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스틸컷NEW
조 과장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그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해, 다시 침대에 눕는 장면으로 끝난다. 어쩌면 영화는 그의 하루, 아니 국정원 요원의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휴민트'라는 말처럼 사람에게서 정보를 얻지만, 동시에 그 사람을 지켜야 하는 임무, 사소한 듯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게 대할 수 없는 그의 일상이 영화 내내 보여진다.
그는 특히 보호에 진심인 인물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첫 번째 휴민트를 지키지 못한 기억이 마음 깊이 남아 있다. 휴민트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그의 마음에 자리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그가 받은 다음 미션의 동력이 된다. 두 번째 휴민트인 채선화를 만나면서 그는 이번에는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그 결심이 영화 중반 이후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절박함을 느끼게 해준다.
조 과장의 일상은 어쩌면 계속된 안타까움 속에서 굴러가는지도 모른다. . 지키고 싶지만, 상황은 늘 완벽하지 않고, 최악의 상황으로만 달려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정보원을 보호하려 애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박건의 사랑과 조 과장의 안타까움이 결국 채선화를 지켜낸 건 아닐까. 감정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았던 셈이다.
총성과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
영화의 후반부 액션은 에너지가 넘친다. 남북 요원들과 러시아 갱단, 그리고 북한 영사 요원들이 얽히며 벌어지는 총격전은 처절하고 긴장감이 높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각 인물이 끝까지 붙잡고 있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그 안에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함께 터진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이 잘하는 액션 연출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총격 장면의 동선과 호흡, 공간 활용은 꽤 완성도가 높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액션 장르로서의 밀도는 충분하다. 첩보 액션의 외피 안에 감정을 심어두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후반부 액션 장면이 꽤 길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선화와 박건의 감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영화적 긴장감을 폭발시키는데 탁월하게 작용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조인성이 등장할 때마다 시선이 가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박정민이다. 차갑게 절제된 표정 속에 담긴 애틋함, 특히 눈빛이 절절하다. 신세경은 후반부 분량이 크진 않지만, 선화라는 인물의 현실성과 균형을 잘 살려냈다.
<휴민트>는 현재 <왕과 사는 남자>에 비해 흥행 면에서는 다소 밀리고 있지만,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영화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묻는다. 사랑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까지 감수할 수 있는가. 총성과 감정이 뒤섞인 자리에서, 결국 남는 건 사람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첩보물이면서도, 끝내 사랑 이야기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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