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의 '한 경기 51점' 대기록 시상? 공식적인 '득점 1위' 인정이 먼저다

[주장] 20여 년 전 우지원이 기록했던 70점 최고기록... KBL에 쏟아진 비난

프로농구 선수 허웅(부산 KCC)이 '한 경기 51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KBL(한국프로농구연맹)으로부터 특별 '기념상'을 받게 됐다.

허웅은 지난 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5라운드 서울 SK 나이츠와 원정 경기에서 3점슛 14개를 포함해 51점을 폭발시키며 맹활약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KBL 단일 경기 국내 선수 최다득점-3점슛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면 1997-1998시즌 래리 데이비스(당시 안양 SBS), 1999-2000시즌의 데이먼드 포니(당시 안양 SBS)와 함께 단일경기 최다득점 공동 16위에 해당한다.

KBL은 3일 올시즌 리그 한 경기 최다득점을 세운 허웅을 위한 기념상을 시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허웅의 시상식은 오는 14일 KCC의 홈구장인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경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허웅의 득점 기록이 주목받으면서 뜻하지 않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허웅의 활약상이나 수상 자격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바로 공식 기록을 대하는 KBL의 모순적인 태도 때문이다.

사실 허웅의 한 경기 51점, 3점슛 14개는 모두 '비공식적으로는' KBL 국내 선수 역대 1위 기록에 해당한다. 굳이 비공식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공식적으로 허웅의 기록보다 수치상 앞선 기록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KBL이 인정하고 있는 프로농구 한 경기 최다득점 1, 2위는 우지원(70점)과 문경은(66점)이 보유하고 있다. 한경기 최다 3점슛 1.2위도 문경은(22개)과 우지원(21개)이 기록했다. 그리고 이 기록들은 모두 같은 날에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2004년 3월 7일, 2003-2004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이 전국에서 함께 열린 날이었다. 당시 울산 현대모비스 소속 우지원은 창원 LG를 상대로,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소속 문경은은 TG 삼보(현 원주 DB)를 상대로 각각 득점과 3점슛 신기록을 달성했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존경받아야 할 어마어마한 대기록들이다. 그러나 이들과 허웅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노골적인 '밀어주기'로 만들어낸 기록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문경은과 우지원은 3점슛 타이틀을 놓고 한창 경쟁 중이었다. 이날 경기는 리그 최종전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과 순위싸움은 모두 결정된 상황이었다. 승패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문경은과 우지원은, 자신들의 개인 타이틀을 챙기기 위해 동료들의 노골적인 밀어주기 속에 작정하고 슛을 난사했다.

여기에 상대팀 선수들도 암묵적으로 정상적인 수비를 하지 않고 대놓고 오픈 찬스를 내줬다. 문경은이 속한 전자랜드의 상대팀이었던 TG삼보의 김주성 역시, 양팀의 담합 속에 같은 경기에서 11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며 시즌 블록슛 1위 타이틀을 획득했다. 오늘날 같았으면 사실상 공개적인 '승부조작'으로 양팀 선수와 구단들 모두 중징계를 당할만한 사안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정정당당한 승부라는 스포츠의 가치를 대놓고 무시하고 팬들을 기만한 농구계의 행태에 대중과 언론은 분노했다. 일제히 개인상 담합과 타이틀 거래를 지적하는 보도들이 줄을 이었고, 구단과 선수들은 팬들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논란이 생각보다 커지자 당황한 KBL은 해당 시즌부터 개인기록 시상을 아예 없앴다. 하지만 정작 조작 경기를 주도한 문경은과 우지원, 김주성 등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심지어 KBL은 이들의 해당 경기 기록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금까지도 KBL 역사에 오명을 남긴 큰 실수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허웅의 기록은 이들과 다르다. KCC와 SK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하여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었고, 특히 상대팀은 SK는 수비로 정평이 나 있는 팀이었다. 20여 년 전보다 다양한 수비 전술이 더 발전한 KBL에서, 상대의 정상적인 수비와 집중견제를 뜷고 대기록을 세운 허웅의 활약이 빛나는 이유다.

조작된 문경은-우지원의 기록을 제외하고, 사실상 KBL 단일 경기 최다득점 1위 기록은 2001-2002시즌인 2002년 3월 10일 외국인 선수 에릭 이버츠(당시 여수 코리아텐더)가 대구 동양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58점이었다. 그동안 KBL에서 자력으로 50점대 이상 득점을 올린 것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었다.

허웅 이전에 자력으로 국내 선수가 올린 한 경기 최다득점은 1997년 김영만(당시 부산 기아)와 2019년의 김선형(당시 SK, 현 KT)이 각각 기록한 49점이었다. 허웅의 51점은 국내 선수가 순수하게 본인의 능력으로 기록한 '최초의 50점대 득점'이라는데서 농구 팬들로부터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BL은 2019년에도 김선형이 49득점을 올리자 기념상을 시상한 바 있다. 당시 KBL이 밝힌 기념상 수여의 명분은 "국내선수들이 훌륭한 기량으로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이 있는 프로농구를 선보일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발표한바 있다. 당시에도 문경은-우지원의 기록이 비교대상으로 소환되며 일각에서 이 기회에 잘못된 기록을 바로 잡자는 여론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KBL은 당시에도 기념상 시상만으로 무마하며 흐지부지되어버렸다.

KBL이 진정으로 국내 선수들의 활약과 감동이 있는 농구를 활성화하기 원한다면, 이제라도 잘못된 역사부터 바로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KBL이 2004년 3월 7일의 '오염된 기록'들을 이대로 계속 남겨둔다면, 현실적으로 수십년이 더 흘러도 자력으로 이들의 기록을 뛰어넘는 선수는 나오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모두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끄러운 기록을 22년째 왜 정리하지 못하는 걸까. 이는 KBL의 이미지에도 흠이 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KBL은 조작된 기록을 폐기하고 에릭 이버츠와 허웅의 득점 기록을 '공식적인 역대 1위(통합-국내선수)'로 다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KBL의 역사에도, 기념상 시상에도 진정한 권위가 생길 것이다. 선수들이 정당한 과정과 노력으로 이룬 성취만이 인정받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KBL이 앞장서서 해야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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