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25분 동점 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는 부천 선수단
곽성호
시작 전부터 리그 개막전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가운데 승자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아닌 부천이었다. 객관적인 실력과 흐름을 볼 때, 전북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고 실제로 전반 12분 만에 이동준이 선제골을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이미 우승이라도 한 듯이 후끈하게 달아올랐고, 팬들은 '오오렐레'를 즐기며 이게 '1부 챔피언'이라는 거를 보여줬다.
기세가 꺾일 법도 했던 부천이었지만, 실수 한 번으로 분위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전반 25분 전북 박지수의 롱패스 시도가 끊기면서 역습 상황이 연출됐고, 이 볼을 잡은 갈레고가 침착하게 송범근을 무너뜨리면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빠르게 동점을 완성한 부천은 이영민 감독의 치밀한 전략 아래 서서히 전주성의 흐름을 가져왔다.
5-4-1 형태와 대인 수비를 통해 전북의 후방 빌드업을 제어했고, 이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최전방에 자리한 모따는 홍성욱·백동규의 밀착 마크에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측면에서도 수적 우위를 가져가면서 김태현·김승섭과 김태환·이동준의 돌파를 철저하게 막아냈다. 또 중원에서는 활동량이 강점인 카즈와 패싱력이 우수한 윤빛가람이 허리를 책임졌다.
오히려 부천이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고, 전북은 해법을 찾지 못하며 전환 패스만 시도하는 그림이 연출됐다. 하지만, 클래스는 있었다. 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동준이 미친 바이시클 킥을 성공시키면서 다시 앞서나갔고, 흐름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흔들릴 법도 했지만, 부천은 본인들이 만든 플랜 안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종료 직전 부천 갈레고의 결승 골 장면
곽성호
이 감독은 공격적인 교체(갈레고·한지호·김상준·김종우)를 꺼내며 전북의 빈틈을 엿봤고, 후반 36분에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몬탸뇨가 오른발 슈팅으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스코어 보드가 다시 동일해진 상황 속 부천을 끈질기게 측면을 공략하며 역전을 노렸고, 결국 후반 49분에는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역전 기회를 잡았다.
이후 키커로 나선 갈레고는 송범근을 완벽하게 속이는 킥을 통해 결승 골을 터뜨렸고, 본인의 시그니처 세러머니인 '공중돌기'를 선보이며 완벽하게 경기를 끝냈다.
'환호·함성'이 가득했던 헤르메스... MGB는 '힘을 내라 전북'
이처럼 개막전에서 승격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잡는 이변이 나온 가운데 전주성 현장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원정을 떠나온 헤르메스는 설태환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포효하며 함성을 내질렀고, 전북 MGB는 고개를 숙였다.
부천 선수단은 기쁠 법도 했으나 전북 팬들에 인사를 건네며 승자의 품격을 선보였고, 이들도 박수로 화답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후 먼 이동 거리를 감수하고 전주까지 내려온 팬들을 향해 포효를 내뱉었고, 승리 세레머니인 랄랄라를 함께하며 K리그1 첫 승리를 완벽하게 만끽했다.
▲전북 현대를 격파하고 K리그1 첫 승점 3점을 획득한 부천FC
곽성호
반면, 충격적인 패배를 맛본 MGB는 선수단에 야유 대신 '힘을 내라 전북'을 연호하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시즌 첫 경기인만큼, 좋지 않은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보였고, 선수단도 박수로 호응하며 리그 개막전에서의 첫 일전을 종료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부천 이영민 감독은 기쁘기도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벅차기도 하고 너무 좋다, 오늘 경기력은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내용만 보면 만족할 수 없는 경기지만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라고 답했다.
패배를 떠안은 전북 정정용 감독은 "결과를 가지고 못해 감독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실점 상황들이 아쉬웠다. 하나의 실수로 결과가 만들어진다. 앞으로는 그런 작은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라며 "리그는 일단 길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가야 하고, 미리 매를 맞았다는 생각으로 잘 준비하겠다"라고 답했다.
한편, 부천은 오는 7일 홈으로 넘어가 대전하나시티즌과 리그 2라운드 일전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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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전북 격파' 부천FC, 전주성 집어삼킨 헤르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