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장의 시간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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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씨네큐브에서 영화 <극장의 시간들>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 김대명, 원슈타인, 이수경, 홍사빈, 고아성, 장혜진, 김연교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 <극장의 시간들>은 <침팬지> <자연스럽게> <영화의 시간> 세 단편을 엮은 앤솔로지 작품이다. 극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극장을 기억하기 위해 각자의 시간을 투영한 영화로 관객, 감독, 배우가 극장이 주는 공간과 영화를 보는 시간의 사유를 풀어냈다.
실제 겪은 일의 기록
영화는 씨네큐브 개관 25주년을 위해 씨네큐브에서 제안된 프로젝트로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참여했다. <침팬지>는 2000년 씨네큐브에서 우연히 만난 고도(원슈타인), 제제(홍사빈), 모모(이수경)가 침팬지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은 "씨네큐브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이 왔다. 홍보나 캠페인의 목적은 아니었다.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취지와 극장이 나오면 된다는 것 말고 자유롭게 연출을 부탁했다. 오래전부터 침팬지와 관련된 일화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기억, 영화, 극장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랜 친구인 김대명, 다시 만난 홍사빈, 새롭게 만난 원슈타인, 이수경과 즐겁게 작업했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극 중 김대명은 나이 든 고도이자 이종필 감독의 페르소나를 맡았다. 실제 두 사람은 오랜 친구로서 영화 속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김대명은 "2000년대 초반 종로와 광화문에 추억이 있다. 이 근처에 독립영화 극장이라든지, 극장에 가기 전 카페에 관한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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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고도 역에 뮤지션 원슈타인을 캐스팅한 일화도 전해졌다. 원슈타인은 "김대명 배우와 닮은 사람을 찾다가 팬이 올린 블로그를 보고 제안 주셨다. 연기는 처음이라 캐릭터의 서사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겪은 일과 닮은 점도 있어 즐겁게 촬영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온다면 계속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탈주> <박하경 여행기> 이후 세 번째 호흡을 맞춘 홍사빈은 "제대하고 일주일이 안 돼서 촬영했다. 이종필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좋았고, 기회가 된다면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영화를 만든 후 영화와 극장을 향 생각이 달라졌냐는 물음에 이종필 감독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당연시되는 공간이었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봤다. 극장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더라. 늘 객석에 앉아 스크린을 봤는데 제가 지금 여기 있어도 되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특히 그는 <극장의 시간들>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연출을 맡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열고 닫는 일종의 표지 같은 느낌으로 <침팬지> 촬영 후 담게 되었다. 홍성희 영사 기사님을 막연히 기록하고 싶은 이유였다. 다큐멘터리처럼 필름과 디지털 영사가 가능한 씨네큐브의 특성을 살려 젊은 영사 기사에게 나이 든 영사 기사가 일을 가르치는 설정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러움과 인위적인 것
<자연스럽게>는 어린이 배우들과 동네를 뛰어다니며 신나게 노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자연스러운 연기를 요구하는 감독(고아성)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고민이 담긴 이야기다.
윤가은 감독은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장편 영화 후반 작업 중이었다. 영화를 놀이처럼 작업하고 싶은 고민이 컸던 때였다. 준비된 시나리오로 진행하려다가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헐거운 작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래전부터 고아성씨와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실현할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단편부터 시작된 아역 배우 선구안과 노하우가 <자연스럽게>에 녹아들어 간 듯 보인다. 윤가은 감독은 "어린이 배우에게 재미를 주면서 좋은 장면을 뽑아낼지 늘 고민이다. 놀이처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반부 깜짝 등장한 이유를 두고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출연하지 않고 목소리 정도만 넣으려고 했는데 고아성씨를 캐스팅하면서 메타 버전이 생겼다. 메타의 메타가 되는 순간의 마법을 담았다"며 "자연스러운 것을 인위적이고 자연스럽게 포착한다는 (아이러니한) 의미를 담아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다. 관객의 다양한 감상이 궁금해졌다"고 덧붙였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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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은 윤종필의 <파반느>, 장건재의 <한국이 싫어서>에 이어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에 모두 출연했다. 고아성은 "세 감독님과 작업을 해서 이 자리가 저에게 세계관 붕괴 같고 어색하다"며 "이종필 감독님과 <파반느> 촬영을 마치고 마음이 공허했을 때 <침팬지> 촬영 소식을 들었다. 현장에서 일손이라도 돕고 싶다고 청했는데 오지 말라는 답을 받고 속상했을 무렵 윤가은 감독님에게 캐스팅 제안이 왔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이어 "윤가은 감독님의 작품을 보며 팬으로서 좋아만 했다. 현장이 특별하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컸는데 감독님을 연기하며 카메라 밖에서 참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가은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며 영화와 극장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저 말고 또 다른 감독이 카메라에 있다 보니 객관화가 되었다. 고아성씨가 연기하는 감독은 또 다른 특성이라 새로웠다. 촬영 첫날 한 어린이 배우가 알레르기가 생겨 가라앉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지나가듯이 그 상황을 대사로 쓰더라. 그 순간 현장에서 포착할 게 많다는 걸 느꼈다. 현장에서 더 들여다보고 명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제3자로서 관찰하는 계기였다"고 밝혔다.
한 여름의 꿈같은 재회
<영화의 시간>은 춘천에 사는 영화씨(양말복)가 오랜만에 광화문과 정동을 배회하다 우연히 극장에서 오랜 여고 동창(장혜진)과 재회하는 꿈같은 이야기다.
장건재 감독은 "6월 말 총괄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합류했다. 반드시 씨네큐브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지만 극장이 주무대였으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아끼는 영화관이고 영화를 좋아한다면 극장이 주인공이길 바랐다. 극장을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들, 우연히 극장을 찾은 사람이 서로 만나는 시도를 처음 해봤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극장은 영화인에게는 익숙해서 무심코 오갔던 공간이지만 이번 기회로 각별하게 다가왔다. 관객으로 올 때와는 다르게 영사 실장님과 내적 친밀감을 쌓았다. 영화 작업이란 게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공부 같을 때가 있다"고 부연했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스틸컷티캐스트
극장 매니저, 극장 청소부, 영사 기사 등 극장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극장 청소부 역의 장혜진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극장 운영주였다. 중학교 때까지 매점 일을 도왔다. 누군가에게 극장은 환상적인 공간, 깊은 생각을 만드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저에게 극장은 삶의 터전이고 낯선 공간이 아니었다. 어릴 때 봤던 것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청소 이모님이 밝고 흥겹게 청소하셨는데 감독님이 만든 배역과 맞닿았고 그렇게 인물이 탄생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또한 영화와 극장에 대해서는 "외가가 영화 쪽에 종사해서 영화는 항상 저와 함께였다. 처음 본 영화가 <벤허>였는데 소리 지르면서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홍콩 영화가 번창할 때는 액션배우가 되고 싶었고, 한국 영화의 부흥기 때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꿈을 이뤘다. 다만 멀티플렉스가 들어오며 폐업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의 극장은 다른 무엇으로 바뀔 것 같다. 위기는 항상 또 다른 기회로 돌아오니 극장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며 소신을 전했다.
한편, 영화 <극장의 시간들>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미장센단편영화제의 화제작으로 주목받았으며 오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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