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버니(Bad Bunny)의 슈퍼볼 하프타임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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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슈퍼볼의 주인공은 푸에르토리코 소도시 출신의 팝스타 배드 버니(본명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였다. 바로 지난주에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비영어 앨범으론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고 4년(2020. 2021, 2022, 2025)에 걸쳐 스포티파이 글로벌 스트리밍 1위를 차지하는 등, 이 시대 최고의 라틴팝 스타로 우뚝 선 인물이다.
배드 버니는 자기 뿌리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그는 자신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로만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푸에르토리코인의 시선에서 가족과 사랑, 문화적 정체성, 역사에 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레게톤과 트랩 위에 플레나, 살사 등 푸에르토리코의 전통 장르를 결합하는 작업에도 적극적이다.
슈퍼볼 공연의 구성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 이후 수백 년간 푸에르토리코 경제의 중심이었던 사탕수수 농장에서 'Tití me preguntó'를 부르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빙수를 파는 노점상 등 어린 시절 배드 버니가 보아 온 푸에르토리코의 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배드 버니는 치밀하게 짜여진 무대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여러 히트곡을 불렀다. 현장에서 결혼한 라틴 커플을 축하하며 사랑 노래 'BAILE INoLVIDABLE'를 부르는 것은 물론, 민영화 후 잦은 정전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푸에르토리코의 현실을 풍자한 'El Apagon'을 부를 땐 전봇대 조형물 위에 올라가서 노래를 불렀다.
얼마 전 그래미 어워드에서 경쟁했던 백인 여성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게스트로 등장해 자신의 노래 'Die With A Smile'을 푸에르토리코의 살사 스타일로 편곡해 불렀다. 배드 버니는 푸에르토리코 뮤지션 대디 얀키의 노래를 차용하고, 리키 마틴을 무대 위로 초대하면서 선구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현세대의 상징인 배드 버니는 다시 자신의 그래미 트로피를 푸에르토리코 어린이에게 건넸다.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배드 버니가 무대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모두의 아메리카' 외친 배드 버니
▲배드 버니(Bad Bunny)의 슈퍼볼 하프타임쇼NFL
공연 말미, 배드 버니는 'God Bless America(신이시여 아메리카를 축복하소서)'라고 외쳤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모든 국가의 이름을 연이어 호명하더니 "푸에르토리코, 우리는 여기에 있다"라고 외쳤다.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에 정면으로 맞선 셈이다. 그는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노래한 히트곡 'DtMF'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슈퍼볼에 참석하지 않았다. 배드 버니의 공연 확정 후 트럼프 대통령은 "배드 버니와 (오프닝 공연자인) 그린데이는 증오만 심어줄 뿐이다. 끔찍한 선택이다"라며 날을 세웠다. 배드 버니 역시 꾸준히 트럼프 대통령과 날을 세워왔던 바 있다. 최근 그래미 수상 소감에서도 ICE를 비판하며 "우리(이민자)는 외계인도, 짐승도, 야만인도 아니다. 그저 사람이고 미국인일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배드 버니의 슈퍼볼 하프 타임쇼가 펼쳐지는 동안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진정한 미국인을 위한 공연'을 표방하며 키드 락 등 MAGA 진영의 뮤지션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하프타임 쇼를 별도로 중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 소셜 서비스인 '트루스 소셜'에 장문의 글을 쓰면서 "위대한 미국에 대한 모욕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고,춤은 역겹다"라며 배드 버니의 공연을 비난했다.
이런 잡음조차도 이 공연을 더욱 전설적으로 만들었다. 2016년 배드 버니는 푸에르토리코의 슈퍼마켓에서 계산원으로 일하고, 일을 마치면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신이 만든 음악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때로 현실은 꿈을 아득히 초월한다. 배드 버니는 팝 음악의 정점에 섰다.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의 어제와 오늘을 전 세계에 소개한다. 푸에르토리코와 히스패닉의 듬직한 등대가 되어 '모두의 아메리카'를 외친다. 모든 아메리카 국가의 이름을 거명하고 카메라를 향해 전진하는 배드 버니의 뒤에는 이런 문구가 띄워지고 있었다.
"The only thing more powerful than hate is love"
(증오보다 강력한 것은 사랑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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