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라 봄 배구'... 동시에 힘 빠져버린 흥국생명-GS칼텍스

[여자배구] 3연패에 빠진 3위 흥국생명과 4경기 1승 3패의 4위 GS칼텍스

V리그에서는 시즌 막판 하위권 팀들이 상위권 팀들의 덜미를 잡고 승점을 챙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6라운드에서 봄 배구의 향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상위권 팀들은 긴장이 풀리고 1승이 아쉬운 하위권 팀들이 그 틈을 타 상위권 팀들에게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번 시즌 역시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이번 시즌 '하위 팀의 반란'은 이전 시즌과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창단 후 5시즌 만에 탈꼴찌가 확정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지난 1일 3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시즌 초·중반 9연패에 빠지며 하위권으로 밀려났던 페퍼저축은행은 5라운드 이후 8경기에서 5승을 따내는 상승세를 타면서 구단 역대 최다 승리(14승)와 최다 승점(41점)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페퍼저축은행에게는 아직 승리와 승점을 추가할 기회가 4경기나 더 남아있다.

11연패의 늪에 빠졌던 최하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역시 6라운드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하며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4위 GS칼텍스 KIXX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하며 고춧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반면에 순위 경쟁을 위해 승점 1점이 절실한 흥국생명은 최근 3연패, 흥국생명을 추격해야 하는 GS칼텍스 역시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에 그치며 시즌 막판 급격히 힘이 떨어졌다.

[흥국생명] 6라운드 시작과 함께 3연패 수렁

 4라운드 MVP였던 흥국생명의 주포 레베카는 최근 2경기에서 연속으로 한 자리 수 득점에 그쳤다.
4라운드 MVP였던 흥국생명의 주포 레베카는 최근 2경기에서 연속으로 한 자리 수 득점에 그쳤다.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배구여제' 김연경이 은퇴한 흥국생명은 V리그 최초의 외국인 여성 사령탑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을 선임했고 FA시장에서는 최대어로 꼽히던 미들블로커 이다현을 연봉 총액 5억5000만 원에 영입했다. 아시아쿼터 아닐리스 피치와 재계약하면서 이다현과 '트윈타워'를 구성한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2021년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활약했던 레베카 라셈을 지명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피치와 이다현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면서 개막 후 7경기에서 2승5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피치 복귀 후 전력을 재정비한 흥국생명은 2라운드 4승2패, 3라운드 3승3패로 경기력을 회복했고 4라운드에서는 5승1패로 승점 15점을 올리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특히 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한 이나연 세터가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4라운드 6경기에서 44.6%의 성공률로 141득점을 올리며 라운드 MVP에 선정됐던 레베카가 5라운드부터 기복을 보이면서 흥국생명도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흥국생명의 요시하라 감독이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해도 주 공격수가 부진하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실제로 4라운드에서 평균 23.5득점을 기록했던 레베카는 5라운드에서 평균 득점이 18.3득점으로 떨어졌다.

흥국생명이 3연패에 빠진 6라운드에서는 레베카의 부진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6라운드첫 경기였던 2월22일 정관장전에서 24득점을 올리며 분전하고도 팀의 1-3 패배로 빛이 바랬던 레베카는 26일 GS칼텍스전과 1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나란히 6득점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6라운드 3경기에서 레베카의 공격성공률은 35.96%로 레베카의 시즌 공격 성공률 41.5%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물론 최근 3연패를 비롯해 5라운드부터 이어진 흥국생명의 부진이 레베카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 막판부터 피치가 허리 부상으로 4경기 연속 결장했고 국내 선수들의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4위 GS칼텍스에 승점 5점 앞선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흥국생명은 앞으로 남은 3경기에서 현대건설과 기업은행,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같은 어려운 팀들을 차례로 상대할 예정이다.

[GS칼텍스] 시즌 막판까지 실바에게만 의존

 GS칼텍스는 세 시즌 연속 1000득점이 유력한 실바를 제외하면 득점 15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아무도 없다.
GS칼텍스는 세 시즌 연속 1000득점이 유력한 실바를 제외하면 득점 15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아무도 없다.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초반 아시아쿼터 스테파니 와일러의 부상 이탈 후 전반기를 1승17패로 마쳤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새 아시아커터 투이 트란이 가세한 후 전력을 재정비한 GS칼텍스는 후반기 18경기에서 11승7패로 반등에 성공하며 페퍼저축은행을 제치고 간신히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시즌 연속 득점 1위에 빛나는 지젤 실바를 거느리고도 6위에 그친 것은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외국인 선수 실바, 자체 FA 유서연, 권민지와 재계약하고 새 아시아쿼터 레이나 토코쿠를 지명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전력 보강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발리볼 네이션스리그 대표팀에 선발됐던 유망주 이주아가 시즌 직전 무릎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대부분의 배구팬들이 GS칼텍스가 이번 시즌에도 하위권을 전전할 거라고 전망한 이유다.

GS칼텍스는 3라운드까지 8승10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했지만 시즌 초반에는 기업은행, 중반부터는 페퍼저축은행과 정관장이 극도로 부진한 틈을 타 강제로(?) 중위권을 유지했다. 그리고 GS칼텍스는 흥국생명과 기업은행이 동시에 흔들린 5라운드 시작과 함께 내리 4연승을 질주하며 4위로 올라섰다. '트레블'을 차지했던 2020-2021 시즌 이후 5년 만의 봄 배구 복귀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지난 2월16일 현대건설전을 시작으로 2일 정관장전까지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에 그치며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3위 흥국생명이 6라운드 들어 3연패에 빠지며 크게 흔들렸지만 GS칼텍스 역시 흐름을 타지 못하며 차이를 좁히는데 실패한 것이다. 특히 지난 2일 최하위 정관장과의 홈경기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0-3으로 덜미를 잡힌 것은 GS칼텍스에게 상당히 뼈 아팠다.

GS칼텍스는 주포 실바가 V리그 역대 최초로 세 시즌 연속 1000득점에 단 2점 만을 남겨두고 있고 지난 2011-2012 시즌 마델라이네 몬타뇨가 기록한 V리그 한 시즌 최다득점(1076점) 경신도 충분히 가능하다(물론 당시엔 30경기 체제였다). 하지만 배구는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가 있어도 혼자의 힘으로 승리할 수 없는 스포츠다. GS칼텍스는 정규리그의 잔여 4경기를 통해 봄 배구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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