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 지키기 위한 처절한 액션... 이제 대극장에서 본다

[안지훈의 뮤지컬 읽기]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에 대극장이 들어섰다. 대학로의 유일한 대극장이었던 대학로뮤지컬센터가 놀(NOL)유니버스의 주도 아래 리모델링을 거쳐 'NOL 씨어터 대학로'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문을 닫은 지 13년 만에 이루어진 재개관이다. 기존에 대극장(1000석), 중극장(527석), 소극장(287석)으로 나누어져 있던 것을 통째로 허물고, 객석 간격과 단차를 쾌적하게 조절한 끝에 대극장(935석)과 중극장(490석)으로 나누었다.

대학로 대극장의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개관작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이하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남한에 파견된 북한의 공작 부대원이 동네 사람들과 얽히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최종훈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삼았다. 뮤지컬은 이제까지 11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테디셀러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했고, 원작을 공유하는 동명의 영화는 700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서사의 매력을 인정받았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공연 사진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공연 사진주다컬쳐

중극장에서 대극장으로, 과감한 도전

지난 2월 8일 관람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그중 극장 규모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2016년 300석 규모의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시작을 알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다섯 차례에 걸쳐 중극장에서 공연을 이어왔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야심차게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겼고, 객석만 600석가량 늘어난 규모에 걸맞게 작품 자체와 무대에도 변화를 가했다.

거대한 무대 세트를 새롭게 제작했고, 큰 무대를 채우기 위해 기존 12인극에서 17인극으로 출연진을 확대했다. 고강도 액션과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국정원 요원 역의 배우들이 추가된 것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영화 <올드보이> <아저씨> 등의 액션을 책임졌던 서정주 무술감독까지 새롭게 영입했다. 대극장 액션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도 추가했다.

앙상블 배우들로 액션 장면을 구성하는 여타 뮤지컬과 달리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주연 배우들도 액션에 적극 가담한다. 이를 위해 소위 '몸 잘 쓰는 배우'와 K-pop 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남한에 파견되어 달동네 바보로 살아가는 최정예 부대원 '원류환' 역에 김찬호·백인태·오종혁·김동준(제국의아이들), 가수 지망생으로 변장한 '리해랑' 역에 니엘(틴탑)·서동진·유태율·영빈(SF9), 고등학생으로 정체를 속이는 '리해진' 역에 강하온·민규(DKZ)·이지함(A.C.E.)·조용휘가 각각 분한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공연 사진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공연 사진주다컬쳐

결코 사라질 수 없는 휴머니즘

초반의 액션은 공작 임무를 수행하게 될 5446 부대원들의 괴물성을 그려내는 역할을 한다. 군 수뇌부는 열악한 상태에 놓인 소년들을 데려다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주겠다고 회유하며 공작원으로 훈련시킨다. 인간적인 삶을 꿈꾸며 부대에 합류한 소년들은 오히려 인간성을 버리고 괴물이 되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경험한다.

소년들은 동료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훈련도 감당해야 하는데, 이때 인간성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소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 그 끝은 자기 자신마저도 인간으로 대하지 않게 되는 비극이다. 서로에게 칼을 겨눈 소년은 스스로에게도 망설임 없이 총구를 당길 수 있는 괴물이 된다.

남한에 파견된 원류환, 리해랑, 리해진은 괴물성을 인정받은 공작원이다. 그러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들의 인간성이 완전히 말살된 것이 아님을, 그러므로 비극적인 괴물성은 인간성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숫자로 불리던 이들은 동네 주민들로부터 형, 동생, 아들 등 다른 호칭으로 불린다. 급기야 이름으로까지 불리는데, 서로를 부르는 호칭과 서로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이들에게 잃어버린 인간성을 경험하게 한다.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지 못했던 이들이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향후 액션의 역할마저 비튼다. 이전까지의 액션이 괴물성을 묘사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괴물성으로부터 인간성을 지키고자 하는 장면에서 액션이 활용된다. 뮤지컬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전설이 되어라"는 명령은 소년들에게 '은밀하게 위대한' 존재가 되는 꿈을 심어주었지만, 정작 소년들이 바랐던 것은 '당당하게 평범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휴머니즘이란 아무리 짓밟아도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노래하는 것도 사라질 수 없는 휴머니즘이다. 4월 26일까지 휴머니즘이 조금씩 피어난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공연 사진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공연 사진주다컬쳐
공연 뮤지컬 은밀하게위대하게 김동준 NOL씨어터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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