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준결승에 출전한 김상겸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홀로 8강에 살아남은 김상겸은 이탈리아의 롤란드 피슈날러와 맞붙었다. 2002 솔트레이크 시티 대회부터 무려 일곱 번 연속 올림픽 출전에 성공한 베테랑 롤란드 피슈날러와의 경기. 김상겸은 블루 레인에 나서 8강전에 나섰다. '홈 코스'에서의 이점을 가진 피슈날러와의 어려운 싸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스타트 라인을 넘는 순간 뜻밖의 경기가 펼쳐졌다. 롤란드 피슈날러가 회전의 순간 여러 차례 실수를 범하며 비효율적인 라인으로 경기를 풀어나간 것. 김상겸에게 선두를 내준 상태에서 후반부에 접어들자 조급한 피슈날러가 회전 반경을 좁게 하려는 과정에서 코스를 이탈, 실격되고 말았다. 김상겸이 상대를 압도하며 얻어낸 4강 진출이었다.
이어진 준결승에서 지난 2025 동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리스트이자, 2005년생 신예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와 만난 김상겸. 이번에도 블루 코스에서 활주에 나선 김상겸은 초반 안정적으로 라인을 타며 경기에 나섰다. 중반 역전에 성공한 김상겸은 마지막 라인을 능숙하게 타며 결승선을 통과, 테르벨 잠피로프를 0.23초 차이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제 결승전에 나설 차례. 김상겸은 결승에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우승의 '디펜딩 챔피언'인 오스트리아의 벤야민 카를과 맞붙었다. 이미 이변을 써낸 만큼, 김상겸은 편하게 라인을 잡으며 경기에 나섰다. 초반 앞서나가던 김상겸은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다시 라인을 잡고 나선 중반 0.04초 차이로 앞서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블루 코스의 난점인 후반의 어려운 가속을 벤야민 카를은 놓치지 않았다. 0.19초 차이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벤야민 카를이 금메달, 김상겸은 은메달. 대한민국 스노보드 역사상 두 번째 메달이 리비뇨의 설원 위에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여자 평행대회전에서는 체코의 '스노보드 여제' 에스터 레데츠카가 평창·베이징에 이은 3연패 도전에 나섰지만, 8강 활주 도중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며 탈락하는 대이변이 연출됐다. 결승에서는 체코의 주자나 마데로바가 금메달을 따냈고, 레데츠카를 8강에서 무너뜨린 사비네 파이어(오스트리아)는 은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은 이탈리아의 루차 달마소의 몫으로 돌아갔다.
'대기만성' 보더 김상겸, 이변이지만 이유 있던 메달
최근 월드컵 우승을 따내면서 메달이 유력했던 선수로 꼽혔던 '배추보이' 이상호가 16강에서 아쉽게 탈락하며 한국의 평행대회전 메달 기록이 끊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김상겸은 이변이지만, 충분히 이유 있는 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 선수단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김상겸은 세계 어느 선수와 맞붙어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였다. 김상겸은 지난 2024년 12월 중국 메이링구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월드컵에 데뷔한 지 무려 15년 만에 따낸 메달이었다. 특히 김상겸은 지난해 3월 폴란드 크르니차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동메달을 따내며 월드컵 포디움에 두 차례 올라선 데다, 코르티나담페초 월드컵에서도 8강에 오르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김상겸은 소치 올림픽부터 이번 밀라노·코르티나까지 네 번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홈이었던 평창에서 16강에 오른 것이 유일한 결선 진출 기록이었다. 그랬던 김상겸은 평창에서 자신을 16강에서 떨어트렸던 잔 코시르와의 8년 만의 올림픽 재격돌에서 승리를 따내며 자신의 새 역사를 썼고, 그렇게 메달이라는 첫 역사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시상식에서 김상겸은 시상대 위에 올라서자 큰절을 올리며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대기만성의 스노보더 김상겸은 그렇게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1호 메달', 그리고 한국 올림픽 역사에 남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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