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8년 후: 뼈의 사원> 스틸컷
소니픽처스코리아
사실상 시리즈의 2편은 교두보 역할에 충실한 편이라 전반적인 기대감이 낮다. 1편의 충격과 호기심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결말을 앞둔 시점상 설명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짐(킬리언 머피)의 등장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총 제작자인 킬리언 머피는 <28일 후>는 인생을 완전히 흔들었다고 고백하며 화려한 복귀를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같은 우려를 깨고 <28년 후: 뼈의 사원>은 명확한 한계를 넘어 극장에서만 경험할 즐거움을 확장했다. 캐릭터의 서사를 촘촘히 채운 스토리텔링도 수준급이다. 악마의 후계자 지미(잭 오코넬)와 휴머니스트 의사 켈슨(랄프 파인즈)의 극명한 대비를 기본 축으로, 진화한 알파 감염자 삼손(치 루이스페리)의 내적 변화,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의 성장까지 품었다.
잔인한 수위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한 손으로 머리를 뽑는 경추 발골 장면이 재등장하며, 동맥이 파열되거나 피부를 벗기는 장면이 다수 포함돼 주의를 요구한다. 사이비 종교 단체가 떠오르는 컬트 집단 '지미스'의 기괴한 악행이 불편함을 유발한다. 죽음을 기억하려 만든 납골당(뼈의 사원)은 불과 어둠의 명암 대비, 록 음악의 강렬함이 더해져 그로테스크함을 증폭시킨다.
후반부 켈슨이 지미스 앞에서 펼치는 악마 숭배 퍼포먼스는 단연 백미다.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곡 <짐승의 숫자(The Number of The Beast)>가 절묘한 시너지를 이루며 하드캐리 한다. 마치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멋진 무대 매너를 선보인다. 그 밖에도 켈슨과 연결된 듀란 듀란, 라디오 헤드의 음악까지 아는 만큼 보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음 편을 향한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진정한 악은 누구인가
▲영화 <28년 후: 뼈의 사원> 스틸컷소니픽처스코리아
1편이 가족의 본질을 다뤘다면 2편은 악의 본질을 탐구한다. 28년 후에는 변이된 바이러스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사회적 질서가 사라진 포스트 아포칼립스에는 생존만 남았다. 반복되는 전염병의 위협 속 인류가 풀어야 할 여러 숙제가 뒤섞여 있다. 만연한 이기주의의 위험성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미래. 기괴한 외형을 한 뼈의 사원은 인간성의 실체다. 생존이란 목표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미약한 인간을 날 것 그대로 전한다.
극단적인 형태로 감염자보다 더 극악무도한 비감염자, 선악의 경계가 무너진 인류의 위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무자비한 감염자보다 비뚤어진 신념의 잔혹한 인간을 다뤘다. 대표적인 인물은 8살 때 습격으로 모든 것을 잃은 '지미'다. 자신을 지미 크리스털 경이라 칭하며 신격화한다. 죄책감 없는 사이코패스이자, 허풍쟁이 나르시시스트이며 마키아벨리즘에 빠진 위선자로 폭력과 살인을 정당화하기에 이른다. 참고로 그는 영국의 방송인 '지미 새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일생을 독신으로 살며 자선 활동을 벌여 기사 작위까지 받았으나, 사후 성폭력 전과가 밝혀져 위선이 폭로된 실존 인물이다.
지미와 대척점에 선 인물 닥터 '켈슨'은 28년 동안 홀로 견디며 사유와 철학을 깨우친 성인에 가까운 휴머니스트다. 뼈의 사원을 만들어 망자를 기억하고 끝내 치료 가능 여부까지 밝혀 낸다. 분노 바이러스의 공격성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여겨 삼손을 실험체로 삼게 된다.
삼손에게 지속적으로 모르핀을 투여해 평온과 안식을 선사해 준다. 조금씩 이성을 되찾는 삼손에게 안락사 대신 향정신성 약물을 섞은 치료제를 투여했다. 이후 감염자 무리들이 삼손을 더 이상 따르지 않으면서 유혈사태가 벌어졌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 면역이 생겨 보균자가 된 삼손은 신인류로 새로 태어났다.
2002년부터 살아남은 '짐'의 복귀도 반갑다. 어린 딸 샘에게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회복 가치를 설명하며 인류가 가야 할 방향을 전한다. 짐이 샘과 나누는 대화가 유독 귀에 들어온다. 윈스턴 처칠이 남긴 '과거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는 명언이 묵직함을 더하며 현실과 오버랩되었다. 어쩌면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제3차 세계대전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질서한 세상에서 폭력(지미)과 사랑(켈슨)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남은 인류가 감염자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아포칼립스 시대의 희망과 재건, 기회를 암시한다. 지속적으로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가 반복되는 이유와 맞닿는다.
결국 영화는 흔한 좀비물이 아닌 호러 스릴러에 가깝다. 피칠갑 좀비물을 기대했다면 아쉬운 선택이다. 더불어 본격적인 짐의 활약을 기대하고 싶지만 글로벌 성적에 적신호가 켜져 후속편의 제작은 불투명해져 아쉽다. 부디 마지막 이야기를 보고 싶다. 폐허 속 인류 구원의 실마리를 던졌듯이 영화 또한 앞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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