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남자, 부모는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리뷰]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시몽 랭브르라는 서핑을 좋아하는 청년이 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서핑을 한 시몽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뇌사 상태에 빠진다. 누구보다 생명력이 넘쳤던 시몽은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지만 뇌에서 어떤 신호도 보내지 못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병원의 의사 레볼은 그가 뇌사 상태라고 진단한다.

국립정동극장에서 다음달 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생명의 이동을 표현한다. 마일리스 드 케렝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15일에는 배우 손상규가 '서술자'로 연기했고 김신록, 윤나무, 김지현이 각각의 회차에 출연한다.

이 연극 무대에 배우는 홀로 선다. 자막이나 미리 녹음해 둔 내레이션으로 대신하는 아주 잠깐의 장면을 제외하고는 텅 빈 무대 위에서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를 통해 모든 상황과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등장인물은 시몽부터 구조대원, 의사, 간호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시몽의 부모, 심장을 이식받는 수혜자 등이다. 서술자는 걸음 몇 번, 회전 한 번 등 순식간에 인격을 바꾸며 그들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한다.

​약 두 시간의 공연 시간 동안 서술자는 끊임없이 말한다. 그러나 공연 후반부 시몽의 수술 장면에서 '워크맨 7번 트랙'이 펼쳐지는 동안 파도 소리와 함께 객석의 관객 모두는 자기 심장 박동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관객과 배우는 함께 이 공연을 만들어간다.

심장,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다

 배우 손상규가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배우 손상규가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프로젝트그룹 일다

흔히 심장이라고 하면 생명을 의미한다. 심장의 박동은 사람에게 '살아있다'는 감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주는 장치다. 그러나 이 연극은 심장이 결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심장은 뛰고 있어도 뇌가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죽음'으로 간주하는 뇌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심장의 폐위와 뇌의 즉위'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동시에 장기기증 이후 남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장기기증 코디네이터로 등장하는 토마는 시몽의 부모에게 '거절할 권리'를 설명한다. 뇌사자가 생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법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일에 대한 신념과 철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몽의 연인 줄리엣이 시몽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때 부모는 어렵사리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수술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시몽의 얼굴을 보며 마리안은 '여전한 내 아들'이라고 위로한다. 이런 장면을 통해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미디어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은 막연한 장기기증이라는 소재를 전달하는 동시에 기증자가 아닌 기증자 가족까지 위로한다.

살아있다는 감각은 모두에게 다른 것이다. 의사인 아르팡에게 수술대에 서는 일은 살아있다는 감각을 주는 한편, 시몽은 서핑을 통해 본인의 활기를 느낀다. 응급실의 간호사 오울은 연인과 뜨거운 만남을 통해 상기된 감정을 쉽사리 놓지 못한다. 이들 외에도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만의 두근대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삶의 본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스크린과 탁자, 의자로 꽉 채우는 무대

 배우 김신록이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다.
배우 김신록이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다.프로젝트그룹 일다

화려한 무대 장치는 없다. 테이블과 의자 하나, 그리고 기울어진 스크린이 전부다. 그러나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바다에서 서술자는 진심으로 파도를 타고, 수술실에서 땀에 절어 수술을 펼친다. 보통 배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앞자리를 선호하지만, 이 연극은 뒷자리에서 배경과 배우를 한 눈에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마지막 대사가 끝나고 암전된 상태에서 '심장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음악이 흘러나올 때 관객은 비로소 환희의 절정에 차오르게 된다. 음악이 고조될 때 무대 조명이 커지면 관객은 서술자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공연을 본 이 순간의 감정을 기억하려는 듯 서술자와 관객은 서로 박수를 나눈다.

그것으로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끝난 것 같아 보이지만, 로비의 파도를 보면 연극의 여운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끝이라 생각하고 퇴장한 로비에서 다시 마주한 바다는 이 이야기가 결코 공연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현실 속에도 있음을 전하는 듯 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몽의 교통사고처럼 불현듯 다가올 수 있는 죽음 앞에서 심장의 박동을 제대로 느낀 적이 있었나.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당연한 듯 생각했던 심장에 대해서도, 죽음과 삶의 경계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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