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클럽 라틴> 무대 사진
안지훈
스탠드업 코미디의 옷을 입고 탱고 댄스를 곁들이다
<클럽 라틴>은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을 빌려 남미 여행을 이야기한다. 배우 한 명이 30분에 걸쳐 하나의 에피소드를 주도적으로 소개하고, 동료 배우들은 에피소드 진행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남미 여행에 직접 참여한 배우는 <오징어 게임>, <킹덤> 등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전석호, <자백의 대가>로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김다흰, 그리고 박동욱과 임승범이다.
전석호는 정상 가족을 꿈꾸었지만 부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남미 여행을 결심한 중년 남성 '김한민'에 분하고, 김다흰은 남미에서 자유롭게 노래를 하는 평범한 여행자 '문필', 박동욱은 여행 작가 '트래블러 장', 임승범은 쌍둥이 동생을 그리워하는 택배 기사 '배영진'을 각각 연기한다. 한번에 에피소드 4개를 모두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회차당 3명의 배우가 3개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공연이 이루어진다. 단 <클럽 라틴>이 막을 내리는 오는 3월 14일과 15일에는 4명의 배우가 모두 출연하는 특별 회차가 진행된다.
매일 소개되는 에피소드의 조합이 달라도 공연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을 보다 보면 각 에피소드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김한민의 에피소드에 문필이 등장하고, 배영진의 에피소드에 트래블러 장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험을 공유한다. 김한민과 문필은 숙소에서 만나 함께 여행을 즐기고, 배영진과 트래블러 장은 남미에서 수녀원 봉사 활동을 같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경험을 공유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곤 한다. <클럽 라틴>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고, 각 인물이 같은 상황에서 느낀 다른 감정과 깨달음을 독립된 에피소드에 녹여낸다.
<클럽 라틴>에는 남미를 대표하는 춤 '탱고 댄스'도 등장한다. 탱고 댄서가 직접 무대에 올라 배우들과 함께 한바탕 탱고를 선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남미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음악을 배우들이 기타, 젬베, 드럼 등을 이용해 직접 연주하기도 한다. 연극의 제목에 '클럽'이란 단어가 괜히 포함된 게 아니다.
▲연극 <클럽 라틴> 커튼콜안지훈
잘 만든 여행 에세이 한 편
여행 연극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여행 예능이 떠올랐다. 여행 연극은 생소한 반면, 여행 예능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의 장르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그동안 여행 예능을 더 많이 접해온 필자에게 여행 연극의 두드러지는 차별성을 꼽으라면, 인물에게 삶이 있고 여행에 서사가 있다는 점을 말하겠다.
인물이 살아온 삶이 소개되고 그 속에서 여행을 바라보다 보니, 여행에서 각 인물이 느끼는 감상이 그 인물의 고유한 삶의 궤적 안에 위치하게 된다. 그렇기에 같은 것을 봐도 다르게 느끼고, 같은 경험을 해도 다른 결론을 내는 게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아내와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김한민은 이구아수 폭포를 보고 순환과 원점 회귀를 깨닫는다면, 동생을 그리워하는 배영진은 비옷을 써도 이구아수 폭포의 물줄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는 인생에 대해 깨닫게 되는 식이다.
관객에게는 이들의 삶과 여행을 한데 놓고 바라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덕분에 각 인물이 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의 삶을 추적하다 보면 관객도 어느새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한 편의 은밀한 여행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잘 만들어진 여행 예능이 훌륭한 여행 가이드북이라면, 잘 만들어진 여행 연극 <클럽 라틴>은 훌륭한 여행 에세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짧은 연휴가 찾아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예능이 아닌 연극을 통해 남미를 여행해보는 건 어떠실지. 110분 동안 무대에서 전해지는 36일 간의 남미 여행기는 오는 3월 15일까지 관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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