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도구이자, '공포의 발명품'으로 꼽힌다. 2024년 기준 글로벌 100대 방산업체 매출은 약 1000조원, 인건비 포함 전 세계 국방비 총액은 3883조원에 이른다. 고대의 냉병기에서 총, 탱크,핵무기까지 최첨단 기술이 더해진 살상무기는 오늘날까지 세계사에 영향을 미친다.
9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무기혁명, 세계사를 바꾼 살상무기의 진화'편이 그려졌다. 무기는 인류 생존의 역사에서 필수적인 도구이자 현대 과학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대에는 칼이나 창, 활 등이 무기의 주류였다면, 중국에서 '화약'이 개발되며 전쟁 무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중국 당나라 말기인 9세기부터 도교의 연단술사들이 불로장생약을 만들려다 숯, 유황, 초석의 혼합으로 우연히 화약을 발명했다. 11세기 송나라 시대에 접어들며 화약 제조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화기 발전의 기초가 됐다. 13세기에는 몽골의 정복전쟁으로 인하여 화총과 화포 등의 무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냉병기와 공성전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위협적으로 진화한 무기
▲벌거벗은세계사대량살상무기TVN
화약은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도 전파된다. 이슬람에 전파되며 한층 위협적으로 진화된 화약무기는 오스만 제국(튀르키예의 전신)에서 핵심적인 비밀병기로 위상이 높아진다. 오스만 제국이 공성전을 위하여 제작한 '우르반 대포'는 평균길이 약 8미터에 최대 약 600kg의 포탄을 쏘아 올리며 1453년 비잔틴 제국(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는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신무기의 등장이 전쟁의 판도까지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화약무기의 또 다른 진화는 '총'이다. 총은 대포에 부족한 기동성과 휴대성, 조준 정확성이라는 장점을 보완하며 기존의 유일한 원거리 병종인 궁병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게 된다. 칼과 창으로 싸우던 기사들은 총과 대포로 무장한 군대로 대체된다. 기사 계급이 지탱해 오던 영주들이 무너지면서 유럽의 봉건제가 무너지는데도 무기의 발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총기류가 진화할수록 살상력과 명중률은 높아졌다. 19세기 들어 '기관총'의 등장은 또 한 번 전쟁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여러 개의 총열이 달려있고 총열을 회전시켜 분당 수백 발을 한꺼번에 쏠 수 있는 기관총은, 1861년 최초의 발명가인 리처드 개틀링의 이름을 따 '개틀링 건'으로 불렸다.
1차 대전 당시 기관총으로 인한 전사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기관총을 피하려 땅을 파고 진지에 숨어서 총기만 내밀고 싸우는 '참호전'이 발전하게 된다. 전쟁에 좀처럼 진전이 없이 소모전만 3년 이상 지속되는 지옥 같은 양상이 펼쳐진다.
20세기 들어서 최첨단 무기의 발전으로 '현대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1차대전에서 기관총의 위력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무기가 바로 '탱크'였다. 1915년 영국이 개발된 '마크' 시리즈는 세계 최초의 실전탱크로 꼽힌다. 1917년 캉브레 전투 등에서 강력한 장갑판으로 무장하여 기관총 세례도 견뎌내고 참호를 뚫고 전진할 수 있는 탱크의 존재는 적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진화한 탱크는 2차대전 시기에 이르면 360도 회전 가능한 대형 포탑이 장착되면서, 강화된 화력과 장갑을 바탕으로 '기갑전'이 육상전투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1943년 독일-소련 전쟁의 핵심 전역이었던 '쿠르스크 전투'에서는 양군 합쳐 8000여 대의 전차가 동원되었고 약 40만 명의 전사자를 양산하며 역사상 단일 전투 최대 피해가 발생한 기갑전으로 역사에 남았다.
전쟁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해상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무기 개발 경쟁도 치열해진다. 현대전의 특성에 맞춰서 해전의 주축인 '전함'도 발전을 거듭했다. 1906년 영국의 전함 '드레드노트'는 동일한 화포에서 많은 대포를 한꺼번에 발사하는 막강한 위력으로 일제 사격 시 대함대와 도시 하나를 완전히 격멸시키는 혁신적인 병기로 오늘날 모든 현대 전함의 원형이 됐다.
