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에 또다시 악재가 발생했다. 선발 투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원태인이 오른쪽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WBC 참가가 어려워졌다. 대체 선수로 LG 트윈스 유영찬을 확정하고 WBC 조직위원회에 선수 교체 승인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원태인은 현재 KBO리그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9년 삼성에 입단한 이래, 사자군단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성장하며 7시즌간 통산 187경기(1052.1이닝)에서 68승 50패 2홀드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2024시즌에는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의 성적으로 생애 첫 다승왕에 오른데 이어, 지난 2025시즌에도 12승 4패, 평균자책점 3.24의 호성적을 남겼다. 최근 5년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4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할만큼 꾸준함과 내구성을 갖춘 투수로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됐다. 하지만 하필 대회 직전에 팔꿈치 이상이 발견되며 두 번째 WBC 출전의 꿈은 무산됐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팔꿈치 부상 중에서는 그나마 상태가 경미한 1단계이기에, 수술이나 시즌 아웃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 원태인은 일단 최소 3-4주 정도 훈련 없이 휴식을 취하며 회복에 전념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26 WBC 출전 무산은 물론, 다음달 28일 개막하는 KBO리그 2026시즌 정규리그도 초반에는 결장이 불가피하다. 2026시즌을 앞두고 탄탄한 투타 전력을 구축하며 우승후보로 꼽혔던 삼성의 구상에도 시즌 초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또한 이번 부상은 원태인의 FA(자유계약) 자격과 해외 도전 가능성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원태인은 2026시즌 1군 등록일수 145일 이상을 채우면 커리어 첫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원태인으로서는 올해가 소속팀 삼성과 비FA 다년계약 체결, 시즌후 FA 선언과 메이저리그 도전 등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국내에 잔류한다면 무조건 총액 100억 이상의 대형 계약은 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원태인의 부상 회복 여부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으로 변했다. KBO리그에서 몇년간 많은 이닝을 소화한 원태인으로서는, 비록 상태가 경미하다고 해도 팔꿈치 부상 전력은 해외진출이나 장기계약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원태인의 공백으로 WBC를 앞둔 야구대표팀에게도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류지현호는 이미 김하성(애틀란타), 송성문(샌디에이고), 문동주, 최재훈(이상 한화)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낙마하며 공수 양면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문동주에 이어 대표팀의 유력한 우완 선발자원이었던 원태인마저 이탈하게 되면서, 류지현 감독은 WBC에서 선발 운용에 상당한 고민을 안게 됐다.
WBC에서는 선발투수 보호를 위하여 '65개'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있다. 한 경기에서 30구 이상은 1일, 50구 이상 던진 투수는 4일의 휴식일을 가져야 하고, 3연투도 제한되는 등 마운드 운용이 까다롭다.
이로 인하여 아무리 뛰어난 선발투수를 보유했다고 해도 혼자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데 한계가 있다. 류지현 감독은 믿을 만한 선발자원 2명을 1경기에 동시 투입하여 6이닝 이상을 맡기는 '1+1' 조합을 가동할 예정이었다. 대표팀 투수중 가장 위력적인 구위를 보인 선발 '원투펀치'를, 대만전이나 호주전처럼 가장 잡아야할 중요한 경기에 동시에 투입하는 전략이었다. 만일 '문동주+원태인'조합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면 구위와 경기운영면에서 한국이 한 경기에서 내세울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두 투수가 모두 낙마하면서 이번 대표팀에서 남은 선발 자원은 류현진(한화 이글스), 소형준, 고영표(이상 KT 위즈), 곽빈(두산 베어스),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마이너리그) 손주영, 송승기(이상 LG 트윈스) 등이 있다. 이중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선발자원은 류현진과 고영표, 곽빈 정도다. 하지만 고영표와 곽빈은 국제무대에서 다소 기복이 있었고, '리빙 레전드' 류현진은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로 인하여 전성기보다 구위가 떨어진 상태다.
류지현호는 원태인이 빠진 자리에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 요원 유영찬을 대체자로 선택했다. 유영찬은 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3번으로 LG의 지명을 받은 이래 통산 168경기(172.2이닝)에서 15승 10패 14홀드 48세이브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2025시즌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6월에 복귀했음에도 LG의 마무리 투수로 39경기(41이닝) 2승 2패 2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63를 기록하며 LG의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국가대표로는 2024 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하여 3경기 4이닝 자책점 2.25을 기록하며 일본전 2.1이닝 무실점 호투로 국제 경쟁력도 어느 정도 증명했다.
대표팀이 마무리 자원인 유영찬을 선택한 것은, 확실한 선발자원이 부족해진 이번 대표팀에서 불펜 중심의 '벌떼야구'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대표팀은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서 42경기 3승1패6홀드6세이브, 평균자책점 2.06의 성적을 기록한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를 마무리로 낙점한 상황이다. 유영찬은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박영현(KT 위즈), 노경은. 조병현(이상 SSG 랜더스), 김영규(NC 다이노스), 등과 함께 중간투수 혹은 셋업맨으로 기용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다음달 5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WBC 1라운드에 돌입하며 7일 일본전, 8일 대만전, 9일 호주전을 치른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본선 격인 2라운드로 향할 수 있다. 에이스 2명을 잃은 류지현호가 이 위기를 극복해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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