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마자 가사 외운 뉴질랜드 밴드의 결정적 매력

뉴질랜드 마오리족 정체성 담은 대표 밴드 'SIX60'

많은 영어권 나라 중에서 뉴질랜드만의 특색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마오리 문화의 존중과 결합'을 꼽을 수 있다. 뉴질랜드는 영어와 마오리어를 공식어로 쓰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마오리 문화·언어를 가르친다.

어딜 가나 마주치는 마오리 예술을 보며, 이방인인 나조차 그들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는데, 뉴질랜드 국민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정체성이 중요해진 요즘, 마오리 문화와의 적극적인 결합이 오히려 뉴질랜드를 독자적이고 강력한 고유성을 지닌 나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방식이 국가 정체성을 더욱 깊게 형성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국민을 한층 더 단합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다만 최근 정부 정책 우선순위 기조가 바뀌고 있는데, 마오리 문화·언어 통합 정책의 범위가 점차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라고 한다. 뉴질랜드만의 고유성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뉴질랜드를 대표하고, 또 너무나 뉴질랜드다운 밴드 'SIX60'를 소개하고 싶다.

Six60의 매력

 뉴질랜드 밴드 SIX60.
뉴질랜드 밴드 SIX60. SIX60 홈페이지

Six60의 노래는 차를 타고 도서관에 가다가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다. 심플한 가사와 반복적인 사운드, 호소력 깊은 목소리에 압도되어, 그 자리에서 가사를 외운 후 집에 와서 찾아봤다.

'Run before you walk, Sing before you talk, Fly before you leave. (걷기 전에 달리고, 말하기 전에 노래하고, 떠나기 전에 날아라.)'

이렇게나 비이성적이고 순서에 어긋난 이 가사가 왜 이리 마음에 꽂혔던 걸까. 노래의 사운드도 좋았지만 가사의 잔상이 강했다.

이 노래는 SIX60의 'Fly before you leave'였다. 우연히 알게 된 노래로 이 밴드의 거의 모든 노래를 들어봤는데, 그들의 가사가 대부분 철학적이고 깊었기에 이번에는 SIX60라는 밴드가 궁금해졌다.

Six60는 오타고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로, 2008년에 뉴질랜드의 더니든에서 결성됐다. 밴드명은 그들이 함께 살던 집 주소인 'Castle Street 660'에서 따왔다.

이 밴드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리드 보컬인 Matiu Walters와 신시사이저 연주자 Marlon Gerbes가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뿌리 있는 마오리 가문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마오리 문화·언어 통합 정책이 시행되기 전의 사람이라,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부끄럽게 여기면서 자랐다고 한다.

그러다 그들의 대표곡인 'Don't Forget Your Roots'를 마오리어 버전으로 작업하면서 마오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됐는데, 이를 계기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자기 뿌리를 찾아가는 이들의 여정이 SIX60의 노래에, 가사에,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울리는 듯한 감정이 느껴진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출발한 그들만의 방향성 때문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참 자아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요즘의 많은 사람들이 SIX60의 노래를 통해 위로받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SIX60 앨범에 많은 명곡이 있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나를 단번에 사로잡은 'Before You Leave'를 소개하고 싶다.

< Before You Leave >

Run before you walk
Sing before you talk
Look until you see
Fly before you leave
Thought I was holding up the world
But I wasn't even standing
Looked down and I was empty-handed
It wasn't 'til I felt the waves
Crashing all around me
That I knew I was drowning
Run before you walk
Sing before you talk
Look until you see
Fly before you leave
Before you leave the ground
Before you leave the ground

이 곡의 'Run before you walk, Sing before you talk, Fly before you leave, 즉 걷기 전에 뛰고, 말하기 전에 노래하고, 떠나기 전에 날아라'라는 가사를 보자. 이는 성장·정체성·자아는 논리적 단계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Look until you see , 이해할 때까지 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때까지 계속 생각하고 바라보라는 의미로 보인다.

'Thought I was holding up the world, but I wasn't even standing, looked down and I was empty handed, 나는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나는 서 있지도 않았고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모습이 알고 보니 거짓이었다는 이야기 아닐까. 'It wasn't till I felt the waves, crashing all around me, that I knew I was drowning, 파도가 사방에서 나를 덮쳐올 때야 내가 가라앉고 있다는 걸 알았어'는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진 뒤에야 나를 찾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 가사인 'Fly before you leave, before you leave the ground'는 안전지대(땅)를 벗어나기 전에 날아보라는 뜻 같다. 결국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자유로워지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Six60'는 뉴질랜드 대표 밴드지만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밴드의 노래다 더 많이 울려 퍼지길, 이들의 앞날에 꽃길 함께 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뉴질랜드 밴드 SIX60 마오리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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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여행하며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때의 경험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