독일은 이러한 영국의 강력한 해군력에 대항하기 위하여 '잠수함'이라는 병기를 발전시킨다. 독일의 대표 잠수함인 유보트는 수중에서 어뢰나 함포를 발포하여 수많은 함선을 격침시키며 악명을 떨쳤다. 유보트의 등장으로 함대와 함포 중심의 수상전을 적의 보급로를 차단해 무력화시키는 영상으로 바꾸었다. 바다 위의 전쟁이 이제 더 넓고 깊은 수중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었다.
비행기의 등장과 진화
'비행기'의 등장 역시 전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초기에 정찰용으로 쓰이던 비행기는, 점차 무장을 장착하기 시작하면서 전투기와 폭격기로 세분되고 강력한 항공무기로 자리 잡게 된다. 1937년부터 '제트엔진'의 개발로 비행기는 더 긴 거리를 더 빠르고 멀리 날 수 있게 됐다. 또한 레이저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처럼 폭탄을 물량 공세로 쏟아붓던 방식에서 핵심표적만 타격하여 전쟁에 필요한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정밀유도무기'들이 탄생하게 된다.
비행기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전략무기체계도 등장했다. 바로 바다 위의 항공기지인 '항공모함'의 탄생이다. 기체 정비부터 보급까지 해결 가능한 항공모함이 등장하면서 비행기는 이동가능 거리와 연료 보급의 제약을 딛고 적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출격하여 작전을 수행했다.
항공모함의 파괴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건 태평양 전쟁이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인한 선제타격, 이듬해 1942년 미국의 복수전인 '미드웨이 해전'은 항공모함 전단이 해상전의 주력임을 증명했다. 오늘날의 현대전에도 항공모함 전단은 이제 해군과 공군의 필수전력으로 꼽히며 '국력의 상징'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핵무기'는 대량살상무기의 최종 끝판왕으로 불린다. 1945년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연이어 투하하며 인류는 핵무기의 위력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후 냉전 시대에 돌입하며 강대국들은 경쟁적으로 핵무기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1961년 소련이 개발한 '차르 봄바'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333배의 위력을 지닌 인류 역사상 최강의 폭탄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등장은 거리와 지역의 경계 없이 전 세계 어디든 조준과 타격이 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또한 원자력 잠수함과 항공모함의 발전으로, 고정된 기지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핵무기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편으로 이처럼 강력하고 신속해진 핵무기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인류에게 '전쟁은 곧 공멸'이라는 공포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로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시간도 없이, 한번 핵무기가 사용되면 상대는 즉각 보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천 발의 핵미사일이 경쟁적으로 발사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최대 50억 명의 인류가 궤멸 되고, 방사능으로 인한 후유증은 지구의 기후변화를 초래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극단적으로 강력해진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이 오히려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오늘날에도 첨단 전쟁 무기의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전에서는 '인공지능(AI)'이 전쟁의 핵심기술로 떠올랐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드론'은 인간 군인들을 비롯하여 탱크, 장갑차, 군함을 정밀 타격하면서 현대전의 주무기로 발돋움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사상자의 70% 이상이 드론으로 인하여 발생했다고 한다. 점점 대형화된 스텔스 드론은 자율주행, 스텔스 기능까지 탑재한 무인전투기로서, 인공지능을 통하여 목표만 설정하면 통신이 끊겨도 스스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로봇'은 전장에서 인간을 대체할 새로운 도구로 약진했다. 군사용 로봇들은 군수품 보급, 위험지역 정찰, 폭발물 제거 등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고 위험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로봇이 실제 전투에서도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대를 앞두게 됐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에서 더 나아가, 로봇이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게 되면, 지치거나 감정도 없는 잔혹한 '자율살상무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그런데 인류는 미래에도 과연 진화하는 첨단 무기들을 끝까지 통제할 수 있을까. 인간이 스스로의 편리함을 위하여 인공지능에 판단하게 한다면, 언젠가 '전쟁으로 인한 결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간은 끝까지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무기를 만든 창조주지만, 동시에 그 무기로 인하여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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