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많이 변했다.'
브라질의 젊은 음악가 공연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다. 무슨 애늙은이 같은 소리겠냐만, 십수 년 전만 해도 브라질의 젊은 음악가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쉬이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작년 MPB(Música Popular Brasileira – 다채로운 스타일의 브라질 대중음악을 일컫는다)의 마에스트로 마르코스 발레(Marcos Valle)와 전설적인 재즈 퓨전 밴드 아지무츠(Azimuth)의 콜라보 콘서트와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의 질베르토 질(Gilberto Gil) 등 브라질 예술가의 내한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의 소리
▲아나 프랑고 일레트리코 내한 공연
염동교
지난 10일 서울 홍대에 있는 음반 가게 김밥레코즈가 기획한 "Sound of Brazil"의 네 번째 순서 아나 프랑고 일레트리코(Ana Frango Elétrico)에게선 젊은 예술가의 생동감과 기백이 넘쳐흘렀다. 상기한 마르코스 발레와 아지무츠, 브루노 베를(Bruno Berle)같은 세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음악가들이 "Sound of Brazil" 시리즈를 장식했다.
탄탄한 기본기에 독자적인 음악색으로 비교적 빠르게 지명도를 올린 아나 프랑고 일렉트리코는 정규 3집 < Me Chama de Gato Que Eu Sou Sua >(2023)로 라틴 그래미상을 받는 등 작품성도 공인받았다.
'프랑고 일트리코'를 한국어로 풀면 '전자 치킨'이란 뜻이다. 포르투갈어 이름은 아나 할아버지의 성씨 "Fainguelernt"을 잘못 발음한 "FrangoElectrico"에서 비롯한 것. 독특한 유래의 별칭은 상파울루의 인디 레이블 리스코(Risco)에서 나온 2집 < Little Electric Chicken Heart >으로 이어졌고, 이날 공연에서의 "리틀! 일렉트릭! 치킨!" 관객 합창으로까지 전이됐다.
신곡 쇼케이스
▲아나 프랑고 일레트리코
염동교
"청중 앞에서 미발매 곡을 선보이는 건 긴장되고도 설렌다"라고 말한 그는 "초콜릿"이란 단어가 들어간 감미로운 브라질리언 포크를 들려줬다. 신곡 이외에도 아나가 직접 '필청(필수청취)' 트랙으로 지목한 나긋나긋한 발라드 'Insista em Mim'같은 기존 대표곡이 녹아들었다. 부드러이 진행되다가 급작스레 돌출되는 애드리브는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영혼과 닮았다.
본디 기타 한 대의 어쿠스틱 구성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중후반부 소형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전자 음향도 추가됐다. 패드를 두드려 잘게 쪼개지는 소리를 덧입힌 'Della'은 힙합의 매력을 드리웠다.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변화무쌍한 공연이었다.
인터랙티브 콘서트
백미는 'Electric Fish'였다. 미러볼이 흩뿌린 녹색 조명과 그 사이로 춤추는 사람들, "Electric fish swimming in my mouth"라는 후렴구 합창. 브라질 음악이 주는 낙관주의와 행복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어쿠스틱 세트 때 관중을 양편으로 나눠 기타 선율과 허밍을 주고받았던 특별한 순간은 앙코르 때 재현됐다.
자신감 넘치다가도 불쑥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딱 청춘같았다. "밴드 구성이라면 더 잘할 수 있는데..."라며 거듭 아쉬움을 표하는 장면에선 공연을 향한 긍정적 의미의 욕심도 읽혔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혼자로도 설득력 있는 무대를 완성했다. 한국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그가 밴드 편성으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도라 모렐렌바움 공연 포스터염동교
공연 대기 시간엔 'Sim, Não'를 비롯한 도라 모렐렌바움(Dora Morelenbaum)의 음악이 들려왔다. 오는 5월 7일 내한 예정인 도라는 탁월한 음악성으로 차세대 MPB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했던 지휘자 겸 첼리스트 자크 모렐렌바움의 친딸이기도 하다. 소리의 결은 사뭇 다르지만, 아나의 공연에 만족했다면 틀림없이 도라 모렐렌바움의 공연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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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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