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최고 시청률 43.6%를 기록했던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고현정이 대상, 엄태웅과 이요원이 최우수상, 김남길이 우수상, 유승호가 신인상을 휩쓸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그리고 <선덕여왕> 출연 당시만 해도 신예에 가까웠던 비담 역의 김남길은 2019년과 2022년 <열혈사제>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로 두 번이나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스타배우로 성장했다.
2016년 최고 시청률 27.6%를 기록했던 <낭만닥터 김사부>도 그 해 SBS 연기대상에서 한석규가 대상, 서현진과 유연석이 우수상 및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돌담병원의 공식커플이었던 서현진과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가 끝난 후에도 승승장구하면서 한 작품을 끌고 갈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 밖에 양세종과 김민재,서은수 등도 <낭만닥터 김사부>가 배우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이처럼 높은 시청률로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은 드라마가 종영한 후에도 동반 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4년에 방송돼 3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불새> 역시 주연을 맡았던 배우들이 연말 시상식에서 주요상을 휩쓴 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불새>의 히로인이었던 고 이은주는 이듬 해 2월22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불새>는 그녀의 드라마 유작이 되고 말았다.
▲<대장금>의 후속 드라마였던 <불새>는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로 큰 성공을 이어갔다.
<불새> 홈페이지
만 24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까운 배우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이은주는 고교 시절 학생복 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했고 1997년 KBS 청소년 드라마 <스타트>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이은주는 1998년 박종원 감독의 <송어>에서 고 강수연이 연기한 정화의 동생 세화 역을 맡으며 스크린에 데뷔했고 1999년에는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가 각본에 참여한 드라마 <카이스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은주는 <카이스트>에서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며 장학금을 타기 위해 악착 같이 살지만 속으로는 팀원들을 생각하는 전산학과 4학년 구지원을 연기했다. 이은주는 박채영 역의 채림과 함께 <카이스트>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고 200년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수정>에서 주인공 수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은주는 <오!수정>을 통해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샛별'로 떠올랐다.
이은주는 <오!수정> 개봉 직전에 출연했던 드라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가 국민 드라마 <허준>에 밀려 시청률에서 크게 고전했지만 슬럼프는 오래 가지 않았다. 2001년 판타지 멜로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서울에서 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은 것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이은주는 2002년에도 <연애소설>로도 서울관객 58만을 기록하며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여성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한 동안 영화 출연에 전념하던 이은주는 2004년 MBC 드라마 <불새>를 통해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이은주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 쓴 결혼과 이혼 등 파란만장한 삶을 경험하는 이지은 역을 잘 소화하며 극찬을 받았고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커플상(with 이서진)과 여자 최우수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은주는 스스로 생을 마감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막장요소를 배우들의 매력으로 이겨낸 드라마
▲<불새>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며 전성기를 맞은 이은주는 이듬 해 2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MBC 화면 캡처
<불새>는 2004년 4월 57.8%의 최고 시청률로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 시청률 10위에 오른 <대장금>의 후속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물론 <대장금>의 후광을 입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주로 영화에서 활동하던 이은주와 <다모>로 이제 막 주연급 배우가 된 이서진, 연기자보다 가수 신화의 에릭으로 더 유명한 문정혁, 악역에 익숙하지 않은 정혜영을 내세운 <불새>의 캐스팅은 다소 약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불새>는 유오성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던 SBS의 <장길산>과 H.O.T 출신 강타의 미니시리즈 주연 데뷔작이었던 <러브홀릭>을 가볍게 제치고 최고 시청률 27.9%를 기록하며 제목처럼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불새>는 '그 어떤 시련도 막지 못하는 두 남녀의 불새처럼 뜨거운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부부사이였던 지은(이은주 분)과 이혼한 세훈(이서진 분)은 이후 지은의 절친 미란(정혜영 분)과 약혼했다는 설정이었다. '막장' 요소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로 드라마는 인기를 얻었다.
<불새>는 16년이 지난 2020년 SBS에서 아침 드라마로 리메이크됐다. 원작을 집필했던 이유진 작가가 각본 작업에 참여했고 홍수아가 이지은, 이재우가 장세훈, 서하준이 서정민, 박영란이 미란을 각각 연기했다. 하지만 <불새2020>은 최고 시청률 6.5%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드라마 속 명대사(?) 독식한 신인 배우
▲문정혁은 <불새>에서 재벌 2세 직진남 연기를 잘 소화하며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MBC 화면 캡처
2003년 <다모>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대사를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이서진에게 <불새>는 도약과 정체의 갈림길에 있었던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서진은 <불새>를 성공으로 이끌면서 확실한 스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장세훈이 답답한 행동과 말들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면서 상대적으로 에릭이 연기한 '직진남' 서정민이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에릭은 <불새>를 계기로 신화 멤버 뿐 아니라 '배우 문정혁'으로도 승승장구했다.
<불새>의 악녀 윤미란 역을 맡았던 배우 정혜영은 유학 생활 도중 세훈이 낸 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갖는다. 미란은 가사도우미로 온 지은이 세훈의 전 아내인 걸 알게 된 후 세훈에게 병적인 집착을 한다.
1998년 슈퍼 엘리트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한 이유진은 2000년대 초·중반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했고 유쾌한 이미지와 이국적인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불새>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지은과 친하게 지낸 친구 남복자 역을 맡았는데 분량은 크지 않았지만 지은을 오해하고 있던 세훈에게 지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막장' 요소 극복한 배우들의 연기력, '불새' 시청률 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