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법복 입은 시민이어야 해요, 우리 헌법에 따르면. 그런데 실제 대한민국 판사는 법복 입은 귀족이에요. 객관적으로도 귀족처럼 행세하고 있고요. 주관적으로도 귀족으로 생각해요, 자기를. 자기들끼리 귀족 대우를 해요."
유시민 작가의 이 발언이 지난 한 주간 화제가 됐다. 유 작가는 그러면서 내란 사태 이후 현 사법부 상태를 규정하며 "상시적 위헌 상태"라 덧붙였다. 어떤 시민들에게는 더 없는 사이다 발언이었으리라. 지난 19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에서였다.
유 작가의 이 발언,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MBC 유튜브를 비롯해 여러 유튜버들이 숏츠로 가공해 조회 수 장사에 나설만 했다. 여러 정치 현안이 도마에 올랐다. 유 작가는 민주당 당권 투쟁 국면에서 강한 주장을 드러내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손석희의 질문들>이 시즌4로 돌아왔다. 손석희 효과였을까, 유시민 효과였을까. 더 정확히는 시너지라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손석희의 질문들> 시즌4 첫 방송은 5.4%(닐슨 코리아 기준)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진행자 손석희와 제작진이 예측하고 끌어낸 대로 유시민의 '민주당 공소취소모임'에 대한 비판이 폭발력을 발휘한 덕택이었다. 그렇다면 유시민 없는 <손석희의 질문들> 시즌4 두 번째 방송은 어땠을까.
시의성으로 승부한 손석희
▲MBC <손석희의 질문들> 관련 이미지.
MBC
유시민 다음은 트럼프였다. 25일 있었던 두 번째 방송에서는 미연방 대법원의 트럼프 관세 정책 위법 판결 이후의 파장을 다뤘다. 지난 20일이 미 대통령은 이 판결 이후 특유의 독단과 독주 정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본인이 보수적으로 완성했던 미연방 대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 트럼프는 즉각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인 무역법 122조를 발동했다.
이례적인 장시간 연설이었다. 처음은 아니라지만 트럼프니까 가능한 예외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일 오전 때마침 미 의회 국정연설에 나섰다. 자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며 미국 내 여론조차 반대가 우세한 관세 정책을 밀어 붙이겠다 선언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설 직후 트럼프는 미국 민주당을 비롯해 반발하는 목소리를 듣고 "미친 사람들"이라 쏘아붙였다. 오랜 트럼프 반대파인 배우 로버트 드니로에겐 "트럼프 증오증"이라 쏘아 붙였다.
이런 트럼프의 행보는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넘어 국내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관련 주제로 선정하고 생방송을 진행한 손석희와 제작진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리라.
"(트럼프) 이 분은 대법원이라고 하는 자기가 믿었던 사람들이 자기에게 반기를 든 것은 패배인데 트럼프는 이것조차 승리로 보고 그렇게 포장해야 하기 때문에 15% 유지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이것을 어떤 승리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에서 더 공격적인 계기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날 패널로 출연한 경희대 미래문명원의 안병진 교수의 분석이다. 안 교수와 함께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조국혁신당의 김준형 의원과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김양희 교수가 이날 트럼프의 향후 관세 전략을 분석했다.
큰 이견이 존재할 리 없었다. 세 패널 모두 트럼프를 '럭비공'에 비유하고 모든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트럼프, 스스로를 "관세맨"이라 칭하는 미국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견지를 부인할 여지는 없어 보였다.
다만, 각론에 있어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 대한 대응에 있어 어디까지 조심스러워야 할지, 미중 간 외교 전략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옆 나라 일본이 취한 선제 대응을 어찌 평가할지에 대한 강약 조절만 차이를 보였을 뿐이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미' 주장에 대한 판단 역시 세 패널 모두 섣부르거나 과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일치했다.
지난해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자사 이슈를 미 의회로 끌고 간 것에 대한 비판에서도 한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해롤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 대표는 지난 23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더 나아가 공개도 아닌 비공개 증언에 나섰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쿠팡 비호에 나섰다. 세 패널 모두 한국도 아닌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쿠팡 측의 로비 정치 정황에 대해 쓴소리를 뱉어냈다.
<손석희의 질문들>이 스스로 남긴 질문
▲MBC <손석희의 질문들> 관련 이미지.MBC
"트집이나 안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의 일침이다. 자국 이기주의를 넘어 불확실성과 생떼로 대변되는 트럼프 관세 정책을 향한 패널들의 한탄 섞인 전망이 시청자들에게 이른바 사이다 분석으로 다가올 여지는 없어 보였다.
이재명 정부가 대미 정책에 있어 국민들 보기에 자강과 독자 노선을 천명하기 쉽지 않은 정세 임을 진행자 손석희 역시 십분 공감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손석희가 어느 패널의 분석에 "말은 쉽겠습니다만"이라고 토를 달았을 정도였을까. 대미 정책과 관련해 유럽 노선이니 브라질 룰라 노선이니 하는 논쟁 역시 자칫 고준담론에 빠지기 쉬운 주문이지 않겠는가.
확실한 전망이 없던 건 아니다. 미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 공개 이후 후폭풍과 트럼프의 미국 내 입지 말이다. 특히 미국 정치에 정통한 안 교수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 이후) 스모킹 건이 어디서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성범죄자 엡스타인과 트럼프의 연루 정도가 어디까지 폭로될 지 여부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와 연방정부의 힘이 빠지고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 등 트럼프 정부가 내포한 좌불안석과 같은 현안들 역시 어디로 튈지 가늠이 힘들다는 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세 패널 모두 트럼프가 현재 밀어붙이는 중인 관세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거란 분석에 동의했다. 이날 방송에는 시의적절이란 표현은 아깝진 않았다. 다만, 유시민 작가의 출연처럼 사이다 발언이 난무할 가능성은 시작부터 적었다.
이날 논의의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손석희의 질문들> 시즌4 두 번째 방송 시청률은 반토막(2.7%)이 났다. 주제도 주제거니와 유 작가와 같이 속시원하게 트럼프를 비판하는 발언이 없어서 였을까.
시청률을 포함해 2회까지 진행한 이날 <손석희의 질문들>은 여러모로 시사점을 던져줬다. 손석희라는 유력 언론인의 이름값은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 또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는 기본이다.
인터뷰나 개별 토크쇼가 아닌 2회 동안 지속한 시즌4의 토론 형식은 유튜브 시대를 맞아 손석희가 누렸던 과거 지상파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을까 말이다. 유시민 없는 '손석희의 질문들' 시청률이 반토막 났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그리고, 다음주 게스트는 <휴민트>의 류승완 감독과 배우 조인성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질문은 유효해 보인다. <손석희의 질문들>이 추구하는 정체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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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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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가 누렸던 과거 영향력은 회복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