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전한길씨가 토론하는 모습
유튜브 펜앤마이크 갈무리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와 이를 가리켜 음모론이라고 비판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유튜브에서 맞붙었습니다. 이른바 '전한길 vs 이준석 끝장토론: 부정선거, 음모론인가?'입니다.
27일 저녁 6시경 시작한 토론회는 다음날 새벽 1시 30분경에야 끝이 났습니다. 휴식 시간을 빼고도 무려 7시간이나 이어진 마라톤 토론이었습니다. 동시 시청자가 한때 3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7시간 동안 녹취하며 지켜본 '부정선거 끝장토론' 관람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부정선거 카르텔이 김대중 전 대통령?
과거 선거에서 투표 봉인지, 보관소 CCTV 등의 이슈를 취재했던 경험이 있기에 내심 어떤 구체적인 부정선거 증거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시작 10분 만에 그런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김미영 VON 대표는 토론 시작부터 "(부정선거는)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 같은 일종의 극비 프로젝트다", "과학자와 정치가, 군인이 합세했으며 한국 측 정치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 "지금은 대규모 부정선거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맨해튼 프로젝트는 핵폭탄을 만드는 것인데 무슨 상관이냐", "평생 낙선하신 분이 부정선거의 주체냐"고 반문했지만, 김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단연 '카르텔'이었습니다. 전씨 측은 선거관리위원회, 대법원, 심지어 중국까지 연루된 거대한 부정선거 세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주현 변호사는 "선거구 획정 단계부터 여론조사, 사전투표, 개표, 대법원 재검표까지 모든 절차에서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영돈 PD는 "국회의원 선거 254개 지역구 모두에서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거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들의 주장이 논리적 정합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부정선거를 했는지 특정하지 못한 채 성명 불상의 카르텔만 탓하고 있다", "수천만 표가 오가는 선거에서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조작이 일어났다는 것인지 검증할 수 있는 실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특히 김미영 대표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이재명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15% 이상이었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안철수 후보를 제외했을 때 실제 격차는 대략 3%였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가 "명태균 씨에게 들었느냐", "내가 당시 당대표였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들었느냐"고 따져 묻자 김 대표는 "국민의힘 모 의원실에서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당대표가 모르는 데이터가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씨 측이 주장하는 '카르텔에 의한 조직적 부정선거'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들으며 든 생각은 "과연 카르텔이 존재할까?"라는 합리적 의구심이 아니라, "아, 이래서 음모론이라고 부르는구나"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었습니다.
차라리 전한길 혼자만 나왔더라면…
▲이준석 대표와 전한길, 이영돈 PD, 박주현 변호사, 김미영 대표가 토론하는 모습유튜브 펜앤마이크 갈무리
이날 토론은 이준석 대표 홀로 나서고, 전한길씨 측은 김미영 대표, 이영돈 PD, 박주현 변호사가 가세한 '1대 4' 구도로 진행됐습니다. 4명이 상대 토론자로 나왔으니 이 대표가 불리할 것 같았지만, 토론을 지켜본 누리꾼들은 "오히려 전한길 혼자만 나왔으면 더 나을 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4명이 주장하는 내용이 조금씩 엇갈리고, 방대한 자료를 앞다투어 제시해 토론 내내 어수선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혼자 5분의 주도권을 온전히 사용한 반면, 전씨 측은 5분을 4명이 쪼개 사용해 더욱 번잡해 보였습니다. 다행히 이 대표가 자신의 시간을 대폭 할애해 전씨 측에 발언 기회를 주면서 그나마 토론이 굴러갈 수 있었습니다.
4명이 중구난방으로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논리는 빈약해졌고, 증거라고 내민 자료의 신빙성은 떨어졌습니다. 부정선거 자료라고 내밀면서도 정작 그 증거가 언제(총선인지 지선인지 대선인지), 어느 지역에서 수집됐는지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이들에게는 확실한 증거처럼 보이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의 나열로 보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 일반 대중을 설득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가 명확한 증거를 요구하자 박주현 변호사는 "법원은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고 경찰과 검찰은 수사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이영돈 PD는 "우리는 검증할 수 없으니 수사 기관이 해야 한다"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투표용지 오류나 투표함 관리 부실 등 짚어볼 만한 문제도 일부 섞여 있었습니다. 선관위의 관리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표와 개표, 출구조사 등에 참여했던 수많은 선관위 직원과 공무원들, 여야 정당 관계자 및 참관인, 지상파 방송사 모두를 속이거나 매수해 지선, 총선, 대선 내내 부정선거를 자행할 수 있다고 믿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7시간의 결론은?
7시간의 마라톤 토론에도 양측의 간극은 단 1mm도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수긍하기보다는 그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전씨는 마무리 발언에서 "부정선거는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악성 종양, 암 말기 상태다", "반드시 척결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대표는 음모론이 보수 진영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선거 패배를 부정선거 탓으로 돌리며 헛된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보수 진영을 궤멸로 이끄는 길"이라며 "증거 앞에 겸손해야 하며,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과 작별해야 할 때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누가 승리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양측 모두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토론은 새벽을 맞았습니다. 동시 시청자 30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는 이 '부정선거 음모론'이 한국 정치와 보수 진영 내에서 여전히 뜨겁고 폭발력 있는 뇌관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다만, 7시간의 사투를 지켜본 이들 중 새롭게 전 씨 측의 주장에 설득되어 부정선거를 믿게 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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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