소설 《Die, My Love》
수입/배급 누리픽쳐스
2025 78회 칸영화제 경쟁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