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이 마이 러브>의 한 장면.
누리픽쳐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다이 마이 러브>는 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에 힘입어 큰 화제를 모았다. 전라 노출은 물론, 극단적인 분노 연기를 탁월하게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배우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린 램지 감독은 일찍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의 어머니를 내세운 영화 <케빈에 대하여>로 신드롬급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그와 비슷한 결을 지닌다. 전통적인 '모성애'의 이미지를 비틀어 다룬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번에는 그 표현이 훨씬 직설적이고 파괴적이다.
한편 제니퍼 로렌스는 배우로 출연했을 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첫째를 갓 출산한 직후였고,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작품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지만, 분명 묵직한 논쟁거리를 던진다.
세상이 좋아져 요즘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2024년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류현미 교수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조희영 교수 연구팀의 결과는 좀 다르다. 연구진이 국내 병원 두 곳의 임산부 2512명을 임신 12주부터 출산 후 4주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의 16.32%인 410명에서 산후우울증이 나타났다.
영화 속 그레이스는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도망가거나 사라지고 싶어 한다. 주위에서는 "생후 6개월은 정신없는 시기"라며 그를 다독이지만 힘이 되지 못한다. 영화는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이 된, 가장 어렵다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루 종일 아기 곁을 지키며 돌보는 엄마의 삶은 단순히 수치로는 설명될 수 없다. 그 순간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오직 아기만을 바라보는 존재가 된다. 그 역할은 절대로 그만둘 수도, 도망칠 수도 없으며, 누군가 완전히 대신해 줄 수도 없다.
<다이 마이 러브>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갓난아기 엄마의 처절한 몸부림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누군가는 그것이 현실과 다르다고,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소리 지르고, 부수고, 자해하고,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레이스의 광기 어린 몸부림이 실제로 벌어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매 순간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욕망이 외부에 의해 억눌릴 때,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된다. 그리고 그렇게 분출된 욕망은 결코 아름다운 형태를 띠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레이스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 영화는 용기 있다. 용기 있는 연출과 용기 있는 연기가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를 편안하게 감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보고 나름의 통찰을 얻어가길 바란다. 점점 더 좋아진다고 말하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여전히 그들이 존재한다.
▲영화 <다이 마이 러브> 포스터.누리픽쳐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