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 외인 이탈' 삼성, 우승 도전 '빨간 불'

[KBO리그] 빅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 맷 매닝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개막 전 중도 이탈

두산 베어스는 작년 콜 어빈(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과 함께 뛸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던 토마스 해치(리노 에이시즈)가 계약 한 달 후 현지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하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구단에게 큰 악재지만 두산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해치가 아직 선수 등록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대체 선수 잭 로그가 작년 두산의 에이스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삼성 라이온즈의 상황은 작년의 두산과는 많이 다르다. 작년 12월 총액 10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외국인 투수 맷 매닝은 선수 등록을 마치고 괌과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고 지난 2월24일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는 선발 등판까지 했기 때문이다. 매닝은 한화를 상대로 0.2이닝4실점으로 크게 부진했지만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닝은 26일 팔꿈치 통증으로 귀국해 정밀검진을 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2월의 마지막 날 팔꿈치 손상이 심각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결국 매닝은 공식 경기에서 한 번도 등판하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나게 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미 선수 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매닝을 방출하더라도 100만 달러의 연봉을 보장해야 하고 대체 선수 영입 시 교체 카드까지 써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과 100만 달러에 계약했던 매닝은 공식 경기에 한 번도 서지 못하고 KBO리그를 떠나게 됐다.
삼성과 100만 달러에 계약했던 매닝은 공식 경기에 한 번도 서지 못하고 KBO리그를 떠나게 됐다.삼성 라이온즈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외국인 투수

삼성은 작년 외국인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97.1이닝을 던지며 15승8패 평균자책점2.60의 성적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 역시 12승4패3.24의 성적으로 5년 연속 150이닝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명불허전의 활약을 선보였다. 정규리그에서 8승7패4.92로 주춤했던 최원태는 가을야구에서 각성하며 16.1이닝4자책(평균자책점2.20)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후라도,원태인,최원태와 함께 삼성의 선발진을 이끌어야 할 외국인 투수 한 자리는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4년 '가을의 영웅' 대니 레예스는 10경기에서 4승3패4.14의 성적을 기록하다가 부상으로 중도 퇴출됐다. 레예스의 대체 선수 헤르손 가라비토는 정규리그에서 4승4패2.64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가을야구 4경기에서 1승1세이브4.97로 부진하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외국인 투수 한 자리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삼성은 2026년 우승 도전을 위해 작년 12월 빅리그 4년 동안 50경기를 모두 선발로 등판했던 매닝을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매닝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매닝은 프로 입단 후 4년 만에 마이너 과정을 통과하고 2021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물론 KBO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그런 것처럼 매닝 역시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진 못했다. 매닝은 디트로이트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기회를 잡았지만 4년 동안 50경기에 등판해 11승15패4.43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2024년 5경기 등판을 끝으로 빅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한 매닝은 작년 7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된 후 시즌이 끝나고 방출돼 삼성과 계약했다.

비록 빅리그에서 성공하진 못했지만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컴백하는 외국인 투수들의 사례처럼 매닝 역시 삼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빅리그 재진입을 노릴 수 있었다. 만28세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 역시 매닝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매닝은 KBO리그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뜻하지 않는 부상을 당하며 삼성에게 큰 부담만 안겨주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이승현-양창섭 등 선발 잇몸들 활약 절실

삼성 선발진의 고민은 매닝의 부상 이탈 외에도 또 있다. 삼성은 WBC 최종 엔트리에 선발됐던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스프링 캠프 도중 굴곡근 부상을 당하면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다행히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아 2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팀 내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만약 원태인의 회복이 늦어진다면 삼성의 시즌 준비에 엄청난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외국인 에이스 후라도는 이번 WBC에서 파나마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푸에르토리코, 쿠바,캐나다,콜롬비아와 함께 A조에 속한 파나마는 전력이 비슷한 팀들끼리 모여 있어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WBC를 앞두고 조금 일찍 몸을 만든 후라도가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채 팀에 복귀하길 바라지만 후라도가 'WBC 후유증'에 시달린다면 삼성에게는 엄청난 악재가 될 것이다.

매닝이 이탈하고 원태인이 재활 중이며 후라도가 파나마 대표팀에 차출된 삼성으로서는 올 시즌 최원태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원태는 가을야구 대활약으로 반전을 만들었지만 작년 규정 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8승에 그치며 4년 70억 원의 몸값을 해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원태는 작년 가을에 선보였던 위력적이고 안정된 구위를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꾸준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출신으로 뛰어난 잠재력을 인정 받았지만 아직 선발로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는 이승현에게도 주력 선발 투수들이 대거 이탈한 올해는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이승현이 올 시즌 선발투수로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우완 일색인 삼성의 선발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우완 양창섭과 좌완 이승민 등도 선수들의 이탈을 틈 타 선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리그 최고의 타자 르윈 디아즈와 재계약하고 최고령 타자 최형우를 재영입한 삼성은 강한 타선과 선발진의 힘을 앞세워 올 시즌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를 위협할 수 있는 대항마로 떠올랐다. 하지만 매닝을 비롯해 선발 투수들이 차례로 이탈하면서 삼성의 시즌 준비에 큰 비상이 걸렸다. 시즌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박진만 감독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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