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우리는 강팀을 이겼고,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지난 시즌 인테르 유니폼을 입고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아쉬워하던 지엘린스키가 중요한 순간 득점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그는 득점 후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밀라노의 밤을 환하게 만들어줬다.
키부 감독이 이끄는 인테르는 15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한 산 시로에서 열린 '2025-26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25라운드서 스팔레티 감독의 유벤투스에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인테르는 20승 1무 4패 승점 61점 단독 1위를 지켰고, 유벤투스는 13승 7무 5패 승점 46점 5위에 머물렀다.
시즌 중반이 넘어가는 상황 속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1위에 있었던 인테르는 2위 AC밀란이 5점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승점 3점이면, 8점 차로 따돌릴 수 있었다. 원정을 떠나온 유벤투스는 승리하게 되면, 이번 라운드에서 최대 3위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은 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라이벌리를 자랑하기에, 동기부여는 상당했다.
경기 시작부터 분위기를 치열하게 흘러갔다. 인테르가 먼저 전반 4분 우측에서 엔히키가 때린 슈팅이 캄비아소 맞고 굴절되면서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유벤투스도 곧바로 따라잡았다. 전반 26분 맥케니의 크로스를 받은 캄비아소가 왼발로 밀어 넣으면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빠르게 동점을 만들었으나 유벤투스에 악재가 찾아왔다.
전반 41분 칼룰루가 바스토니에 파울을 범했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이들은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된 것. 인테르는 수적 우위를 활용해 공세에 나섰고, 후반 30분 디마르코의 크로스를 에스포시토가 헤더로 돌려놓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흐름이 꺾일 법도 했던 유벤투스였으나 빠르게 골을 만들었다. 후반 36분 로카텔리가 오른발로 두 번째 득점을 만든 것.
득점 후 경기가 그대로 종료되는 듯했지만, 결국 인테르가 승점 3점을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후반 45분 중원에서 볼을 잡은 지엘린스키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유벤투스의 골문을 흔들었다. 이후 별다른 장면이 나오지 않았고, 휘슬이 울리면서 치열했던 전투의 끝을 알렸다.
'데르비 디탈리아' 영웅 등극한 지엘린스키
지난해 9월 열렸던 시즌 첫 데르비 디탈리아 맞대결에서는 혈투 끝에 유벤투스가 4-3으로 승점 3점을 가져왔지만, 이번에는 인테르가 활짝 웃었다. 승점 3점을 가져오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이어졌다. 선제골과 함께 칼룰루의 퇴장이 이어지면서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유벤투스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홈에서 비길 수도 있었으나 영웅이 등장했다. 바로 지엘린스키다.
1994년생인 그는 폴란드 국가대표팀 핵심 미드필더로 이탈리아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자원이다. 2012-13시즌 우디네세에서 데뷔한 후 엠폴리를 거쳐 나폴리에서 기량을 만개했으며 2022-23시즌에는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와 함께 팀에 33년 만에 스쿠데토를 선사하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10시즌이 넘는 기간 동안 세리에 무대를 누볐던 그는 유럽에서 정상급 실력을 자랑했고, 모두가 탐내는 자원으로 자리했다. 그중 인테르도 지엘린스키에 군침을 흘렸고,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유 계약을 통해 품는 데 성공했다. 기대감은 상당했다. 기존 중원 자원인 바렐라·찰하놀루·미키타리안과는 다른 유형으로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자원이었기 때문.
180cm의 훌륭한 신체 조건과 함께 양발을 사용하는 부분은 강점으로 꼽혔고, 볼 운반과 함께 터지는 중거리 슈팅은 최대 장점으로 뽑히기도 했다. 기대감이 상당했으나 지난 시즌 부응하지 못했다. 잔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리그에서 단 26경기 출격에 그쳤고, 시즌 종료 후에는 부상으로 인해 클럽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면서 매각 대상에 분류되기도 했다.
아쉬움이 컸던 상황이었지만, 지엘린스키는 이번 시즌 반전을 선보이고 있다. 미키타리안·찰하놀루가 차례로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키부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후방 플레이 메이킹 능력은 물론, 순간적으로 상대 페널티 박스를 공략하는 중거리 슈팅 능력도 확실하게 돌아왔다. 공수 양면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경기서도 펄펄 날았다.
바렐라·수치치와 함께 중원을 구성한 그는 공격 시에는 2선까지 올라가 과감하게 슈팅을 날렸고, 빌드업 과정에서는 후방으로 깊이 내려가 패스를 뿌리는 임무를 담당했다. 특히 2-2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45분에는 본인의 '시그니처'인 중거리 슈팅으로 유벤투스의 골문을 흔들면서 승점 1점에 그칠 뻔한 팀에 3점을 선사하는 마법을 부렸다.
이처럼 산 시로의 영웅이 된 지엘린스키는 풀타임으로 경기장을 누비며 패스 성공률 97%·기회 창출 2회·수비적 행동 2회·롱패스 성공률 100%·걷어내기 2회·볼 회수 2회·지상 볼 경합 성공 2회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이런 활약에 키부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경기 종료 후 구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팀이 준비했던 전술을 제대로 펼칠 체력과 집중력이 부족했지만, 승리에 만족힌다. 오늘은 오랫동안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던 부담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더 잘 대처해야만 했다, 선수들의 투지가 빛을 발했고, 승리를 간절히 원했다. 또 지엘린스키의 골로 결국 이를 해냈다"라며 활짝 웃었다.
한편, 인테르는 오는 19일(한국시간) 노르웨이로 건너가 보되/글림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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